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퉁퉁 붓고 뻣뻣하게 굳어가던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치유의 공간. 강원도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보낸 24시간을 기록한다. | 휴가,힐링,힐리언스 선마을,휴식,리조트

# 서울 신사동 AM 11:00나는 찌들어 있었다. 건조하고 답답한 도시의 공기, 주 5회 이용하는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 붙박이장처럼 오피스 가구와 물아일체 되어 몸을 꿈쩍거리지 않는 습관까지. 서글픈 일이었다. 딱히 증상도 병도 없다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정상적인 삶은 아니라는 것을. 멈추고 싶고 변화를 주고 싶어도 달리 방법을 찾지 못했다. 도시 속 건조한 헬스장과 인터넷에서 주문한 무용지물 건강식은 근본적인 변화가 될 수 없었다. 차라리 공간 이동, 순간 이동이 절실했다.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내 생애 가장 낯설고도 새로운 환경에서 딱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서울을,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 강원도 홍천 PM 14:00‘카카오톡’ 알림 소리가 완전히 끊기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로 1시간 30분 만에 벌어진 마법 같은 일이었다. 정말 지구에 이런 곳이 존재한단 말인가? 평온하고 고요하고 포근했다. 한겨울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춥지 않았다.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 싸고있는 나지막한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이 온몸을 말려주었다. 내가 지금 발 디디고 있는 곳은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마을. 일명 ‘웰에이징 힐링 리조트’라 불리는 자연 그대로의 ‘나’를 찾는 곳이다. 차를 주차장에 대고 웰컴센터로 올라가는 그 짧은 거리마저 가파른 경사길 이었다. 거친 숨소리를 몰아 쉬며 안내 데스크에 도착했다. 준비도 없이 벌어진 짧은 운동이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건네 받은 팜플렛엔 선마을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평소에 한 블록도 걷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란 원시인에게는 걷기가 참으로 즐거운 본능입니다. 세계 장수촌이 250m 고지 비탈길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십시오. 비탈길을 걷노라면 다리가 뻐근하고 숨이 찹니다. 하지만 그게 곧 건강의 지름길 입니다.”선마을은 ‘의도된 불편함’을 심어놓은 자연 속 리조트다. 어쩌면 리조트란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선마을은 걷기, 숨쉬기, 제대로 만든 좋은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기, 요가, 명상 등 휴양이 아닌 온전한 휴식과 치유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활동보다는 정지 상태가 훨씬 편하고, 사람과 마주하기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어지러운 생각들을 잠잠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평소에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휴대폰 조차 이곳에서는 먹통이 된다. 심심하고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한두 시간이 지나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동안 내가 무언가 봐야 하고, 들어야 하고, 써야 할 것 만 같은 강박증에 얼마나 시달려 왔는지 체감했다.# G.X룸 PM 16:00웰컴센터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다. 비탈진 경사를 따라 곳곳에 숙소가 독채 형식으로 마련되어 있다. 다시금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숙소에 도착했다. 테이블 위엔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박사가 보낸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힘드셨죠? 그러나 참 값지고 보람 있는 길입니다. 선마을에 계시는 동안만이라도 자연에 파묻혀 지내며 도심에 찌든 세포 하나하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실 바랍니다.” 그는 멈춤과 비움의 시간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선마을에서 누릴 수 있는 팁을 세세하게 편지에 써두었다. 산책과 사색의 즐거움을 주는 트래킹 코스, 인디언 원주민들이 모닥불을 켜던 것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키바, 국내 유일의 인공탄산천인 자연세유스파, 몸과 마음을 한껏 스트레칭 할 수 있는 숲속 유르트, 전시를 감상하며 지친 눈을 정화할 수 있는 효천갤러리 등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호기심을 가지고 해볼 수 있는 체험 거리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특히 힐리언스 선마을의 탁월한 점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사진이 지도하는 ‘건강운동 프로그램’이다. 선마을이 추구하는 모토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법을 알려주어 생활리듬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5시, 선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지는 G.X룸에서 요가 강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뻣뻣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적인 요가 동작들로 한껏 경직되어 있던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개운하고 상쾌했다.# 가든뮤직카페 PM 18:00저녁을 먹기 전 G.X룸과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가든뮤직카페로 향했다. 향긋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려거든 반드시 5시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 것. 카페는 8시까지 운영되지만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5시부터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다. 바람직한 수면습관과 생체리듬 회복을 위해 곳곳에 선마을의 세세한 배려심이 느껴졌다. 