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의 진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단조롭고 형식적인 협업 관계가 아닌진정성 있는 ‘공동 작업자’의 관계로 진화한 2017년 콜라보레이션의 현주소. | 콜라보레이션,협업

인스타그램에 #collaboration을 검색하면 무려 1백70만 개의 게시물이 나온다. 뷰티와 패션, 아트와 테크, 패션과 패션 등 내용과 소재의 상위 카테고리만도 무궁무진하다. 개인적이고 허무맹랑한 내용을 제하더라도 ‘콜라보레이션’ 태그를 단 수많은 포스팅과 ‘좋아요’ 숫자는 콜라보레이션의 인기와 대중화를 실감케 한다.실제로 2017년을 겨냥해 등장한 콜라보레이션은 여느 해처럼 다양하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기운이 감지된다. 서로 다른 목적의식을 가진 ‘기업과 디자이너’ ‘기업과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처럼 협업의 주체와 객체가 갑과 을에 가까울 수밖에 없던 구조가 아닌, 점차 ‘공동 작업자’의 개념으로 전환되는 추세인 것. 그리고 이는 동일한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 간의 협업으로 좁혀지고 있다.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알렉산더 왕 컬렉션에는 스텔라 매카트니, 릭 오웬스, 카니예 웨스트 같은 패션 디자이너와 꾸준하게 파트너십을 맺어온 아디다스가 동참했다. 런웨이 위 캡 모자에 적힌 ‘Wangfest’라는 문구처럼 알렉산더 왕은 컬렉션에 수많은 마케팅 전략을 집어넣었다. 아디다스도 그 장치 중 하나였는데, 아디다스 역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던 적이 없었기에 한층 신선하게 다가왔다. 고샤 루브친스키의 2017 S/S 컬렉션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휠라, 리복, 카파 등과 협업해 1990년대 스포츠 의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빈티지 이탈리아 운동복을 기념하고자 했다는 고샤는 휠라와 카파에 경의를 표했고 브랜드가 가진 기존의 디자인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의 커다란 라벨 아래 고샤의 라벨이 함께 자리했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 몬스터와 후드 바이 에어, 리바이스와 오프 화이트, 크록스와 크리스토퍼 케인 역시 상호보완적이면서 절묘한 협업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하지만 2017년 콜라보레이션 게임의 승자를 꼽으라고 하면 베트멍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진짜와 가짜, 과장되고 상업적인 광고 게임에 능통한 뎀나 바잘리아는 브리오니, 리복, 리바이스, 프라이탁, 마놀로 블라닉, 캐나다 구스, 맥킨토시, 콤 데 가르송 등 각자의 아이템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18개의 레이블과 파격적인 협업을 이뤄냈다. 결과는 공동 상표가 부착된(생산 역시 각각 브랜드 공장에서 담당한다) 의상과 액세서리로 탄생했고, 우리는 또 다시 뎀나의 비범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쇼가 끝난 직후 과의 인터뷰에서 뎀나는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우리의 쿠튀르적인 접근법은 실제 제조업체의 노하우에 있어요. ‘브리오니와 브리오니의 테일러링 노하우’ ‘콤 데 가르송 셔츠와 콤 데 가르송 셔츠의 셔츠 노하우’ ‘마놀로 블라닉과 마놀로 블라닉 힐의 노하우’처럼 말이죠. 우리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쿠튀르에 접근하지 않아요. 전형적인 베트멍의 디자인 트릭을 사용해 ‘공동 작업자’의 제품과 병합하죠. 물론 우리는 자수에 35시간을 소요하지 않지만 아이템별로 가장 좋은 전문가와 일할 수 있어요.” 뎀나는 디자이너로서 큰 그림을 그릴 뿐만 아니라 의상의 완성도와 장인정신에도 집중한다.이달 초 SNS는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 루머로 떠들썩했다. 이는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킴 존스가 루이 비통 태그가 달린 슈프림 로고의 스웨터를 포스팅하면서 기정 사실화됐다. 1854년에 창립해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스테판 스프라우스 등 개성 강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전설적인 작품을 남겨온 루이비통과 1994년 스케이트보드와 유스 컬처에서 파생된 슈프림의 문화가 어떻게 조합될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