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아티스트, 피에르파울로 피치올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발렌티노를 위한 자신만의 비전을 매혹적인 봄 컬렉션에 담아냈다. | BAZAAR,바자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와의 대화는 마치 서양문명사 특강을 듣는 것 같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 발렌티노의 디자이너는 니체부터 핑크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1970년대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잔드라 로즈, 휴머니즘과 죄에 집착하는 15세기 작품인 히에로니뮈스 보슈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까지 빠른 속도로 주제를 이어갔다. 이 담화 속의 공통된 가닥들은 모두 발렌티노의 봄 컬렉션 속에 녹아 있다. 이는 그의 파트너였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지난해 7월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떠난 이후 단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첫 컬렉션이었다.“제가 컬렉션을 시작한 순간이 변화의 순간이었어요. 변화를 겪은 문화적인 시점을 돌이켜보았죠. 중세시대의 끝, 르네상스의 시작, 그리고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사이의 시간까지도요.” 그의 설명이다.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부재는 현 시대의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인 디자인 파트너십 중 하나의 종말을 기록했다. 이 듀오가 17년 동안 발렌티노에서 나란히 일하기 전 펜디에서도 10년 동안 함께 작업했으니 총 30년간을 함께한 셈이다. 피치올리는 발렌티노의 2017년 봄 컬렉션을 통해 역사적인 하우스를 위한, 조율되지 않은 자신만의 신선한 비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제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컬렉션을 시작했어요. 혼자라는 것은 매우 다르죠. 모든 것이 훨씬 감정적이었어요. 스스로의 정체성에 더 깊게 접근해야 했어요. 이것이 진정한 차이점이에요. 단순히 또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마치 선언을 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 같은 컬렉션으로 전달되길 원했죠.”그리고 그는 해냈다. 햇살이 눈부신 파리의 살로몬 드 로스차일드 호텔의 살롱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화 같은 룩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룩이 활기 찬 핑크 컬러였고 연약하고 강하며, 사적이고 보편적인 것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이뤄냈다. 또 르네상스 아트(특히 ‘세속적 쾌락의 정원’)에서 힌트를 얻어 오래된 것과 새 것을 자유롭게 매치했다. 그는 작품에 근거한 오리지널 프린트들과 몽환적인 낙서 작업을 협업하기 위해 잔드라 로즈를 떠올렸고 그 결과물을 드레스와 코트에 똑같이 장식했다. 발렌티노와 동의어나 다름없는,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은 이브닝웨어는 물론, 좀 더 캐주얼하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재단된 데이웨어도 선보였는데, 패턴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 사각거리는 소재의 셔츠, 그리고 가죽 소재의 피 코트로 이루어졌다.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부재에 대해 그는 ‘더 헐벗은 느낌이 든다’고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이 경험은 매우 소중했고 숨겨둔 자신만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채찍질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너무 글로벌해진 요즘,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에 충실한 것, (자신의) 흥미로운 점을 곰곰이 찾아보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남들과 똑같을 수밖에 없거든요.”혼자라는 것은 매우 다르죠. 모든 것이 훨씬 감정적이었어요.다시 그의 르네상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제 자신의 미적 뿌리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저는 문화적으로 매우 이탤리언스럽고 뿌리는 이탤리언 르네상스에 가깝죠. 이 자유에 대한 생각을 좋아했고 (또한) 과거와 미래 사이의 연결성을 얻고 싶었어요. 잔드라 로즈에게 보슈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을 다시 디자인해줄 것을 부탁한 이유는 자유과 로맨티시즘의 감정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쇼에 참석한 사람들이 제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꼈으면 했고요.”디자이너로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피치올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아내와 세 아이이다. “정말 지지하고 믿어주는 가족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제 스스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에 앞서 아이들의 아빠이자 제 아내의 남편이라 생각해요. 그들 역시 저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보지 않죠. 당신이 하는 일이 아닌,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너무나도 중요한 거예요. 제 막내딸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면 이렇게 질문해요. ‘왜 저 사람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을 찍나요?’ 그럴 때마다 너무 좋아요.”가족 이외에도, 피치올리는 그의 옷을 사랑하는 헌신적인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에는 헤일리 스테인펠드, 제시카 알바, 다이앤 크루거, 셰일린 우들리, 다코타 패닝, 릴리 콜린스(이들 모두 프런트 로에 앉아 그의 데뷔 쇼를 관람했다)를 꼽을 수 있다. “당신이 누군가와 진심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될 거예요. 그들이 당신을 아끼고, 당신도 그들을 아끼기 때문에 서로 지지하는 관계가 형성되죠.” 그를 우러러보는 스타들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일이 아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면 당신에게 분명 되돌아올 테니까요. 사이가 가까워지고 소중한 가치를 같이 공유하는 거죠.”팬의 영역은 피치올리가 발렌티노를 위한 자신만의 솔로 비전을 계속해서 드러냄에 따라 더욱 넓어질 예정이다.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다시 만들어내야 해요. 계속해서 꿈을 꾸고, 또 사람들이 그 꿈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