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거슬리고 믿을 수 없게 불편한-뇌섹남 타령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무엇을 봐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면 살아가는 일이 좀 더 수월했겠지만, 불행히도 눈에 거슬리는 일들은 이렇게나 많다. 그리고 이 불편한 감정에는 명료한 이유가 있다. | 뇌섹남,기상 캐스터

뇌섹남 타령아니,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을 그동안 제가 몰라뵙고....포털에서‘뇌섹남’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1만4천여 개의 기사 목록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예능 프로 에 출연 중이지만 전현무와 함께 하위권을 전전하는 김지석이 드라마에서 연산군 연기를 하는 것에도‘뇌섹남 연산, 김지석의 광기 연기’라는 타이틀이 붙고, 에 출연한 오지호가 초등학교 때 주산 전국1등(사실 대단하긴 하다)을 했다는 발언을 해도 뇌섹남 이야기가 나온다.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익수’ 캐릭터에 대해‘와플 가게에서 주문한 와플이 벨기에식이 아닌 포르투갈식인 것을 알 정도로 지식이 많은 뇌섹남’이란 인물 설명이 붙는다.우리나라에 이렇게 머리 좋고 섹시한 남자들이 많다니,만세.하지만 여전히,이 어휘가 유행하던2015년 초부터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뇌섹남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앞서 예시한 사례가 실제 지성과 얼마나 관련되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그렇다.뇌가 섹시한 남자를 호명하는 것은 누구인가.다시 말해 그들의 뇌를 보며 섹시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누구인가.뇌섹‘남’이라는 호칭이 헤테로 남녀 사이에 통용되는 섹시함을 전제한다고 할 때,남자의 뇌를 보며 섹시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누구인가.뇌섹남이라는 어휘의 홍수 속에서,정작 이 남자의 뇌와 영혼이 내게 이성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하는 여성은 대체 어디 있는가.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호칭을 발화하는 주체가 여성이었던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말하자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데 섹시하다고 호명되는 이들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그 와중에‘원조 뇌섹남’으로 지명되며 인터뷰까지 했던 문화평론가 김갑수는 새 책에서 록 스피릿과 밥 딜런을 이야기해 여자를 꼬시는 법에 대해 강론한다.‘섹시’라고 해서 데이비드 간디의 몸매처럼 감탄할 만한 지성의 조각미를 기대했더니 비대한 자의식의 뱃살을 구경한 기분이다.나르시시즘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심지어 집단 증세 아닌가.글/ 위근우( 기자, 저자)기상캐스터의 의상작년 12월의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텔레비전을 BGM처럼 틀어놓고 일하는데, 뉴스 끝에 기상캐스터가 말했다. “11년 동안 날씨를 전해드렸지만, 오늘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11년을 처음 생각해보게 된 순간이었다. 한때는 김동완 씨 같은 남성 기상청 통보관이 뉴스 끝에 날씨 정보를 전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 기상캐스터는 젊은 여성들의 방송 비정규직이 된 듯한 인상이다.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의 여주인공은 기상캐스터였다. 한 에피소드에서, 기상캐스터의 몸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피디가 옷 속에 보형물을 넣을 것을 요구한다. 과장된 묘사라는 전·현직 기상캐스터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이는 날씨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방송인으로서의 모습보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요구 당하는 그들의 현실을 극단화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기상 캐스터들에게는 지나치게 딱 붙는 옷을 입고 방송해야 하거나, 몸매가 캡처되어 인터넷 게시물로 재생산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전문적 지식과 열의를 가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을 꽃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역력히 보인다. 의 기상캐스터들은 비정규직으로 취급 받는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고민을 하는 동시에 서로 질투하거나 방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자가 많이 일하는 직업군의 스테레오 타입을 굳히기도 했다. 이런 묘사는 우리 편견의 또 다른 모습이다.기상캐스터는 짧고 타이트한 의상을 입은 여성이 아니라 전문적인 직업인이다. 남성 방송인에게, 혹은 아나운서에게 그런 의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기상캐스터가 매일 노골적인 방식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건 차별적 요구가 아닐는지. 기상캐스터들은 시청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거나 기울이지 않을 때도, 11년이라는 세월 동안,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매일 날씨 정보를 전해왔다. 예보가 없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성실함에는 그에 걸맞은 적절한 경의가 필요하다.글/ 박현주(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