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ut Out! 고등래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고등학생만 참가할 수 있는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래퍼와 프로듀서, 힙합평론가의 시선으로 본 <고등래퍼> 그리고 각자의 베스트 래퍼. | 고등래퍼,헤딘,최하민,오션검,불리

윤병호의 스타일사실 지역 예선 선발전밖에 보지 못했지만, 내내 고개를 갸우뚱했다. 발음이 거슬렸다. 무조건 랩은 영어처럼 꾸며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가? 영어는 영어, 한국어는 한국어처럼 가장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게 최고다. 오히려 영어가 서툰 사람이 어설프게 발음을 굴리면 그것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영어 단어는 둘째치고 한국어까지 왜?) 그나마 의문없이 봤던 무대를 꼽으라면 윤병호(불리 다 바스타드)의 경인동부 지역대표 선발전이다. 이번 를 통해 윤병호와 양홍원, 이수린이 속해 있는 ‘딕키즈’ 크루를 처음 알게 됐다. ‘센캐’만 모여있는 크루 중에서도 돋보이는 캐릭터. 랩 스타일은 무난한 편이지만 정석적으로 랩의 맛을 살릴 줄 알고 “내가 한국에서 랩 제일 잘해” 식의 당당한 태도도 매력적이다. 옷 스타일 역시 과하지 않으면서 동시대적이며 마스크나 공연할 때의 제스처도 느낌 있다. 어쨌거나 래퍼에겐 랩 실력만큼 멋도 중요하니까.+사실 가장 괜찮다고 생각했던 참가자는 장용준. 감각은 쉽게 학습하기 어려운 덕목인데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고 랩 기본기도 탄탄한 편. 사생활 문제로 하차했지만 래퍼로서 봤을 때는 가능성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글/ 빈지노(래퍼) 이수린의 끼끼가 넘치는 이수린(루다)이 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이수린은 랩의 내용에 맞는 자세와 분위기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경인동부 지역대표 선발전 무대를 보자. 표정, 리액션, 분위기, 그리고 쿠지(Coogi) 스웨터 스타일...(노토리어스 B.IG를 상징하는 브랜드 ‘쿠지’를 입고 나오다니! 이런 문화적 차용이 얼마나 멋진가!) 이 모든 요소가 가사와 하나가 되어 생생한 캐릭터를 이룬다.를 통해 내가 발견하고 싶은 것은 학생의 풋풋함보다는 ‘래퍼의 현장고발’이다.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머리에 피가 안 마른 애 취급하지만 경험상 청소년기는 때로 어른들보다 더욱 어른스럽기도 하며 날카로운 비판과 신선한 사고가 가능한 시기다. 나는 이 방송이 부디 어른의 시각에서 애들을 귀엽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고, 또 학생들도 스스로를 어설프다고 지레 짐작하고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수린의 가사는 속을 뻥 뚫어준다. "We hate 어설픈 행동" 나도 "어설픈 행동" 싫어해. "내 생각에 인생이란 건 복권 꼴아 박고 꼴아 박고 꼴아 박다 보면 당첨" 그래! 이렇게 자기 생각을 시원하게 말해줘야지. 이 친구의 멋진 경력을 보고 싶다면 2015년 결승, 에피소드 07 그리고 배디호미(‘루다’로 랩 네임을 바꾸기 전까지 ‘배디호미’란 랩 네임을 썼다) ‘첫 장’ 뮤직비디오, B-Jyun의 ‘King's Man’ 뮤직비디오 등을 찾아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수린아! 네 가사처럼 진짜 메이저리그 가서 홈런 쳐라! 글/ 진보(보컬, 프로듀서)최하민의 자존감 먼저, 난 래퍼가 아니다. 힙합 프로듀서 겸 리스너의 입장으로 를 ‘즐겨’ 보던 그냥 애청자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취향에 맞는 한 사람을 리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동안 ‘고심’해서 시청해 봤다. 마치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두 명의 참가자 중 한 명만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심사위원처럼 말이다. 지역 1위로 뽑힌 친구들은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순위와 관계 없이 탄탄하고 특색 있는 랩을 보여준 윤병호, 오담률과 같은 친구들도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단순히 랩을 잘 한다거나 못 한다는 기준에서 벗어나 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 본 내 선택은 최하민(오션 검)이다. 최하민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성격 상 쉽게 보기 힘든 참가자다. 그의 랩에선 경쟁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이퍼 미션에서 선보인 타이트한 랩(꽤 공격적인 가사였음에도 불구하고)에서조차 여유가 엿보인다. 