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거슬리고 믿을 수 없게 불편한-‘개00’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어쨌거나 개 때문은 아니다 개는 사람과... | 미식,개

어쨌거나 ‘개’ 때문은 아니다개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그리고 바로 그 친근함 때문에 욕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되었다. 다양한 예가 있다. 사람들은 비하하고 싶은 이를 가리켜 개의 새끼라고 부른다. 먹기에 떫고 알이 자잘한 야생의 살구를 개살구라고도 부른다. 언행이 더러운 사람을 개차반이라고도 부르는데, 개가 먹는 밥상, 즉, ‘똥’을 돌려서 말한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의 접두사인 ‘개-’는 사전에도 등재된 표준어다. ‘질이 떨어지’거나, ‘쓸데없’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그런데 요즘에는 의미를 단순히 강조하기 위한 접두사로 ‘개-’를 많이 쓴다. 너무 싫은 것은 ‘개싫어’, 정말 좋은 것은 ‘개좋아’, 너무 추우면 ‘개추워’, 정말 신나면 ‘개신나’ 등등 막 갖다 쓴다. TV의 오락 프로그램이나 SNS의 수많은 기업 광고, 심지어 주류 언론사들도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무분별하게 따라 쓴다. 우연인지 몰라도 그 모양 역시 다들 한결같다. 모 배달 앱에서 개발한 서체에 ‘개꿀잼’ 같은 단어를 얹으면 완성된다. 그 이미지가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운 좋은 경우 피식 하는 웃음이 한 번 정도 유발되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듣고 읽고 쓰기에 민망하고 천박한 것 같아도, 언어가 변화한다는 사실에 너무 뻣뻣하게 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왜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지, 한번쯤 생각해봐도 좋겠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의 언어 생활에 온라인 게임 채팅과 카카오톡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해보면 어떨까? 또는 현재 젊은이들이 정확한 언어 사용이라는 것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지, 아니면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기성 세대들이 스스로 아직 안 죽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문화인류학적으로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되새겨볼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거나 개 때문은 아니기 때문이다.글/ 김유진(번역가) 지나친 미식 주의에 대한 불만최근에는 약속 하나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소중한 식당들을 ‘아우팅’시켜버려서 갈 수 있는 식당의 리스트가 점점 좁아진 것도 이유지만, 만나는 사람들이 까다로워진 게 더 크다. 예전에는 ‘술국에 소주 한잔’을 외치던 친구들도 요새는 “아나고야 해산물 오마카세 좋더라”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겠다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다들 자기가 선호하는 식당으로 우기다 보면 가끔 세 명의 저녁 술자리를 정하는 데 카카오톡 스무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생긴다. 지나친 미식주의가 가장 불편할 때는 바쁜 점심 시간이다. 그냥 아무 데서나 먹고 들어오기도 빡빡한데, 거절하기 힘든 상대방이 굳이 경리단길에 새로 생긴 비스트로에서 브런치를 먹자고 하면,브런치까지 하는 그 비스트로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물론 나 역시 예전부터 그랬던 사람이라, 이건 그냥 푸념인지도 모른다.옛날에는 나만 식도락에 빠져 살았던 것 같은데 모두가 미식가가 되어버린 세상이 별로라는 푸념. 혁오가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 한탄하던 힙스터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일까?가끔은 언어도 문제가 된다.푸디와 먹보가 만나 소위 ‘미들급 스시’(저녁5만~10만원대)를 먹기로 작정하면 으레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 “스시XX는 지난달에 실장 바뀌더니, 국산 우니 쓰고 아와비(전복)도 7미 짜리에서 10미 짜리로 바꿨더라고”. 아니, 언제부터 우리가 스시집 실장 바뀐 것부터 전복 크기까지 신경 쓰면서 살았느냐 말이다. 게다가 전복을 왜 자꾸 아와비라 그래! 참다랑어를‘혼마구로’라고 하고 성게 알을‘우니’라고 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지만, 아와비는 제발 전복이라 불러줬으면, ‘고하다’는 전어라 불러줬으면 좋겠다. 요새는 조리법도 일본어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얼마 전엔 식사 자리에선 전복찜이 나오자 상대방이 “무시 아와비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정말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어라고 무작정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의미가 같고 한국어와 일본어 중 더 유명한 게 있으면 그걸로 쓰자는 얘기다. 자완무시와 달걀찜은 전혀 다른 요리니 구별하고, 무시 아와비와 찐 전복은 소통하기에 무리 없이 비슷하니 찐 전복으로 말하는 태도. 이건 뭐랄까, 겸양의 문제다.글/ 박세회( 뉴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