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더 1980's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과장된 어깨의 파워 수트와 글리터링한 소재의 미니 드레스, 반짝이는 디스코 부츠... 가장 풍요롭고 눈부셨던 패션 황금기, 1980년대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 1980년대,파워 수트,미니 드레스,디스코 부츠,패션 황금기

1980년대 무드가 다시 한 번 패션계의 거대한 흐름이 될 것을 감지한 건 작년 여름, 뉴욕 쇼룸에서 열린 마크 제이콥스의 2017 리조트 컬렉션을 보고 난 후다. 부스스한 사자머리와 짙은 눈 화장, MTV 로고가 박힌 커다란 스웨트셔츠, 반짝이는 소재들이 요란하게 패치워크된 원피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뉴욕의 힙한 디스코 클럽 ‘Paradis’가 자수 장식된 재킷에 글리터링한 부츠를 신고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들의 모습은 ‘1980s’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몇 달 뒤, 마크는 그의 오랜 쇼 파트너인 스테판 벡맨이 수천 개의 전구를 늘어뜨려 장식한 캣워크(마치 나이트클럽을 연상케 했다)에서 보다 강력해진 80년대 룩을 선보였다.1980년대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또 하나의 쇼는 바로 생 로랑이다. 마지막 컬렉션을 무슈 로랑의 오마주 룩(1980년대 이브 생 로랑의 전성기 룩들을 재해석한)으로 가득 채운 에디 슬리메인, 그리고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안토니 바카렐로 역시 1982년 이브 생 로랑 컬렉션에 등장한 블랙 드레스를 가죽 소재로 재해석해 선보였다.“제가 그린 뮤즈는 부르주아나 고전적인 여성은 아니에요. 그녀가 자신이 가진 1980년대 빈티지 드레스에 생 로랑을 끼워넣는 모습을 상상했죠.”패션사에 있어 가장 풍요롭고 화려한 시기로 기억되는 1980년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룩을 손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각진 어깨의 재킷이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여피족의 파워 수트? 반짝이는 소재와 강렬한 컬러로 완성한 미니 드레스? 스판덱스 소재의 보디수트와 컬러풀한 스포츠웨어? 마치 패션 화수분처럼 모든 스타일들이 넘쳐났던 2017년인 만큼,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부분의 룩을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현대적인 감성을 수혈 받아 새 생명을 얻었으니 말이다.1980년대를 현실의 옷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소개하는 몇 가지 피스를 참고하자. 첫 번째는 역시나 파워 수트. 이번 시즌에는 당시 여피족의 파워 수트를 추억하게 하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올바른 해답을 제시한 건 질 샌더와 셀린의 수트 룩. 질 샌더의 핀스트라이프 패턴의 스커트수트와 드로스트링 쇼츠가 매치된 뉴트럴 컬러 수트는 현대의 여피들을 매료시킬 만한 룩이고, 카키색 파워 수트에 조형적인 귀고리, 각진 토트백을 매치한 셀린의 룩 역시 세련된 워킹우먼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수트 룩이다. 반면 패션에 있어 두려움이 없는 성향을 지녔다면 발렌시아가의 과감한 수트 룩에 도전해도 좋다. 광활하다 표현해도 될 드라마틱한 어깨 넓이를 자랑하는 파워 수트는 물론 좌우 비대칭 스커트, 레깅스 부츠, 쿠션을 연상케 하는 오버사이즈 백 등, 함께 매치된 아이템에서 뎀나가 주입한 신선한 에너지를 가득 느낄 수 있다.파워 수트 외에도 어깨를 강조한 룩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해 8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앞서 언급한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한쪽 어깨만을 강조하는 원 숄더 드레스나 어깨에 봉긋하게 셔링 장식을 가미한 블랙 드레스를 선보였고, 디스퀘어드2 쇼에서는 로코코 시대의 소매를 연상케 하는 장식적인 디자인의 레그오브머튼 소매와 80년대 보디수트를 결합한 룩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둥근 어깨선과 코르셋을 조합한 룩으로 권위적인 파워 숄더에 우아함을 부여한 스텔라 매카트니나 어깨 패드를 견장처럼 장식한 룩을 선보인 루이 비통, 고전적인 러플 장식과 퍼프 소매의 드레스로 르네상스 트렌드를 주도한 구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깨를 강조 룩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장악했다.물질주의가 팽배했던 1980년대, 당시의 디스코 클럽을 연상케 하는 글리터링한 소재의 의상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피스다. 시퀸 장식의 마이크로 미니 원피스에 메탈릭한 실버 코트를 매치한 마크 제이콥스 룩이나 골드 라메 소재 드레이프 드레스를 선보인 생 로랑, 메탈릭한 가죽(이자벨 마랑과 루이 비통), 혹은 나일론(겐조), 새틴(발렌시아가) 소재의 미니 드레스와 블라우스도 다수의 쇼에 등장했다.마지막으로 1980년대 스타일링에 마침표를 찍어줄 아이템인 레깅스와 오버사이즈 벨트, 샹들리에 귀고리, 디스코 부츠를 기억하라. 특히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 쇼를 통해 이뤄낸 스판덱스 레깅스의 신분 상승(저가의 스판덱스 소재가 하이패션의 중심에 선)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과장된 어깨와 대조적으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거대한 버클의 오버사이즈 벨트까지 덧붙여서 말이다.글래머러스함을 바탕에 둔 1980년대 스타일은 무엇보다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 작년 11월호에 실린 ‘Making His Marc’ 기사 중 “진정한 패션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원하는’ 어떤 것이에요.”라고 말한 마크 제이콥스의 조언을 떠올려보자. 1980년대 여성들이 그랬듯 자신이 주체가 된 당당한 여인의 시선으로 이번 트렌드의 흐름을 읽는다면 현재의 나에게 꼭 맞는 80년대 피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셀린의 오버사이즈 재킷이 될 수도 있고, 마크의 디스코 부츠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시즌 1980년대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은 그렇게 명확한 하나의 아이템을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