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과 보낸 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그가 말했다. “인간 류준열에겐 ’덕후’ 같은 느낌이 있지만 배우 류준열로서는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해요.” 무심함과 섬세함, 자유분방한 기질과 치밀한 취향이 공존하는 남자. 류준열과 보낸 밤. | 인터뷰,더킹,류준열

요즘 별명이 ‘충무로 소’더군요.(웃음) 1월 18일 개봉한 , 얼마 전 촬영을 마친 , 한창 촬영 중인 , 이제 막 크랭크인 한 .... 작품 수도 그렇지만 장르와 캐릭터가 가지각색이라 인상적이었어요. 모두 우연입니다. 시나리오가 흥미로우면 어떤 역할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되게 재미있는 얘기네, 이거 하고 싶다, 하는 본능적 마음에 가까웠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물론 달라서 좋다고는 생각했지만.역할 비중보단 작품 자체를 신경 쓰는 느낌이었어요. 의 정우성, 조인성, 의 송강호, 유해진, 의 최민식, 의 문소리, 김태리 등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영화들이지만 서브 캐릭터인 것도 사실이에요.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가 다 다르잖아요. 자기가 극을 끌어가고 싶으면 원톱 주연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고 저는 아니었던 거예요. 뭐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를 뿐이죠. (드라마 의 이미지를 깨고 싶은 의도는 아닐까 싶었어요.) 드라마든 영화든, 장르, 캐릭터, 절대 가리지 않아요. 만약 내가 고른 작품이 전작과 비슷한 인물이라도 상관없어요. 자꾸 벗어나려고 하면 오히려 좋은 작품을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임하면 돼요.영화 에서는 처음으로 주먹 쓰는 악인 ‘최두일’을 연기했어요. 이야기 자체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사를 아우르는 풍자극이다 보니 무거우면서도 유쾌한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아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두일은 풍자와는 좀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에요. 검사 ‘박태수(조인성)’의 친구이자 어두운 일을 대신 해주는 해결사. 오히려 좀 쓸쓸한 사람이죠. 최전방에 나가 있는 인물도 아니고 두일이 빼고는 모두 검사니까. 한재림 감독님이 검사와 조폭이 헷갈리는 듯한 뉘앙스를 원하셨기 때문에 그 지점에 집중했어요.은 물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역시 정치와 권력에 관한 이야기인데 조심스럽지는 않았나요? 오히려 더 즐겁게 찍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근대사가 패치워크처럼 어떻게 이렇게 또 맞네, 이러면서. 아마 은 시원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영화일 거예요.그간 인터뷰에서 초심을 잃지 말자고 강조하더군요. SNS에서도 ‘처음’ ‘시작’ ‘새로운’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고요. 돌이켜보면 첫 영화인 촬영했을 때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 자체만 고민할 수 있었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지금 작품에 덜 집중한다는 건 아니지만 여러 종류의 스케줄이 생겼고 신경 써야 할 다른 문제도 많아진 건 사실이니까요. 정말 딱 하나에만 빠져 살았던 그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아요.유튜브에서 신인 때 만들었던 자기소개 영상 ‘배우 류준열’을 봤어요. “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쌀을 안치고 30분간 명상을 합니다.”라는 호탕한 인터뷰 뒤에 팬티 바람으로 침대에 누워 “아, 뭐야, 불 꺼!” 하는 장면이 이어지는.(웃음)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시트콤 같은 느낌이 미드 같았어요. 그죠? 를 정말 좋아해요. 개인적으로는 시트콤이 ‘끝판왕’인 것 같아요. 한 편 한 편 호흡이 짧으면서도 모든 장르가 다 들어가 있잖아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어요. (의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누구를 고르겠어요?) 당연히 ‘드와이트’죠! 인스타그램 팔로도 해놨어요.(웃음) 누군가는 ‘짐’이 어울린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멀끔한 타입이 아니에요. 주인공 ‘마이클 스캇’은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 정도의 아우라가 아니면 힘들 것 같고요. 의 배경인 페이퍼 컴퍼니 ‘던더 미플린’에도 꼭 가보고 싶어요. 어떤 세트이기에 그렇게 리얼한지 너무 궁금해요! 직업이 배우니까 세트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런던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를 다녀오곤 새로운 감동을 알았어요. 정말 심장이 쿵쾅쿵쾅하더라고요.그럼 두근거리는 질문 하나. 만약 해리 포터가 다니는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한다면 마법의 모자가 어떤 기숙사에 배정할 것 같아요? 