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코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올봄,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기나긴 스프링 코트가 필요한 이유. | 트렌치코트

한결 가벼운 아우터로 갈아입는다는 건 무언가를 훌훌 털어버린 후의 새로운 시작과도 같이 느껴져 괜스레 설레기까지 한다. 그렇게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코트를 내려놓게 될 때, 우리에게 비로소 진정한 봄이 찾아온다.수은주가 껑충 올라가는 날이면, 나는 으레 가장 먼저 옷장에서 가죽 재킷과 트렌치코트를 꺼내 들곤 했다. 별 생각 없이 기분에 따라 선택하곤 했지만 곰곰이 되짚어보면 어딘지 활동적이고 당당한 이미지를 원할 때면 가죽 재킷을, 뭔지 모를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면 트렌치코트를 뻔하게도 집어 들었던 것 같다.하지만 올봄엔 이마저도 양자택일 고민할 필요가 없을 듯. 어떤 외투보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프링 코트를 내내 고수하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그야말로 가볍고 기나긴 코트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으니 말이다.먼저 가장 대표적인 트렌치코트부터 시작해보자. 지난해 개인적으로 럭키 슈에뜨와 트렌치코트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선보였을 정도로 평소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 편인데, 이번 시즌엔 스텔라 매카트니의 개버딘 소재 맥시 코트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지난 겨울 내내 오버사이즈 코트로 온몸을 감싸고 다니던 편안함에 익숙 해진 탓이기도 하지만, 발목 바로 위까지 오는 길이의 풍성한 코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주기에 별다른 스타일링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다.이번 달 화보 ‘Coat Call’을 준비하던 중 발견한 아크네의 트렌치코트는 비슷한 디자인에 부드러운 실크 소재를 더해 좀더 여성스럽고 드라마틱한 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같은 길이의 러플 스커트와 매치하면 드라마틱한 끝자락을 연출할 수 있다.이미 당신이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를 다양한 길이와 사이즈로 구비하고 있다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멍의 변형된 트렌치코트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번 시즌 선보인 매킨토시와 컬래버레이션한 트렌치코트는 등 뒤의 지퍼를 열면 아예 새로운 커팅과 실루엣으로 변신한다. 때론 라코스테나 DKNY 컬렉션을 참고해 이너웨어로 후디를 매치할 것. 쿨한 스포티즘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트렌치코트에서 디테일을 배제한 미니멀한 코트들은 보다 우아하고 성숙한 무드로 연출할 수 있다.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속 로렌 허튼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보테가 베네타의 미니멀한 코트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소재도 중요 한데 부드럽게 흐르는 소재일수록 페미닌한 무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너웨어 역시 비슷한 톤으로 매치해 담백하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 클래식한 워킹 걸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톰 포드의 화이 트 맥시 코트 룩, 질 샌더의 파워 숄더 핀 스트라이프 코트 역시 좋은 예. 여기엔 심플한 펌프스가 제격이다.포근한 테리 소재나 부드럽게 흐르는 실크 소재의 로브도 욕실과 침실을 넘어 런웨이에 등장했다. 발렌시아가는 스트라이프 로브를 야구모자와 매치했고,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는 파자마 위에 덧입었던 체크 로브를 블랙 원피스에 덧입어 쿨하고 캐주얼한 룩을 완성했다.로맨틱한 레이스 룩을 선보인 샤넬 컬렉션의 롱 실크 로브는 현실에서는 티셔츠와 데님 팬츠, 스니커즈의 캐주얼한 조합에 믹스하면 위트 있는 데이웨어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마지막으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드레시한 스프링 코트 역시 놓치지 말 것. 마이클 코어스와 자크뮈스처럼 허리라인을 강조해 여성성을 부여한 이 코트들은 단추를 잠그면 버튼업 드레스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자칫 거추장스러울 것만 같은 이 스프링 코트는 봄에는 물론, 심지어 여름까지도 유효하다. 수영복이나 트랙 쇼츠, 미니 드레스에 커다란 스프링 코트를 걸친 이자벨 마랑, 알렉산더 왕, 겐조 컬렉션을 참고할 것. 나 역시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한 얄팍한 소재의 남성용 랑방 코트를 매년 여름 즐겨 활용하고 있는데, 한여름의 장마철이나 에어컨의 한기 속에서 유용함은 물론, 리조트에서 수영복 위에 걸치거나 평범한 데님 쇼츠 룩에 드라마를 더해주기에 제격이라 여행을 갈 때도 항상 챙기는 아이템이다.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기나긴 코트엔 낭만이 있다. 옷깃을 여밀 때도, 헴라인 아래로 슬쩍슬쩍 다리를 드러낼 때도, 풀어 헤치고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도, 때때로 팔에 걸치거나, 혹은 어깨 위에 얹을 때에도 짧고 단단한 외투와는 다른 유연함과 자유로움이 있다. 봄날엔 분위기 있는 낭만과 여유를, 여름엔 한없는 가벼움에 에지를 불어 넣어줄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땐 아마 스프링 코트가 간단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