도시의 패턴 Ep.02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건축 사진은 더 이상 건축물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면, 색과 빛을 미학적으로 탐구하며 한 도시의 거대한 패턴을 담아내는 도시 여행자들. | 사진,건축

Serge Najjar1.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레바논은 현대적 건축물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브루탈리즘적 건물이나 아예 규정되지 않은 스타일의 건축물도 많다. 나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2.기하학은 내가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건축은 나 같은 기하학 애호가에게는 완벽한 놀이터나 다름없다. 건축물들이 이루어내는 선, 그림자와 형상, 빛과 그림자, 나는 늘 모든 것에서 논리와 조화, 순열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사실 기하학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찾아내는 건 사진작가로서 엄청난 기쁨이다.3.‘미학적 착즙기’.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내게 의미 있는 것을 다시 추출해낸다. 롤랑 바르트는 자신이 ‘끔찍한 반복’이라고 불렀던, 아무런 사적인 개입 없이 굉장히 충실한 방법으로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늘 비판해왔다. 나 역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이다”라는 모토 아래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무엇’을 넘어선 것을 보아야 한다고 늘 얘기한다. 그럼으로써 세상을 좀 더 개인적인 방식으로 묘사해야 한다고 말이다.4.건축물 사진을 찍을 때 나는 그 건축물을 회화를 볼 때와 같은 방식으로 바라본다. 칸딘스키나 말레비치, 모호이나지 등의 러시안 아방가르드 구조주의자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고, 그 외에도 솔 르윗, 오렐리 네이머스, 브리지트 라일리, 사이 톰블리, 혹은 마크 로스코, 세르주 폴리아코프, 오토 프로인들리히 등으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내 사진들은 회화를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5.콘크리트야말로 현대건축의 바탕이며 현대적 거주지의 영혼과 같은 것이다. 건축가들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건축 컨셉트를 구현한다. 그대로 노출시키거나, 혹은 유리나 다른 재질의 파사드를 덧대기도 하면서 말이다. 기본적으로 콘크리트를 사랑하지만 특히 그 안에 기하학적 패턴을 지닌 것들이 나의 시선을 잡아끈다.Lee Kyung Jun1.서울. 내 사진에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의 정치적 풍경이 사진에 담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우연히 집회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본 적이 있다. 경찰들 사이로 한편에는 촛불 집회가, 반대편에는 태극기 부대가 대립하고 있었고, 그 장면을 하나의 패턴처럼 사진에 담았다.2.건축물마다 가지는 저마다의 패턴과 선에 매력을 느낀다.3.도시, 패턴, 익명성. 도시의 차가움과 무미건조한 모습에 관심을 갖고 있다. 건물과 건물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패턴, 빛이 만들어주는 패턴, 도로 위의 교통 표지선도 좋아한다. 모든 패턴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담는다. 그들의 행동이 아름답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행동이 하나의 패턴을 만들어주고 나는 그런 모습들에 애정을 갖는다. 건물 위에서 바라보면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패턴 속의 점으로만 인지하려고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익명성을 얻게 된다.4.영상미가 좋은 영화나 전시를 보면 사진 작업을 하고 싶어진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유영국 작가의 전시가 매우 인상 깊었다.5.도시의 건축물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한번은 먼 곳에서 전체적인 시각으로 빌딩의 패턴을 바라보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각각의 창문에서 각기 다른 삶이 보였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서로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Leana Cagnotto1.나는 우아한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에 살고 있다. 이 사진들은 주로 토리노와 밀라노에서 찍었다.2.건축적으로 새로운 구조물, 색으로 가득 찬 건물을 보면 시선이 떠나지 않는다. 주의 깊게 집중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디테일이 발견된다. 빛은 내 사진의 핵심인데, 왜냐하면 나는 아름다움이란 구조와 빛이 맞물려서 생겨나는 퍼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간이나 빛 등과 어우러지기 위해 건축물이 어떤 형상을 취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게 즐겁다. 물론 나는 건축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건 단지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의 일부일 따름이다.3.건축물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첫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 건물의 숨겨진 면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한다. 내 사진에서 느껴지는 엄격함은 건축의 룰에 대한 나름의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4.포스트 모더니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Ricardo Bofill)이 지은 건축물 라 무라야 로자(La Muralla Roja)는 영감을 주는 장소다. 언젠가는 꼭 하루 종일 그곳을 돌아다녀보고 싶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이 장소에 유대감을 느낀다. 내 자신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내 초상화를 대신해서 이곳의 사진을 쓰고 싶을 정도다!5.고대의 건축물이나 옛 건물보다는 새로 만든 건물이 나에겐 더 자연스럽다. 특히 최근에는 깔끔하고 목적지향적인 건물을 많이 찍었다.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미에 대한 개념은 철저하게 사적인 것이지만. 내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오래된 것이냐 새 것이냐가 아니라 매력적인 빛과 흥미로운 색채, 이 두 가지의 황홀한 조합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