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델피나 델레트레즈의 빈티지 보물창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주얼리 디자이너 델피나 델레트레즈의 집은 그녀의 옷장만큼이나 개성이 넘치는 빈티지 보물로 가득하다. | 주얼리,시계,델피나 델레트레즈,폴리크로미아

“저는 우유와 패션으로 성장했어요.” 주얼리 디자이너인 델피나 델레트레즈는 촬영이 진행되는 중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어머니,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가족의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에서 액세서리를 담당하고 있다)를 힐끗 보곤 말한다. 어렸을 적 그녀는 칼 라거펠트가 작업 중인 아틀리에(혹은 그녀가 표현하길 자신의 ‘두 번째 학교’)에서 숙제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가 스튜디오에 있을 때 모든 것이 척척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았죠. 모두가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평소보다 훨씬 예뻐 보였어요.” 그녀가 말한다.아담한 체구와 침착한 성품, 머리에서 발끝까지 블랙으로 차려입고 짙은 갈색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긴 여인. 29세의 델피나 델레트레즈는 최근 걸출한 패션계에서 창의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녀의 증조부인 에두아르도 펜디와 아델 카사그란데는 1925년 모피를 전문으로 한 펜디 하우스를 설립했으며, 여성의 아름다운 몸매를 부각시켜주는 코트들을 선보였다. 그 정신을 이어받아 델레트레즈는 남자들의 세계로 일컫는 시계 시장에 자신의 첫 펜디 시계 컬렉션인 ‘폴리크로미아’를 내놓았다.시계는 펜디 본사가 위치한 로마의 팔라초 델라 치빌타 이탈리아나의 기하학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림자 때문에 저는 항상 그 건물을 거대한 해시계라고 생각했어요. 마치 다른 건물처럼 층마다 각기 다른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끔 아치 사이로 푸른 하늘과 근사한 일몰, 혹은 어두운 구름들을 볼 수 있죠. 꼭 마그리트 그림 같았어요.”펜디의 고객들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소유할 수 있듯 폴리크로미아 시계도 총 20개의 모델로 연출할 수 있으며 말라카이트, 타이거 아이즈, 옵시디언, 그리고 라피스 라줄리를 비롯한 보석들로 개인 맞춤이 가능하다. 컬러풀한 악어가죽 스트랩은 펜디 워크숍에서 수작업을 통해 완성됐고, 18캐럿의 골드 버클과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마무리되었다. 원형과 부채꼴의 세련된 케이스는 고정되어 있지만 마치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반대로 뒤집는 걸 좋아해요. 휘감기고 꼬이고 순응하고 변신하는 주얼리를 좋아하죠.” 그녀의 설명이다.델레트레즈는 그녀의 아버지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버나드 델레트레즈가 활동하는 리우데자네이루와 프랑스 남부를 오가며 성장했고, 현재는 올해로 9살이 된 딸 엠마와 함께 로마에 살고 있다. 모녀는 패션쇼를 보러 가거나 주말 여가를 보내기 위해 파리에 종종 머무르는데, 이를 위해 퍼스텐부르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6구의 보석 같은 아파트를 구입했고, 우리도 이곳에서 만났다. “광장이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마치 극장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이곳에서는 항상 일이 벌어져요. 연인들이 싸우고 사람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기 시작하죠.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고요.”이곳에는 기존의 마룻바닥을 돋보이게 할, 아름답게 낡은 나폴리의 바닥 타일을 포함해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동전들로 가득하다. 거실 중앙에는 동시대적인 폰타나아르테(FontanaArte)의 조명들을 따라 로마에서 가져온 커다란 거울이 달린 촛대 두 개가 위치해 있다. 델레트레즈는 거미 모양 같은 다리 위에 거대한 곤충 껍데기가 달린 장식품(아바나에서 발견했다)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품을 수집한다. 특히 방브 역(Portes de Vanves) 마켓 근처에서 찾아낸, 노란 호박 덩어리 속에 쪼그라든 고대인의 머리가 갇혀 있는 소품은 그녀가 가장 아끼는 물건 중 하나로 진품이다.델레트레즈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지닌 매력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코스튬 디자인을 공부했다. “사실을 말씀 드릴까요?” 그녀가 말한다. “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몰랐어요. 단지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죠.” 2007년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독립적인 파인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했다. 당시 그녀는 엠마를 임신하고 있었다.(딸의 아버지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이탈리아 출신의 배우 클라우디오 산타마리아다.) 브랜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엠마 왓슨, 리한나를 비롯한 팬들이 조각품을 넘어 거의 기계 제품에 가까운 그녀의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었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마스크 "/>주얼리의 극적인 매력은 델레트레즈의 중성적이고 어딘가 고딕적인 옷장에 의해 근사하게 상쇄되었다. 그녀의 옷장에는 로마의 성물 가게에서 구입한 블루, 블랙, 화이트 색상의 수녀복도 들어 있는데 주로 허리에 리본을 둘러 연출한다. “유니폼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유니폼이 가진 똑똑함과 기능성에 매료되었거든요.” 그녀가 설명한다. 그렇다면 델레트레즈가 사랑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콤 데 가르송, 시몬 로샤(그녀는 진정 인체를 생각한 옷을 디자인해요), 하이더 아커만, 발렌시아가.”“스타일이 자신이 움직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해요. 그건 거의 힘의 근원과도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처지면 자리에 앉아 자신의 몸을 좀더 느끼게끔 만드는 무게감 있는 무언가를 걸쳐요.” 신발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를 이룬 셀린의 플랫과 펜디의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제 키는 160 센티미터예요. 작죠!” 그녀는 로마의 펜디 아카이브에 출입할 수 있으며 영화 의 기네스 팰트로, 의 마돈나가 입었던 퍼 코트도 꺼내들 수 있다. “그 옷들은 대단해요. 마치 역사의 일부를 입는 것 같죠.” 델레트레즈 역시 그녀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먼 훗날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다.Delfina's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