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오피스 매뉴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아끼고 사랑하는 동료들에게 참을 수 없는 게 몇 가지, 아니 사실 몇 가지보다는 조금 더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Do Not List’. | 직장 에티켓,오피스,에티켓

얼마 전 문유석 판사가 쓴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트위터며 페이스북에서 수없이 공유된 명문의 일부를 옮기자면 이렇다.“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고 있는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업무 시간에 해라. 괜히 술잔 주며 ‘우리가 남이가’ 하지 마라. 남이다.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 하지 마라. 자유로운 관계 아닌 거 서로 알잖나. 필요하면 구체적인 질문을 해라.”세상이 바뀌어도, 오피스가 진화해도,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다. 대부분의 비극은 여기에서 온다. 직급을 권력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그 착각으로 일의 질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별다른 생각 없이 개인의 공간에 파고든다. 일과 사생활을 분리시키는 사람에게는 ‘이기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아무런 악 의 없이 개인에게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웃자고 한 소리’에 정색하면 예민한 사람이 된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말한다. 하지만 별것 아닌 일이 아니다. 우리는 좀 더 섬세하고 예민하며 조심스러워 질 필요가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사회에서 만난 ‘일 못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와 센스가 떨어지는 사람들이었다.일 년 전 와의 인터뷰에서 문유석 판사는 “물 밑의 분위기는 바뀌었다”고 선언했다. “이토록 개인주의자들이 많은데 조직의 집단주의는 왜 이렇게 공고한 걸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답했다. “어쩌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전 국민의 10퍼센트 정도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들은 목소리가 세고, 조직에서도 전체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물밑에 있는 사람들은 다 바뀌었는데 수면 위의 풍경만 바뀌지 않고 있는 거죠.” 그의 말에서 용기를 얻어, 지금 ‘물밑’에서 통용되는 규칙들을 나열해본다.오후 6시 이후에 연락하지 마라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오후 6시 이후에 전화나 이메일로 업무를 지시하는 일을 금지하는 규정이 검토됐다. 새벽까지 끊임없이 카카오톡이 울리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새벽 1시,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엄청나게 중요하고 믿을 수 없게 근사한’ 생각이 떠올랐을 때 당신이 마음놓고 연락해도 되는 상대는 남자친구뿐이다.전화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마라여전히 40~50대의 ‘부장’들 중에는 이메일보다 전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신의 장황한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정리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상대방의 몫이다. 중요한 이야기, 특히 돈 이야기는 이메일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회식은 점심에 하자아직도 회식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준다고 믿는 팀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예고도 없던 저녁 회식이 팀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불필요한 저녁 회식을 줄이고 점심 회식을 제안하는 상사, 산뜻하다.‘그냥’ CC 하지 마라자신이 보내는 모든 업무 이메일에 나를 참조하는 상사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너의 일은 너의 일이다. 나의 일도 곧 너의 일이다. 실무는 너가 해라. 그저 참고 삼아 보낸 줄 알았던 이메일로 인해 얼렁뚱땅 나와 상관없는 프로젝트의 실무자가 되어버리는 ‘CC의 매직’. 이메일을 보낼 때는 관련 있는 사람만 참조하라.엘리베이터 안에서 막말하지 마라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딱히 할 말이 없고 가만히 있기 뻘쭘하다고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지 마라. “요즘 얼굴이 좋다(살쪘다)” “머리 할 때 됐네” “어제 밤샜나 봐” 등 완곡하게 돌려 표현하는 외모 비하 발언도 꾹 참자. “너 오늘 좀 구리다”는 뜻인 것, 다 안다.출장자에게 한국 시간으로 연락하지 마라안 되겠지만, 노력은 하자. 곧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가 된다고 한다. 