어렵네요.(웃음) 흠...예전엔 후플푸프나 래번클로처럼 비주류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배우 류준열은 그리핀도르가 맞는 것 같아요.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인간 류준열은 후플푸프에 가까워요.의 에디 레드메인이 연기한 너드 ‘뉴트 스캐맨더’가 후플푸프 출신이죠. 제가 그 과예요. 개인 공간이 꼭 필요한데 최근엔 더더욱 조용하게 뭔가를 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어요.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혼자서 멍하니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해요. 아, 인터뷰에서 항상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주제들로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연기에 대한 이야기보단 소소한 일상이나 취향을 말하는 걸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연기 얘기는 한계가 있어요. 아직 잘 모르겠고, 지금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많이 물어보고 답하려다 보니까 그때그때 답변도 다르고. 취향은 오랫동안 즐겼던 거니까 확신이 있죠.자기 취향이 확고한 편인가 봐요. 잡식이지만 하나에 꽂히면 막 파고드는 타입이에요. 해리 포터 완드(지팡이)를 종류별로 모은다고 치면 그중 한 모델만 다른 브랜드가 들어가는 걸 못 참겠어요. 심슨 피겨를 수집하는데 레고와 그냥 피겨가 섞일 때의 그 괴로운 느낌.... 옷 입을 때도 스니커즈의 고무창 톤이나 양말 같은 디테일에 신경 쓰는 편이에요. 말해놓고 나니 좀 변태 같네요.(웃음)수집하는 물건이 있다면요? 컴퓨터에 미국, 런던 등 나라별로 여행 컬렉션 폴더가 있어요. 그리고 아이폰 사진첩에 저장되는 장소 핀 표시! 그게 전 세계에 꽂혀 있는 게 너무 뿌듯해요. 좀 ‘덕후’ 느낌이 있죠.그런 ‘덕후’ 기질이 연기와도 이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지극히 일상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꼼꼼하게 축조됐다는 인상이랄까요? 사실 자연스러움을 연기한다는 게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데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성격이 반영될 수밖에 없겠죠. 영화든 드라마든 아무리 픽션이라도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공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같은 대사라도 좀 더 말같이 하려고 해요. 극적인 톤보단 진짜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말투나 단어를 쓰려고 하죠. 아마 자연스럽다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연기적으로는 최대한 열어두려고 해요. 워낙 훌륭한 선배님들과 작업 중이고 모두 다른 에너지를 갖고 계시니까 무조건 열어두고 배우고 싶어요.자기소개 영상에서 ‘쌀과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일상 속 사소하지만 중요한 의식이 있나요? 한 장씩이라도 책을 읽는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꼭 하고 자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들은 지키려고 애써요. 지금은 이재영 작가님의 를 읽고 있어요. 엄마랑 딸이 같이 여행하는 에세이인데 딸이 엄마를 성장시킨다, 되려 엄마가 딸에게 배운다는 느낌이 신선했어요. 보통은 딸을 기른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책에서는 반대예요. 그리고 여전히 일기를 써요. 일기를 쓰지 않으면 그날이 휘발돼버리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반성으로 시작하곤 했는데 요즘엔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추상적으로 많이 적어두는 편이에요. 하루를 정리할 겸.이를테면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하는 구절들 같은 건가요? “우리의 아침은 늘 기적이다.”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믿고 있다.” “우리는 진짜야.” 아악, 소리 내서 읽지 마세요! 글로 보면 괜찮은데 대면하고 얘기하니까 너무 부끄러워요. 근데...요즘 그런 거 많이 써요. 인스타그램에 아직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쟁여놓은 건 많아요.(웃음)로맨티스트적 면모가 있네요. 사랑에 있어서도 낭만적 로망이 있나요? 초등학교 때 친구와 결혼까지 쭉 연결되는 관계를 보면 참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짝꿍이었던 사람이 와이프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보면 두근두근 설레요. 같이 작품을 하다가 연애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현장 들어가면 굉장히 정신없고 바빠서 그러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사랑’ 하면 떠오르는 건 일단 사랑은 하고 싶다는 거예요.류준열의 B컷 및 비하인드 스토리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