모두가 랩 실력 뽐내기에 급급할 때 최하민은 혼자 비트를 해석하고 어울리는 랩을 얹으며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등 ‘음악’에 집중한다.최종 지역대표 선발전에서 스윙스는 이렇게 말했다. “최하민은 자존감이 너무 높아서 ‘굳이 나는 세게 안 해도 돼’ 이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어딜 가도 잘 해요.” 가사를 까먹었음에도 프리스타일로 태연히 넘길 수 있는 것도, 이기기 위해 상대를 저격하거나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말들을 뱉어내지 않는 것도 모두 단단한 자존감 때문이지 싶다. 독기 어린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에서 지금 최하민은 유유자적 ‘Love & Peace’,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는 중이다. 글/ 썸데프(DJ, 프로듀서)조원우의 속사포바쁘다는 핑계로 원고를 쓸 래퍼를 가장 늦게 골랐다. 이미 다른 사람들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는, 혹은 가장 ‘멋’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래퍼들을 먼저 찜한 뒤였다. 왜 나는 그렇게 헛된 시간을...정대만도 아닌데...는 대체로 기괴한 광경을 보여준다. 물론 그 기괴한 광경의 원형질은 나 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그 ‘정도’를 측정하자면 가 조금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그중 압권은 출연자들이 교복을 입고 랩을 하거나, 교복 같은 유니폼을 입고 랩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프로그램 제목과 어울린다는 데에 나도 동의한다. 또 누군가는 통일된 제복(?)이 이뤄내는 물결을 좋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체육관 같은 곳에서 수천 명이 벌서듯 줄지어 서서 랩을 평가 받는 의 장면이 힙합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듯, 의 교복 역시 비슷한 맥락의 찝찝함을 선사한다. 교복이라는 기표가 지닌 몰개성, 비자율, 권위주의라는 기의를 곱씹은 후, 교복을 입은 래퍼들이 외치고 강조하는 힙합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보라!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한국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광경일지도 모른다.어쨌든 내가 고른 래퍼는 조원우(헤딘)다. 조원우는 출연자 중에서 확실히 랩을 잘하는 축에 속한다. 발성도 평균보다 좋다. 특히 에서가 아닌, 프리스타일 랩 배틀 대회 영상에서 그 재능이 두드러진다. 순발력도 좋고, 한국말 라임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알며, 랩 특유의 공격성과 재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에서는 폼이 하락한 모습이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몇 개의 풀 버전 영상을 봐도 그렇다. 물론 헤딘은 에서도 박자를 절거나 리듬을 못 타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의 플로우 디자인은 좀 옛날 랩 같다는 인상을 준다.뭐, 이것이야 취향 차이일 수 있다고 치자. 또 옛날 랩이라고 해서 꼭 완성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언뜻 물흐르듯 유려하게 들리는 그의 플로우가 실은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는 대체로 빠르게 랩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속사포’스러운 몇몇 구간이 있다. 사람들은 이 부분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고 소리를 지른다. 잘한다고 느끼니까 그러겠지.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이 나올 때마다 턱을 괴고 있다. 어쩌면 이 속사포 구간이야말로 가장 쉽고 아마추어적이며 안일한 플로우 처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액셀을 밟으면 누구나 그럴듯하게 들리는 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승부는 액셀을 밟으려는 쉬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비어 있는 공간에 당황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좋은 플로우 디자인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것이 더 좋은 랩이라고 믿는다. 글/ 김봉현(힙합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