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오의 러브송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뉴욕에서 온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천재 소년, 감미로운 목소리에 훈훈한 외모까지 갖춘 ‘엄친아’, 이 밖의 케빈오는? 케빈오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시간들이 담긴 앨범 'Stardus'가 세상에 나왔다. | 인터뷰,케빈오,Stardust,슈퍼스타K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이미지가 있다. 잠시 후에 촬영할 의 영상을 위해 여자 친구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청할 예정이다. 어떤 곡을 들려주고 싶나? 옛날 노래가 좋겠다. 클래식하고 사랑스러운 노래들. 비틀스의 ‘I Wanna Hold Your Hand’, 조지 해리슨의 ‘Something’, 제이슨 웨이드의 ’You Belong to Me’, 혹은 이번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나의 자작곡 중에서 즉흥적으로 골라보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연애를 한 게 4년 전이다.(웃음)아이러니한 일이다.(웃음) 실연을 당해야 곡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닌가 보다. 나는 오히려 마음이 꽉 채워져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스타일이다. 존 로크가 말한 타불라라사(Tabula Rasa), 마음이 텅 비어 있는 백지 상태를 기다린다고 해야 하나?가 끝나고 첫 번째 앨범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도 ‘백지 상태’를 기다린 건가? 그런 것 같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두 달 전쯤 고향인 뉴욕에 가서 작업했다. 그전까지는 한국적인 음악을 만들어야겠지, 포크의 연장선이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사람들이 좋아해줄 음악이 뭘지 생각했다. 그런데 뉴욕에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감사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에서 보여준 것과 케빈오가 하고 싶은 것은 다른가? 방송에서도 좋은 곡들을 많이 만났지만, 앨범에서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뉴욕에서의 경험이 만든 케빈오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나? ‘어제 오늘 내일’은 4년 전 뉴욕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썼다. 당시에는 곡을 쓰지도 못했고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너무 생생한 현실이라서. 많은 시간을 흘려 보낸 뒤에야 쓰게 된 이 곡은 이별에 대한 노래도 아니고 그렇게 슬픈 노래도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노래가 됐다. ‘Stardust’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우 달콤한 곡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연애한 지 오래되어서 연인에 대한 솔직한 노래가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나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 가족을 떠올리며 썼다. ‘Paradise’는 템포감이 있고 관능적인 느낌의 곡이지만, 사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한 노래다. 이번에 다시 뉴욕으로 가서 할머니를 찾아뵈었다. 근데 내가 도착한 날에 할머니가 응급실에 들어가셨다. 아프고 힘든 상황에,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서 힘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늦은 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멋지게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 곡을 만들었다. 얼마 전에 할머니께 들려드렸는데,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쓴 노래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앨범 부클릿을 읽으면서 아시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서.한국어가 서툴 줄 알았는데, 유창하다. 직접 쓴 가사에도 한국어의 섬세한 뉘앙스가 잘 살아 있더라. 사실 가사를 쓰는 게 가장 힘들었다. 뉴욕에 가기 전까지는 가사 한 줄 밖에 없었다. ‘서울에 살던 집은 분홍빛 너머로 어리는 너의 모습 비춰’, 이 한 줄. 아침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모든 풍경이 핑크색으로 물든 강변북로를 달리며 떠오른 가사다. 짧은 이별이지만 한국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에 참여하게 되어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이 벌써 그리워할 대상이 되었나? 요즘에는 이상하게 한국에 있을 때도 한국이 그립다. 오히려 뉴욕은 그다지 그립지 않다. 아, 뉴욕 피자는 그립다.(웃음)서울에서도 마음에 드는 피자를 찾았나? 찾았다. 이태원 호머 피자와 홍대 맥 파이 피자. 뉴욕에서는 치즈 피자를 주로 먹었는데 한국 피자는 토핑이 되게 맛있다.이번 앨범 작업을 함께한 프라이머리와는 어떻게 만났나? 공연장에서 프라이머리 형을 보고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내가 하던 포크록 기반의 음악을 좀 더 신나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함께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뉴욕의 다락방으로 초대하기도 했다.어린 시절 그 다락방에서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나? 가장 처음에 들었던 건 클래식. 드뷔시를 좋아했다. 그 다음에는 재즈로 넘어갔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Flamenco Sketches’였다. 그 다음에 구글과 유튜브로 기타를 익히면서 옛날 가수들의 음악을 많이 듣게 됐다. 비틀스, 밥 딜런, 이글스, 제프 버클리. 특히 제프 버클리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얼터너티브 록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음악은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는 콜드 플레이의 첫 앨범이랑 두 번째 앨범을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점심 시간에 축구를 하기보다는 혼자 헤드폰 쓰고 뒷자리에 앉아 있는 타입이었나? 축구는 진짜 못 했다.(웃음) 어릴 때는 진짜 샤이해서 혼자 음악 듣는 시간이 많았고 친구들도 많이 안 사귀었다. 초등학교 때 동양인이 세 명밖에 없는, 백인만 있는 학교에 다녀서 더욱 그랬다. 고등학교 때부터 조용히 음악도 하고, 연극도 하고, 이상한 매스 클럽(Math Club)에서 재미로 수학도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수학을 재미로 했다고? 그때 그 매스 클럽의 회장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드였던 것 같다. 요즘에는 너드가 힙스터가 됐지 않나. 하지만 그때는 그냥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을 만한 너드였다.(웃음) 꼭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꿈이랄 것이 없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딱히 꿈이랄 게 없다.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꿈을 전시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음악을 하기 위해 좋은 직장을 마다하고 뉴욕에서 온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로 케빈오를 기억하고 있다. 에 출연했던 것은 잘한 일 같나? 무조건, 잘한 것 같다. 물론 방송은 나의 의지대로 컨트롤되는 게 아니다. 흘러가는 상황을 그냥 받았다. 왜냐하면, 인생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떠나서 한국에서 살면서 제일 친해진 친구들이 방송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그리고 방송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팬분들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잘한 일인 것 같다.꿈이랄 것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음악을 하나? 얼마 전 메릴 스트립의 골든 글러브 연설, 너무 멋지지 않았나? 특히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If something breaks your heart, turn it into art.”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할 수밖에 없어서, 재밌어서 하는 것 같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렇지 않을까? 이를테면 지금의 밥 딜런에게 그런 의문이 생기지 않나. 이미 레전드인데 왜 계속 음악을 하지? 음악도 잘 안 나오고 거의 키도 못 잡을 정도로 노래도 못하는데? 답은 어쩔 수 없어서이지 않을까? 밥 딜런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닐 것이다.내가 하는 음악이 별로인 것 같고, 사람들이 사랑해주지 않아도 계속 음악을 할 것 같나?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할 것 같다. ‘계속’ ‘꾸준히’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취향이 좋은 사람들이지만, 취향과 결과물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노력해도 마음속에 있는 것이 표현되지 않는 시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한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해야 취향과 실력의 갭이 줄어드는 것 같다.100% 동의한다. 매력과 실력은 정말 다르다. 좋은 것들은 결국 시간을 들여야 만들어지는 것 같다. ‘10,000 Hour Rule’, 두뇌가 어떤 분야에 적응하는 데 1만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까지는 그냥 계속 꾸준히 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완벽한 것이랑 맞춰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완벽한 것이 뭔지도 잘 모른다.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좋아한 밴드가 있으면, 그들의 음악이 변화하는 과정을 알 수 있지 않나.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지, 나 역시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경이로울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