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거슬리고 믿을 수 없게 불편한-비좁은 카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비좁고 불편한 카페 문화예술계 사람으로서 ... | 비좁은 카페,무릎 담요

비좁고 불편한 카페문화예술계 사람으로서 싫어하면 안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영국인이 피시앤칩스를 싫어하면 안 되는 것처럼, 독일인들이 맥주를, 홍콩인이 딤섬을 싫어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20대를 거치면서 나는 그 몇 가지 것에 대해서 스스로 엄청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 에 나올 법한, 힙스터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국적불명의 아늑한 소규모 공간들에 큰 거부감이 있다. 우리 현대인들이 이 광활한 도시를 짓고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익명성과 그것을 담보하는 규모가 아니던가? 왜 굳이 좁아터진 골목길 속 좁아터진 테이블 5개짜리 카페에 모여 앉아서 정강이를 남의 의자에 부딪혀가며 고행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그렇게 좁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연출하려는 아늑함, ‘로컬함’과 ‘커뮤니티’스러움, 소박함 따위는 단지 카페뿐만 아니고 식당, 공연장, 영화관을 포함한 ‘아늑한’ 소규모 인디 공간들의 공통적 특성이다. 하지만 이미지와는 달리 그런 작고 아늑한 공간들은 실제 그 동네 사람들에게 별다른 복지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스타벅스에 단지 화장실을 쓰기 위해 들어갈 수 있다. 비가 오면 피하려고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잠시 친구를 기다리려고 테이블을 차지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얌체 행동이며 비난 받아야 하는 걸까? 아니, 나는 이런 공짜 행동을 관대하게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일종의 지역 복지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비슷한 목적으로 동네의 작은 카페에 불쑥불쑥 쳐들어가면 그들은 나를 쫓아낼 것이다. 물론 내가 단골이 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들은 스타벅스보다 더한 친절을 베풀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했다시피 단골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남자친구가 있는지 부모님은 어디 사시는지를 알고 싶어할 것이다. 내가 만약 백수이고, 부모에게 빌붙어 살며, 하루의 활동이 휴대폰 포켓몬 잡기와 삼십 살 차이 나는 유부남 남자친구 만나기뿐이라면 절대 나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소규모 인디 공간들만큼 사회적으로 정상적이고 잘 배우고 안전한 비슷한 종류의 인간들만 모여 있는 장소도 드물다. 이거야 원, 학교 같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정상적 어른이 되려면 가능한 학교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도망치련다, 소박한 행복들로부터, 가능한 멀리.글/ 김사과(소설가)무릎담요 없는 나라를 꿈꾸며예전엔 휠체어 탄 어르신들이 주로 쓴다고 믿었던 무릎담요가 이제 치마 입은 여자들의 필수품이 됐다. 여자 아이돌 등 연예인은 당연하고 치마 입고 카페, 레스토랑을 찾은 일반인조차 배려 차원에서 무릎담요를 제공 받곤 한다. 고혹적인 리틀 블랙 드레스를 입은 배우가 제작발표회나 인터뷰에 참석하면 MC나 인터뷰어, 심지어 남자 동료가 곧장 무릎담요를 건넨다. 알록달록한 캐릭터 무늬가 돋보이는 무릎담요는 의상이나 현장 분위기에 지독하게도 이질적이어서 난 그걸 보다가 배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놓치기도 한다.이런 목적의 무릎담요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사실, 외국인 여자에게 밑도 끝도 없이 무릎담요를 건네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은가? 방송에 무릎담요가 처음 등장한 계기는 교복 치마를 입고 바닥에 앉는 퀴즈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아닐 확률도 높다.) 치마 차림인데 양반다리도 해야 하고, 카메라는 정면에 있어 뭔가를 덮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곧 여자 출연자가 의자에 앉거나 카메라가 측면에 있을 때도 미리 준비한 무릎담요를 건넬 만큼, 무릎담요는 방송계의 어떤 드레스 코드가 되었다.왜 치마 입는 여자들이 무릎담요를 수용하게 되었나? 이 페이지를 벗어나 바로 눈에 띄는 온라인 연예, 스포츠 뉴스를 클릭해보자. 어김없이 발견되는 게 ‘노출’ 사진이다. 국내외 여자 연예인, 일반인 할 것 없이 속옷 색이라도 보이면 걱정해주는 척하며(실은 마치 공인된 먹잇감처럼) 클로즈업해 내보낸다. 그런 사진만 공유하고 감상하는 커뮤니티가 수없이 존재하며 무차별적으로 ‘몰카’를 찍은 산부인과 의사가 면허를 잃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무릎담요를 권하는 남자는 마치 조선시대에 딸이나 지어미에게 쓰개치마를 사주는 지아비 같은 심정을 즐길지도 모른다. 사회 역시 무릎담요를 순순히 덮는 여자를 몸가짐 단정하고 ‘개념 있는’ 여자로 대우한다.영화 에서 미니 드레스를 입은 샤론 스톤이 다리를 번갈아 꼰 게 1992년이다. 극 중 샤론 스톤은 마이클 더글라스를 유혹하려 그랬다지만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은 그저 치마를 입고 싶어서 입을 뿐이다. 설령 유혹하려는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치마 속을 쳐다보지 않고, 다짜고짜 무릎담요를 들이대지 않는 게 동석자로서의 예의다.글/ 이선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