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여자들이여, 어깨에 맘껏 힘을 줘도 좋다. 강인하고 건강하며 섹시하고 장식적이기까지 한 과장된 어깨의 변주가 시작되었으니. | 어깨

뎀나 바잘리아가 패션계에 남긴 가장 눈에 띄는 혁명은 소매의 변화일 것이다. 베트멍이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알린 해체적인 데님 팬츠나 베트멍 컬렉션을 정의한 기괴한 실루엣을 넘어, 패션계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킨 기나긴 소매의 유행(이제 갓 유통기한이 지난)은 그가 남긴 일종의 기록이었다.하지만 무릎까지 내려오던 소매가 차츰 손목을 향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요즘, 이제 그가 새롭게 집중하고 있는 ‘부위(?)’는 어깨다.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남성복과 여성복을 통틀어 최근 그의 컬렉션의 가장 큰 틀을 좌우한 것이 자유자재로 과장되거나 축소된 어깨 라인이었으니 말이다.요즘 언어로 하면 ’어깡’과 ‘어좁’을 넘나드는 형태를 선보였는데, 이번 시즌엔 아예 비현실적일 정도로 과장된 어깨 라인에 집중하며 온전하게 드넓은 어깨를 향한 페티시를 드러냈다.자크뮈스 역시 이 과장된 어깨에 힘을 실어준 또 한 명의 디자이너다. 그는 강렬한 어깨 라인에 서정적인 스토리를 더했는데 여기에 잘록한 허리 라인, 포크로어풍의 스타일링을 더해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했다.그렇다면 동시대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파리의 이 두 디자이너의 어깨가 이토록 광활하고 무거워진 까닭은 무엇일까?먼저 1980년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멜라니 그리피스와 시고니 위버의 파워 드레싱, 어깨 패드가 들어간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수트가 인기를 끌었고, 당시 전 세계 약 2억5천만 명이 시청했다는 TV 드라마 에서의 조앤 콜린스 스타일이 파워 숄더를 대중적으로 전파시켰던 시대 말이다.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주목을 받던 여피의 시대에서 어깨의 너비가 권력의 정도와 비례한다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였다.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 인권을 향한 강력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디올의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적힌 티셔츠만큼이나 강력한 메시지로서 단단한 어깨가 1980년대의 강인한 여성상과 함께 다시금 등장했다.이런 1980년대의 추억을 가장 잘 반영한 컬렉션으로는 질 샌더를 꼽을 수 있다. 핀스트라이프 스커트수트에 사각 브리프케이스와 반투명 타이츠를 매치한 룩은 1980년대 워킹걸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듯 보였으니까.에서 제르다 북스바움은 1980년대 패션에 대해 “극단적으로 몸을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여성의 몸집이 커 보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몸집이 작은 여성들도 엑스라지나 투엑스라지 코트, 남성용 셔츠나 티셔츠를 입고 그 속에서 ‘헤엄’ 쳤다.”라고 표현했는데, 이번 시즌 셀린 컬렉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둔탁한 패드보다는 오버사이즈 테일러링을 통해 과장되었지만 투박하지 않은 어깨 라인이 등장했고, 통이 넓은 팬츠를 매치해 걸을 때마다 옷이 자연스럽게 펄럭이는, 그야말로 옷 속에서 헤엄치는 스타일을 선보였으니 말이다.질 샌더가 스커트수트로 파워풀한 여성들의 섹시함을 보여주었다면, 셀린은 자신감 있는 여성들의 쿨한 애티튜드를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버전의 파워 숄더 시리즈가 등장했는데 먼저 스텔라 매카트니와 마르니는 좀 더 부드러운 곡선으로 부풀려진 어깨를 제시했다.질 샌더의 직각 어깨가 커리어우먼의 단호함을 드러냈다면, 이들이 선보인 럭비선수 같은 동그란 어깨 라인은 스포티하고 활동적인 무드를 담아낸다. 기존의 타이트한 애슬레저 룩보다 드레시하고 드라마틱하며, 둔탁한 어깨 라인보다는 여성스럽고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한 것.구찌와 디스퀘어드의 장식적인 어깨는 19세기로 돌아간 듯했다. 의복에서 어깨를 강조하기 위해 처음으로 패드를 사용했던 1800년대, 로코코 시대의 머튼 소매를 연상시키는 러플과 퍼프로 완성된 어깨 라인은 1980년대의 권위보다는 화려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 인권을 향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디올의 ‘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적힌 티셔츠만큼이나 단단한 어깨가 1980년대의 강인한 여성상과 함께 강력한 메시지로 등장했다.유행의 진화가 성감대의 변화에 따른다는 속설에 의하면, 이번 시즌 당신을 가장 자극하는 부위는 어깨일 것이다. 어깨가 강조되었던 과거의 룩들을 돌아보며 현재의 이미지를 찾을 것.섹시하고 파워풀한 여성상을 강조하고 싶다면 슈퍼 히어로와 페티시에서 영감을 얻은 클로드 몬타나와 티에리 뮈글러의 글래머러스한 아카이브를 참고하고,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스타일링은 1980년대 초반의 버팔로 스타일에서 힌트를 얻자.더불어 지금 영국 켄징턴 궁전에서 열리고 있는 故 다이애나 비의 의복 전시에서는 강인하고도 우아한 어깨의 현명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이제 숄더 패드는 다시 한 번 여자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재킷은 물론, 니트 스웨터, 티셔츠, 블라우스에 이르기까지 벨크로 밴드로 연결되거나 단단한 막대로 고정되어 건축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냈으니.이번 시즌 축 처진 어깨보다 더 초라하고 지루한 것도 없다. 아무리 혼란한 세상일지라도, 어떤 고난과 역경에 맞닥뜨리더라도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히 맞설 것. 그것이 지금 가장 현대적이고도 패셔너블한 애티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