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메종, 서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떠오르는 전 세계 11명의 아티스트,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디올 메종 컬렉션이 공개됐다. 디올의 상징적인 코드와작가들의 기술, 철학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우아한 화학작용. 그리고 이제 디올 정신이 깃든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파리, 런던에 이어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무슈 디올이 이상향으로 삼았던 평화로운 정원과 세련된 취향의 집이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다시 한 번 재현됐다. | 디올,리빙,메종,디올 메종

우아한 실루엣, 페미닌한 핑크빛 컬러, 은방울꽃, 야자수 나무. 무슈 디올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일련의 디올 유전자가 있다. 큰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노르망디의 대자연 속에서 꽃의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다양한 향기를 통해 미적·후각적 자산을 축적해온 무슈 디올. 그는 매주 흙을 밟는 것을 좋아했을 정도로 파리에서의 성공과 명성에서 잠시 벗어나 시골 정원에서의 휴식을 소중히 여겼다. 스트라이프 그레이 양복을 벗고 큼직한 스웨터로 갈아입은 후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으며 물을 주던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이번 디올 메종 컬렉션에 참여한 11명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은 무슈 디올의 세련되고 섬세한 취향을 자신들의 작품 세계에 반영했다. 무대미술가이자 현대미술 조각가인 위베르 르 갈(Hubert Le Gall)도 그중 한 명이다. “제 작품을 정의하자면 착시와 장난기, 전위 형태의 위트가 가득합니다. 제게 디올의 기호와 코드는 크리스찬 디올이 살았던 프랑스 남부의 집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거기서 모티프를 얻어 그가 좋아했던 야자수 나무를 그려 넣은 발레(Valet) 트레이를 구상했어요.” 위베르 르 갈이 만든 트레이 컬렉션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무슈 디올의 소박하고 우아한 작은 정원의 축소판 같다. 그가 만든 도자기는 단순한 듯 보이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과정이 덧입혀졌다. 골드 컬러의 나뭇잎 무늬를 일일이 손으로 붙여 장식했다. “복잡하게 얽혀서 그저 보이는 것이 전부인 작품보다는 만들기 쉬워 보이는 오브제를 선호합니다. 단순하고 여유 넘치지만 깊이와 감성, 개성을 지닌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디올 메종 컬렉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는 ‘꽃’이다. 꽃은 디올 하우스의 중요한 모티프이기도 하다. 1947년 2월 무슈 디올의 첫 오트 쿠튀르 패션쇼가 열렸던 몽테뉴 가 30번지 디올 부티크는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파란색 델피늄, 분홍빛 콩꽃,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했던 순백의 은방울꽃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아티스트 베로니크 테텡저(Véronique Taittinger)의 컬렉션은 디올이 사랑한 그 꽃에서부터 시작됐다. “무슈 디올에게 행운의 부적과도 같았던 은방울꽃을 모티프로 선택했습니다. 작은 종 모양의 꽃송이가 매력적인 은방울꽃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달까요?” 그릇 중앙에 곱게 숨어 있는 은방울꽃을 마치 숨은 그림 찾듯 발견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색깔로 규정 지을 수 없는 페미닌하고 우아한 색감이 그녀의 컬렉션에 녹아들어 있다. 플레이트, 티포트, 커피잔, 디저트 스탠드 등 세트로 구성되어 있어 테이블 한가득 디저트와 함께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릇 가운데 등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사랑스러운 핑크빛 컬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것이다. “도자기가 가마에서 구워져 나오면 가끔 제가 의도한 것보다 진하게 발색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원하는 색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컬렉션을 완성하는 이 모든 과정은 제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경험이었습니다.”페미닌한 무드의 또 다른 디자이너 뤼시 드 라 팔레즈(Lucie de la Falaise) 역시 은방울꽃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무슈 디올이 특히 사랑했고 제가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매혹적이고 섬세한 존재로 시간을 뛰어넘어 사랑 받는 클래식한 꽃이죠. 디올은 ‘가장 완벽한 모더니티’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파리를 여행할 때면 몽테뉴 가의 디올 하우스와 그 안에 있는 보물과도 같은 작은 작품들이 제게 항상 영감을 주곤 합니다.현대적인 품격과 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완성된 무슈 디올의 ‘디올 터치’를 런던으로 가져온다는 소식은 저를 무척 설레게 했어요.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해서 시대를 뛰어넘는 현대적 감성을 만드는 작업은 매우 소중한 가치예요.” 프랑스와 영국 두 문화권에서 활동해온 그녀는 전원에서의 점심식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피크닉 바구니를 만들었다. 