가장 편안해 보이는 의자를 선택해 뒤로 한껏 몸을 기울인 채 누워보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보인다. 천장의 일부를 유리로 만들어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한 가득 쏟아지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감상할 수 있다. LP판의 팝송을 들으며 음악과 함께 자연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큰 기쁨이자 작은 평화로움이다.# 치유동 PM 19:00힐리언스 선마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치유동으로 향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는데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내 몸은 지금 노폐물배출 중입니다’ ‘내 몸은 지금 혈액순환촉진 중입니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 지리라'는 소박한 믿음을 안고서 찜질방에서 상념을 뒤로 한 채 한참 동안 몸을 뜨끈하게 데웠다. 치유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연세유스파도 자리해있다. 생애 처음 몸을 담가본 탄산천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커다란 수조 가득 샴페인을 그득히 채워둔 것처럼 뽀글거리는 미세한 기포들이 지친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 온도 37도에 맞춰진 물 속에서 빠져 나올 때마다 사이다를 컵에 따를 때 터지는 청량한 기포소리가 났다. 임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그 효능을 인정 받은 탄산천은 말초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혈관에 쌓인 노폐물 제거를 돕고 손, 발 저림과 수족냉증을 개선시켜 주며 피부도 부드럽게 가꿔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유키 구라모토의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입욕했던 그 날 밤의 기억이 오래도록 맴돌았다.#다음 날 아침 AM 7:00이것이 바로 선마을 효과인 걸까? 그 동안 (좀처럼 12시 전에 잠들지 못했던) 서글픈 올빼미 생활을 해왔던 내가 10시 전에 잠 들어 아침 6시에 눈을 뜨는 기적을 체험했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한결 가벼웠고 머리가 맑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전날 이시형 촌장이 남긴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평소 쉬는 날 누리던 늦잠 대신 선마을 아침안개를 얻는다고 생각하시고 퇴촌하는 날 일찍 일어나시길 권해드립니다. 구름과 안개가 감싸고 있는 종자산 산봉우리의 전망을 보고 있노라면, 선경에 든 듯한 기분과 함께 절로 힐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해맑은 선마을 새벽달을 볼 수 도 있습니다.”그의 조언에 따라 영하 20도로 떨어진 기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몸을 칭칭 둘러감은 채 아침 산책을 감행했다. 비탈진 경사를 올라 얼마 전 새롭게 지은 숲속동을 산책했다. 해가 뜨는 순간을 최적의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422호 방 테라스에서 그 동안 좀처럼 잊고 살았던 일출의 장면을 목격했다. 그 시간이 아주 짧았지만 좋은 기운을 전해주었다. 마치 그날을 기점으로 나의 2017년이 다시 시작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달까? 선마을에서 24시간 동안 짧게 체험한 생의 리듬을 잃고 싶지 않았다.# 비채식당 AM 8:00선마을에서의 밤이 짧았다면 낮은 참 길었다. 시간을 더 얻은 기분마저 들었다. 평소 건너뛰거나 우유가 든 커피로 대체하기 일쑤였던 아침 식사를 제대로 했다. 1층에 위치한 비채식당 곳곳에 선마을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식사법이 눈에 들어왔다. 각 테이블 위에는 작은 모래시계가 놓여있다. 꼭꼭 씹어서 30분 동안 충분히 음식과 재료의 맛을 음미해보라는 선마을의 지혜가 담겨있다. 또한 식사의 순서를 바꿔볼 것을 제안한다. 식사 전에 과일의 단맛으로 식사량을 조절해 보라는 것. 후식을 식사 전에 먼저 먹는 선마을만의 독특한 식사법이다. 테이블에 정갈하게 놓인 하얀 배를 천천히 씹으며 맛을 느꼈다. (저녁에는 고소한 땅콩이 올려져 있었다. 땅콩의 껍질을 손으로 직접 까고 입으로 우물우물 씹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길게 느껴졌다.) 아침 식사 메뉴로는 소화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매생이 굴죽이 나왔다. 블루베리 드레싱을 곁들인 싱그러운 그린 셀러드를 큰 볼에 담아 먹으며 아삭한 식감을 즐겼다. 그 계절 가장 맛있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 담백하고 심심하게 요리한 선마을의 식단이 구내식당 메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아주 잠깐 했다.선마을의 건강한 식단을 집에서도 맛보고 싶다면 종합쇼핑몰 선이를 추천한다. 자연발효 된장, 저염김치, 우렁농법 힐링미, 홍천 잣기름 등 힐리언스 선마을과 협력하는 전문 검증단이 엄선해서 선별한 갖가지 식재료 뿐만 아니라 친환경 침구세트,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카테고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식당과 복층 구조로 연결된 2층에는 유리창으로 한 가득 들어오는 자연 채광을 받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춘하서가’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그 옆으로는 피아노 한대가 놓여 있어 이곳이 때때로 콘서트나 공연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숲속 유르트 AM 10:30선마을은 마음을 비우는 수련장이다. 생애 첫 명상수업을 받아보았다. 이란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엔 파란 매트에 누워 눈을 감고 아무런 의심 없이 명상의 원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해봤다. 손에 쥔 레몬을 입으로 깨물었다고 상상해보니 신기하게 입에 침이 고였고, 검지손가락이 길어진다고 믿고서 한껏 손가락을 뻗었더니 반대편 손가락 보다 한 뼘 길어져 있었다. 누군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 코웃음 칠지 몰라도 긍정적인 태도와 행복을 계속 그려보는 명상법은 서울까지 온전히 가져오고 싶었다. 삶이란 어차피 생각한 대로, 원하는 대로 결코 안된 다는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기운과 생각에 한껏 빠져보았던 선마을에서의아주 짧은 기억을 한동안 어두운 내 삶 곳곳에 이식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