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 핀 꽃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당신의 옷장에 만개한 꽃의 기운을 불어넣어줄 이번 시즌 뉴 플라워 룩. | 구찌,플라워,펜디,런웨이,꽃

누구에게나 곱씹을 때마다 감동의 여운이 짙어지는 순간이 있다. 내게는 라프 시몬스가 앤트워프 베이스의 플로리스트 마크 콜과 함께 다섯 개의 방을 수천 송이의 생화로 채웠던 디올에서의 첫 쿠튀르 컬렉션이 그랬다.한 가지를 더 꼽자면, 늘 영감의 원천이 정원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온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잉글리시 로즈 가든에 심취해 있을 당시 화사한 파스텔 톤의 팔레트와 함께 ‘벚꽃 엔딩’으로 대미를 장식했던 피날레.이 둘의 공통분모는 꽃이라는 무대장치였다.이번 시즌에는 꽃을 사랑한 한 남자, 드리스 반 노튼이 그 바통을 이어갔다. 앤트워프 외각에 큰 정원을 소유한 패션계의 소문난 원예가이자 장미꽃에 둘러싸인 성에 살고 있는 그는 2017 S/S 런웨이의 드라마 증폭 장치로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꽃을 택한 것. “꽃은 내 인생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한 편의 작품 같았던 드리스 반 노튼의 무대가 막을 내린 후 다시금 분주해진 백스테이지에서 그가 말했다. 식물 조각가로 불리는 아즈마 마코토의 손길을 거쳐 마치 박제된 듯 묵직한 얼음 조각 안에 꽃들이 가득 채워진 아이스 플라워 큐브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다채롭기 그지없는 1백여 종의 꽃들이 분해되고 또 결합되어 팬츠수트와 비대칭 슬립 드레스의 프린트로 재탄생되기도 했다.한편 로에베의 시도는 조금 더 진취적이었다. 지난해 말 하우스의 역사를 기리는 대대적인 전시 를 마드리스 왕립식물원에서 연 것도 모자라 마드리드에 새롭게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 비밀의 정원 같은 꽃집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2017 S/S 광고 캠페인의 한 버전으로 꽃(중세시대 플로리스트이자 작가인 콘스탄스 스프라이에게서 영감을 얻은)을 피사체로 등장시켜 신선한 비주얼을 완성했고, 런웨이에서는 꽃 모티프를 볼드한 커프스와 참 장식, 프린트로 구현했다.또 1970년대 나이트클럽처럼 꾸며진 구찌 쇼장에는 20세기 팝 컬처와 르네상스 빈티지를 현기증이 날 정도로 화려하게 믹스한 구찌표 네오-쿠튀르 룩이 펼쳐졌는데, 동서양을 막론한 꽃봉오리들이 수놓인 자카드와 실크 의상뿐만 아니라 꽃잎의 모양을 형상화한 거대한 조각이 헤드 피스와 브로치, 귀고리로 분했다.꽃 모티프를 오브젝트의 경지로 이끈 구찌에 이어 펜디는 테크노 로코코 양식으로 정의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부활을 주제로 프랑스 혁명시대를 재현하듯 극도로 럭셔리한 소재에 정교한 장인정신을 접목한 꽃 자수, 마이크로 커팅한 꽃봉오리 모양 퍼 참 장식과 장신구로 힘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