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예술가 집단 '사라일렌베르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베를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사라 일렌베르거의 작품은 유머러스한 터치와 디테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사라는 에르메스, 코스, 앤아더스토리 같은 패션 브랜드의 윈도 디스플레이와 <뉴욕 타임스>, <플랜트 저널> 등 매거진과의 아트 워크, 그리고 개인적인 페이퍼 인스톨레이션 전시를 선보이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녀가 만드는 모든 작품들은 ‘시각적 해석의 다양한 형태’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시작된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사라 일렌베르거

Sarah Illenberger당신의 작업물은 예상치 못한 은유와 위트로 가득하다. 자라온 환경이 궁금하다. 어릴 적 뮌헨에서 아버지는 레스토랑을, 어머니는 주얼리 숍을 운영하셨다. 이 두 가게는 바로 옆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컨셉트 스토어와도 같았다. 덕분에 한쪽에선 하이엔드 귀금속을 접했고 다른 한쪽의 주방 구석에서는 밀가루와 달걀, 얼음 등으로 놀이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 뮌헨은 믹 재거, 프레디 머큐리 같은 뮤지션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창조적인 기운이 돌던 도시였다. 부모님도 그 크리에이티브 신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나 역시 놀이터에서 놀기보다는 부모님과 어울리던 아티스트의 아틀리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즐겨 사용하는 타이틀은 무엇인가? 작업의 영역을 제한하는 것 같아서 타이틀을 규정 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 달이 아티스트라면 다음 달은 포토그래퍼가 될 수도 있는 게 내 일이다. 결국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언어를 구사해 하나의 메시지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통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의 작업은 컴퓨터로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기보다는 직관에 따르는 편이다. 사실 디지털을 사용하면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어서 가능하면 더 많이 하고 싶다.(웃음) 하지만, 손을 사용하는 게 내게는 더 자연스럽고 감성적인 작업 방식이다. 손은 가슴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를 통하는 순간 손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감성을 잃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도 직접 만지고 느끼면서 작업한 것들이 반응이 더 좋다. 매거진을 위한 아트 워크"/>런던에서 공부하고 뮌헨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사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베를린 특유의 예술적인 분위기와 큰 대도시와 비교해 저렴한 렌트 비용도 한몫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스튜디오와 같은 환경도 런던이었다면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런던에서 직업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은 너무 크고 바쁘고 복잡하다.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과거에는 도시에서도 영감을 얻었지만 자본주의가 도시의 시각언어를 획일화시켜버린 요즘에는 주로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그래서인지 자연물을 주제로 하거나 자연물을 소재로 한 작업들이 눈에 띈다. 한 가지 이유는 과거에 인공적인 재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 질렸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자연물이 주는 모던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꽃, 음식, 풀과 같은 자연물은 원하는 재료를 찾거나 사용하기가 어렵지만 잘만 다룬다면 인공적인 재료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종이로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에르메스는 나라별로 윈도 디스플레이가 다르다. 그래서 해외에 갈 때마다 에르메스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에르메스와의 작업은 어땠나? 에르메스와의 작업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베를린에 위치한 백화점 윈도 디스플레이를 맡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에게는 매우 큰 프로젝트였다. 이때 처음으로 팀을 꾸려서 일하게 되었다. 그 뒤로 매 시즌 에르메스 매장의 윈도 작업을 하고 있다. 시즌마다 하나의 큰 테마를 가지고 전 세계 작가들이 작업을 하는데, 단순히 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하기보다는 에르메스의 철학과 주제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금도 에르메스의 봄과 여름을 위한 윈도 디스플레이를 계획 중이다.당신처럼 사진, 세트 디자인, 편집 디자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팀을 꾸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작업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있는가?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서 독립적으로 진행해왔다. 단, 프로젝트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서 일하는 사람을 선별해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에르메스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팀의 규모를 키우고 적절한 사람들을 선택해 일을 분산했다. 이 방식은 나를 한 가지 재료와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내가 작업하는 방식이 한 가지였다면 고정된 크루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패션 브랜드가 있다면? 폴 스미스와 일해보고 싶다. 그의 윙크하는 듯한 유머와 시각언어가 마음에 든다. 나와 잘 맞을 것 같다.패션 분야에 있어서 아트 디렉터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하려는 노력, 즉 ‘오리지낼러티’다. 한 발 앞서 나가 있어야 하고 이미 있던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함께 일하는 브랜드의 DNA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아트 디렉터와 아티스트의 경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표면적으로 아트 디렉터는 커미션이나 상업적 브랜드, 클라이언트를 위해 일하는 반면에 아티스트는 자신을 위해서만 작업하며 커미션에서 자유롭다. 요즘 아티스트는 상업적인 일에 치중하는 순간 더 이상 ‘예술가’로 인정 받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 같은 과거를 생각해보면 화가들이 커미션을 받고 인물화를 그려주는 게 당연했고, 그럼에도 예술가로 인정 받았다. 이런 걸 보면 요즘이야말로 아티스트로 불리기에 더 엄격한 시대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