캐시미어와 울 소재의 러그, 은방울꽃을 새겨 넣은 크리스털 글라스, 테이블보, 플레이트와 볼, 자수를 놓은 냅킨, 올리브 나무로 만든 커틀러리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디올의 플라워 유전자를 아방가르드하게 풀어낸 작가도 있다. “꽃병은 저와 디올이 공유하는 미학적 가치를 하나로 연결하는 완벽한 가교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전문 기술로 완성된 유기적인 형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장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 받는 제레미 맥스웰(Jeremy Maxwell)은 어린 나이에 유리의 세계로 뛰어든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가봉에서 14년간 살다가 다시 미국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전 세계를 방랑하며 그는 자신이 머물렀던 나라 고유의 아티스틱한 감성과 철학을 흡수했다. 현재는 파리에 있는 개인 아틀리에 ‘르 푸르(Le Four, 가마라는 뜻)’에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유리공예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영화 같다. “어린 시절 한 무더기의 유리 더미에 빠져서 팔을 다쳤어요. 불현듯 유리를 녹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다칠 위험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 유리에 공기를 불어넣는 모습을 보았던 그 순간 마치 운명처럼 평생 함께할 직업과 조우하게 되었죠. 이번 디올 메종 컬렉션은 100% 저이기도 하고 100% 디올이기도 합니다.”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완성된 그의 꽃병은 디올 하우스의 컬러에 대한 헌정과도 같다. 베니스의 전통적인 금 세공기법을 현대화하여 제작했으며 디올의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 핑크, 그레이 세 가지 컬러로 선보였다. 꽃병을 제작하면서 잘라낸 남은 유리 조각으로 문진을 제작한 점도 흥미롭다. 마치 한 세트처럼 같은 컬러의 꽃병과 짝을 이룬다. 꽃병의 형태는 손으로 찌그러뜨린 것처럼 전위적인 구조미가 인상적이다. “이번 디올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6개월간 이탈리아에서 배워온 필리그리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술은 상당한 수준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육체 소모적인 작업입니다. 유리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아서 공기를 불어넣는 동안 결정화됩니다. 마치 마법 같은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이번 디올 메종 컬렉션에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패션계가 사랑하는 괴짜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는 디올 메종을 위해 평소 애정하는 재료인 브론즈로 박스를 디자인했다. 인테리어 건축가 겸 가구 컬렉션을 만드는 러브 에디션즈의 창립자 제롬 파이앙 뒤마(Jérôme Faillant-Dumas)는 황동, 대리석 소재를 믹스한 재떨이와 오크로 만든 우드 트레이를 선보였다. 기능적인 세련미를 추구하는 건축가 형제 미카엘 & 다니엘 비스뮈트(Michel et Daniel Bismut)는 디올 메종을 위해 우아한 데스크 오브제를 만들었다. 디올 옴므의 남성적인 세계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들은 흑단, 스테인리스 스틸, 네이비 블루 가죽을 소재로 모던하고도 세련된 트레이를 완성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지베르토 아리바베네(Giberto Arrivabene)가 선보인 유리잔은 파리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호텔 파티큘리에’ 컬렉션은 유리잔 표면에 팔레 로즈, 방돔, 몽테뉴 가 30번지, 마레 지구 같은 익숙한 풍경이 그려져 있다. “클래식한 품격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디올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찬 디올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최고만을 추구한, 시대를 초월한 아티스트였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매력적인 디올 드레스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는 디올의 아이코닉 컬러인 핑크와 그레이로 우아한 오브제를 만들었다.이번에 협업한 작가 대부분은 디올 하우스를 향한 지극히 개인적인 회상과 추억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무대미술가인 인디아 마다비(India Mahdavi)는 2016년 S/S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꽃 형태의 세라믹 플레이트를 만들었다. 무슈 디올의 겨울 정원으로부터 영감 받은 플로럴 패턴의 크리스털 글라스는 심플함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6개 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잔마다 고유의 넘버가 수작업으로 적혀 있다. 살짝 언 얼음처럼 얇은 두께와 매끈한 실루엣을 통해 페미닌한 디올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인디아 마다비가 기억하는 디올이란 어떤 이미지일까? “몽토루의 라 콜 누아르와 같은 예술의 정원이 떠오르네요. 뉴 룩을 만든 크리스찬 디올은 고급스럽지만 심플한 음식으로 차려진 아름다운 식사 자리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홈 컬렉션을 처음으로 탄생시켰던 무슈 디올이 소중하게 여겼던 라이프스타일을 많이 참고했어요.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행복과 완벽한 밸런스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디올 메종 컬렉션에 참여했어요. 제게 디올이란 이름은 새로운 시작, 기쁨을 선사하는 예술로의 회귀를 떠오르게 합니다.” 무슈 디올은 목가적인 풍경에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길 원했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크리스찬 디올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살고 싶어했다. 패션 이후에 그가 꿈꿨던 삶이 어쩌면 디올 메종의 고유한 정신에 그대로 이식된 건 아닐까? 크리스찬 디올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반영하고 있지 않은 집에 산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