이런, 젠장.셰어하는 음식은 휘젓지 마라찌게도, 파스타도, 샤브샤브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입에 넣었던 숟가락으로 함께 먹는 음식을 휘젓지 마라. 동료들을 강제 다이어트 시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다른 사람의 모니터를 빤히 보지 마라당신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기사님에게 예의를 차려라상사에게는 한없이 조심스러우면서, 택배나 퀵 기사님에게 유난히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찾아오는 길을 묻는 전화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는 당신의 인성을 모두가 보고 있다. 당신이 그들에게 무례해도 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스테이플러를 ‘스틸’ 하지 마라남의 자리에서 물건을 집어 썼으면 제자리에 돌려놓자. 개인의 자리에 놓여 있는 펜과 스테이플러와 물티슈와 아이폰 충전기는 개인의 것이다. 회사에서 쓰는 물건이라고 해서 모두 공공재가 아님을 기억하자.타 부서의 업무 요청 메일을 ‘읽씹’ 하지 마라남 일이 아니다. 그것도 당신의 일이다.무신경하게 단체 카톡방 만들지 마라팀별, 업무별, 프로젝트별, 직급별로 촘촘하게 나뉘는 단체 카톡방이 업무 효율을 높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체방을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이 방은 개인의 휴대폰에 영구히 남게 된다는 사실을.(아이폰을 바꿔도 백업된다.) 한 번 만들어진 단체 카톡방은 나가기도 애매하고 없애기도 애매하다.지각한 동료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지 마라남들 다 앉아 있는데 숨죽이며 들어왔을 때, 주목 받지 않고 자리에 앉아 무사히 컴퓨터를 켰을 때, 상사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바로 그 순간에, 목청 좋게 아침 인사를 건네지 마라. 차가 막혔나 보네, 머리가 아직 덜 말랐네 같은 말도 사절이다.먹구름 띄우지 마라남자친구와 싸웠든, 일이 잘 안 풀리든, 상사나 후배가 마음에 안 들든 본인의 얹짢은 기분을 먹구름으로 표현하지 마라. 직접적으로 말을 해라.금요일 저녁에 업무 이메일 보내지 마라구체화해서 월요일 오전에 이야기하자는 배려는 제발 넣어 둬라.이어폰이 있다귀여운 아들과의 영상 통화,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무실에서 짬짬이 즐기는 것은 당신의 자유다. 다만, 이어폰이라는 게 있다는 걸 기억하자.오피스 쌍둥이가 있다동료가 착장한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이 좋아 보일 수 있다. 브랜드를 물어볼 수도, 똑같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도, 회사에 입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없이 나와 완벽하게 똑같은 착장을 한 동료를 마주쳤을 때, 심지어 그날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때,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적어도 사무실에 입고 오는 날에는 카톡 하나 보내는 것이 매너다.업무 이메일에 편지 쓰지 마라이메일을 보내고 또 보내는 ‘메일러’들이 있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려도 끝나지 않는 이메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메일, 일기를 쓰듯이 감정적으로 적어내린 이메일 속에서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업무 이메일은 일목요연하게. 핵심 요청 사항에 볼드 처리, 밑줄 긋기 등도 환영이다.뛰어가고 있는데 ‘닫힘’ 버튼 누르지 마라최소한의 인간애가 있다면. 대통령 임기만큼 길게 느껴지는 회사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을 아는 사람들끼리 그럴 수는 없는 거다. 더불어 뒤따라 오는 사람을 생각해서 문을 잡아주고 있는데, 고마운 기색 없이 ‘쌩’ 하고 탑승하는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다.‘팔로’를 강요하지 마라어느 날 트위터에 이런 글이 떠올랐다. “트위터에서 본 어떤 소식을 이야기하는데, 나의 트위터 계정을 묻지 않는 직장 사람들의 매너의 수준이 하늘을 찌른다.” 그 회사, 어딘지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의 ‘친구 맺기’는 사실 직장 동료의 당연한 의무와 권리가 아니다.사무실에서 손톱 깎지 마라귀를 의심했지만, 그 소리가 맞았다. 손톱은 집에서 깎자.아무 데서나 손톱 깎는 것 아니라는 할머니의 오랜 당부도 있지 않나.먹은 사람이 정리하라여전히 본인이 먹지도 않을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물이 묻은 그릇까지 수거해야 하는 막내들이 있다. 먹을 사람이 주문하라. 뒷정리도 먹은 사람이 하라. 주문은 푸드 플라이 앱을 사용하면 된다.타인의 스마트폰 사진첩을 넘기지 마라업무와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스마트폰을 넘겨주었을 때, 자동적으로 검지를 좌우로 움직이지 마라. 자연스럽게 다른 사진으로 넘어 가지 마라. 해당 사진만 볼 줄 알았다. 그러다 애인과의 농밀한 사진이 등장했을 때, 못 본 척하지 마라. 차라리 말을 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