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패턴 Ep.01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건축 사진은 더 이상 건축물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면, 색과 빛을 미학적으로 탐구하며 한 도시의 거대한 패턴을 담아내는 도시 여행자들. | 사진,건축

Clarissa Bonet1.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살고 있다.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것까지 놀라운 건축물이 많은 곳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도시적인 풍경이 전혀 지루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009년에 플로리다에서 시카고로 이사를 온 후 이 도시의 공간들에 대한 이미지를 모아왔다. 이 도시와 나의 관계가 달라짐에 따라서 작품도 변했다. 처음에는 거리 자체와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거주자에 끌렸다. 그러다 최근에는 이 도시의 표면적인 부분과 구조, 그리고 내 몸이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즉 우리가 이 공간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2.시카고로 오기 전까지 도시에 관한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이곳에 오자마자 도시 풍경이라는 것에 매료되어버렸다. 나에게는 현대적인 도시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전형적인 의미에서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이건 추하다고 여겨지는 것이건 모두 다 말이다.3.‘공간의 본질’. ‘City Space’는 도시의 표면을 만들어내는 수평적인 일광을 보여주고자 했고, ‘Stray Light’는 수직적이고 도시적인 밤의 지형을 보여주고자 했다. 내 경우에 도시의 야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언제나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는 것과 비슷한 감성을 자아낸다. 인간이 지구에 창조해낸 우주를 보고 있는 느낌을 ‘Stray Light’ 시리즈에 담았다. 나는 내 작품이 전통적인 의미의 건축물 사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나 빌딩의 이미지를 찍기보다는 현대 도시의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만들어진 환경’의 이미지, 그것에 대한 나의 경험을 담아내고자 하기 때문이다.4.작업에 영감을 준 몇몇 아티스트를 꼽자면, 에드워드 호퍼, 조지 투커, 조지아 오키프, 찰스 실러, 비야 셀민스 등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TV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시리즈 드라마 형식의 프로그램으로부터. 매 편마다 나름의 내러티브를 지니면서도 한편으로 전체를 관통하는 큰 내러티브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조를 좋아한다. 내 작품들이 추구하는 방식과 같다.5.궁극적으로 나는 도시에 대한 나의 감성적이고 실체적인 경험을 드러내고 싶다. 도시의 색인 같은 사진을 찍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도시가 주는 현대적인 경험을 담은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다. 유명한 건축물을 찍을 때도 어떤 특정한 장소의 이미지가 아니라 콘크리트, 철골, 유리, 빛 등을 통해 그것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풍경적 차원에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내가 담아내려는 도시의 패턴은 설명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으며, 특정한 건물의 이미지도 아니다.Giorgio Stefanoni1.사는 곳은 밀라노, 내가 사랑하는 도시다. 지난 10년간 밀라노는 비주얼적으로 큰 변화를 보여왔다.2.나는 디지털 디자이너이고 아트 디렉터이며 다양한 일을 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평화로운 일탈 같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작가 미셸 세라는 ‘프랄루고(Frallougo)’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어떤 두 가지 활동, 두 가지 이벤트, 해야 할 두 가지 일, 두 명의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의미하며, 시끌벅적하고 속도가 빠르며 때로 깊이는 얕은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나 이런 공간을 자신에게, 또 타인에게 허락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진들은 나의 사적인 ‘프랄루기(Fralluoghi)’들로, 테라피적 목적을 가지고 바라본 현대건축물의 모습이다.3.시간 개념도 없고 공간은 수축되어버린 비현실적 도시의 기하학적 형상과 밝은 색채들, 그 안에서 물리적인 거리는 줄어들고 심리적인 거리는 오히려 늘어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무줄(Elastic)’이라고 부르는 나만의 방법(물리적으로는 줌인, 정신적으로는 줌아웃을 하는)을 사용한다. 이미지에 마음을 담지 않으며, 그 장소와 관련된 스토리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내 사진은 친근한 시각적 경험일 뿐이다. 본능적으로 신선한 색들을 찍었는데 ‘핑크’가 많다. 난색과 한색을 섞는 걸 좋아한다.4.비주얼적으로나 컨셉트적으로나 나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많다. 이를테면 조르조 데 키리코, 파울 클레, 바실리 칸딘스키, 라슬로 모호이너지, 영화 쪽으로는 스탠리 큐브릭,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웨스 앤더슨, 사진에서는 프랑코 폰타나, 루이지 기리까지.5.내가 좋아하는 곳은 색이 풍성한 도시의 외곽이다. 그런 곳에는 대개 주거단지와 상업단지, 공업단지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뒤섞여 있다. 버려진 공간, 경계가 불분명한 그곳에서 새로운 건축물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