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버킨의 B컷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제인 버킨의 가장 내밀한 순간들을 담은 책 <제인 버킨-우정과 매혹의 순간들>(뮤진 트리).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기록한 제인 버킨의 사진집이자 일기장을 들여다 봤다. | 제인 버킨

제인 버킨 그리고 그녀의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가브리엘 크로포드가 함께 기록한 사진에세이 '제인 버킨-우정과 매혹의 순간들'이 출간됐다. 서문에서 제인 버킨의 네 번째 사랑이었던 작가 올리비에 롤랭(제인 버킨은 그를 두고 “솔직하게, 나는 그가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이 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추억했다.)은 이렇게 적었다. “가브리엘의 많은 사진들은 내가 모르는 제인의 한때를 떠올리게 해준다. 그 사진들을 보면서 그 순간 내가 함께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잖이 안타까웠다.” 가브리엘 크로포드가 50여 년간 포착한 사진 속엔 제인 버킨의 슬프고, 고통스럽고, 짓궂고, 행복한 순간들이 생생히 살아있다.“막 열여덟 살이 되었고, 덜 여문 토마토처럼 파릇파릇했으며, 각자의 애인을 사랑하고 있었”던 때의 첫 만남부터 사랑에 빠져 보낸 숱한 밤들, 복잡하기 그지없었던 결혼, 싸구려 샴페인들, 롤링스톤즈가 ‘Hey, you, get, off of my cloud’를 고래고래 부르는 동안 테이블 위에서 춤추던 제인 버킨과 가브리엘 크로포드. 두 사람의 가장 내밀하고 찬란한 몇 가지 기억을 발췌해봤다. 가브리엘 크로포드: ‘Je t’aime... moi non plus’를 무대에서 부르던 당시, 너는 아무렇게나 자른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스타일을 하고 있었지. 내 아들 샘의 세례식에 너희 부모님과 우리 아이들이 전부 모였어. 그 후 6개월도 안 되어, 네가 애용하던 버드나무 피크닉바구니는 갱스부르의 절대음감만큼이나 유명해졌지.제인 버킨: “가브리엘은 늘 운전석을 지켰을 뿐 아니라, 수많은 모래언덕과 해변, 무대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가장 정교한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의 최고의 사진은 그녀의 손에서 나왔고 그녀의 눈으로 본 모습이다…. 영원한 친구인 가브리엘이 다른 곳으로 떠나자마자, 나는 그녀가 돌아오길 기약 없이 기다린다… “가브리엘 아줌마 있어요?” 딸이 물어본다…. “아니 방금 떠났어.” 그녀는 내 일부가 된다….”가브리엘 크로포드: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을 가장 잘 묘사한 단어를 꼽으라면 ‘결속’일 것이다. 결혼에서는 잘 결속하지 못했으나 우리의 우정에서는 달랐다. (중략) 1960년대 말에 최신 유행이던 초미니스커트를 입고서 나는 빅토리아역을 떠나는 야간열차가 내 친구와 그녀의 새 연인 세르주 갱스부르를 프랑스로 데려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유치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서 친구를 빼앗았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세상 누구도 내게서 이 친구를 뺏어가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몇 명 있지만 어머니는 단 둘이다. 엄마 그리고 갭(가브리엘의 애칭)이다. 천사 가브리엘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엄마와 둘이서 무대 뒤에서, 스튜디오에서, 그리고 같이 떠난 휴가에서 함께 즐거워하면서.” 루 드와용Chapter 사적인 이야기: 샤를로트 中가브리엘 크로포드: 샤를로트는 베일에 싸인 듯한 신비함을 간직한 아이야. 언제나 자기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용히 지켜보곤 했지. 그러더니 스크린에 등장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발산한 거야. 기품 어린 근사한 옆모습, 굉장한 배우이자, 무척이나, 무척이나 부드러운 품성을 지닌 아이.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점이야.제인 버킨: 나의 신비한 샤를로트, 사랑해 마지않는 소중한 아이. 케이트 옆을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곤 했지. 샤를로트와 함께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어.... 용감한 피에로, 내가 갖지 못한 사내아이 역할을 해준 아이.... “세르주는 제인을 ‘창조했다’. 그런데 제인이 세르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성스레 손질한 3일 정도 된 듯한 세르주의 수염이나, 맨 발에 신은 흰색 레페토 등을 세르주가 직접 연출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런 물건을 갖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는 물론, 그는 거장이다. 하지만 사생활에서는 늘 리드하는 쪽은 제인이었다.” 가브리엘 크로포드Chapter 공연 무대: 카지노 드 파리 中가브리엘 크로포드: ‘카지노 드 파리’ 공연은 세르주가 죽은 직후에 열렸지. 그렇게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그럴 힘이 남아 있는지 아닌지도 너는 채 알지 못한 상태였어. 파씨 거리 어느 벤치에 앉아 있던 네 모습이 기억 나. 벤치 바로 위편에는 흰색 레페토를 신은 세르주의 포스터가 있었지. 새벽 두 시경이었고, 세르주가 죽은 뒤 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 아이들 앞에서는 늘 강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쓰던 너였는데.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도 마찬가지로 그랬지.바로 그 순간, 너는 세르주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카지노 드 파리’에서 공연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제인 버킨: 세르주가 죽었어.... 나는 처음으로 그 없이 노래를 불렀고.“제인을 사진에 담는 것은 아이의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중략) 나는 그녀가 어디에서나 어떤 순간에나 완벽한 포즈를 취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걸 그녀가 잊어버리는 순간이 가장 좋다.” 가브리엘 크로포드Chapter 사적인 이야기: 아빠 中제인 버킨: 내가 아빠에 대해 말한 적 있던가? 정말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얼마나 노력해야 아빠처럼 용감해질 수 있을까. 내 인생에 아빠가 얼마나 영감을 줬는지.... (중략) 아베르 브누아에 있는 집의 제일 위층 아빠 방에는 무도회 드레스 차림의 엄마와 제복을 입은 아빠가 함꼐 있는 사진이 의자 위에 놓여 있어. 마치 아빠가 한창 멋졌던 그 시절 그대로 살아 있는 것만 같아.... 아빠, 난 아빠의 바지를 입고 공연할 때가 있어요, 아빠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기도 하고, 거기에서 아빠 손수건이 나올 때도 있어요....“제인은 머리에 연필을 꽂은 채로 린넨 셔츠 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해변을 걸어다닌다.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파리에 있는 제인의 집은 어두운 색의 날염천, 벽지, 조잡한 장신구들, 꽃 장식, 샹들리에, 사진 더미 아래 깔려 박제된 곤충들, 추억이 담긴 자질구레한 장식품들로 뒤덮여 있다. 그녀는 별난 구석이 있는 영국 여자다. 어쨌든 스타일과 생활방식 면에서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유일무이한 사람이다.” 올리비에 롤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