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신민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신민아가 오는 2월 초 방영될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서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되어 돌아온다. 2001년 데뷔한 이래 15년, 신민아는 일말의 조급함 없이 산책하는 사람처럼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만나왔다. 세월이 그녀에게 선사한 삶의 디테일은 앞으로도 쌓이고 쌓여 인상적인 순간들로 우리에게 파고들 것이다. | 인터뷰,주얼리,신민아,내일 그대와

신민아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다. 영화 에서 세상이 무료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로 첼로를 켜던 음대생, 에서 침착한 분노로 아버지를 찾아나선 (서울사람 다 된) 제주도 여자, 에서 느리고 천천히, 창문을 열면 고분이 보이는 거실을 가로지르던 경주 여자. 그 작품들에서 신민아의 얼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차분함을 자아냈는데 그게 신민아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했다. 한편 이런 모습도 선명하다. 에서 와일드하게 팔을 돌리며 춤추던 맨발의 미미, 귀엽게 살이 오른 몸으로 낑낑대며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의 강주은,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태연의 ‘만약에’를 귀곡성으로 만들어버린 의 미영. 이 작품들에서 정결하게 빛나던 신민아의 예쁜 이마는 역동적인 생기를 발했다. 동세대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패션 잡지 전속 모델로 시작해 2001년 영화 로 데뷔한 이래 15년, 신민아는 점차 더 깊고 고요한 세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배우로서 신민아의 속도는 시속 5km의 산책용 걸음걸이와 같았다. 여전히 일말의 조급함 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 자기 방식대로 풀어내면서 신민아는 배우로 살고 있다. 30대가 되면서 삶의 많은 디테일이 불현듯 눈에 들어오고 그 디테일의 힘으로 좀 더 인상적인 순간들을 선사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민아는 “여전히 모르겠고 힘든 게 연기”라고 말한다. 오는 2월 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역시 새삼스레 연기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어서 빨리 방영이 됐으면 좋겠어요. 시청자의 반응이 제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될 것 같아서 하루빨리 점수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에요.”는 화제작 가 끝난 후에 방영될 예정인데 후속작이라는 게 부담되지는 않나요? 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 커요. 사실 영화도 다 찍어놓고 개봉하기를 기다리기는 매한가지인데 왜 드라마가 더 기다리기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영화는 두 시간짜리를 3개월 동안 찍는 거고, 드라마는 16부작의 경우 16시간짜리를 모니터 한번 못하고 찍는 거라 더 불안한 것 같아요. 물론 사전제작 드라마의 좋은 점이 굉장히 많죠. 다만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라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영화 을 집필한 허성혜 작가의 대본이 무척 궁금해요. 드라마든 영화든 요즘 입체적인 여자 캐릭터를 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에서 연정인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던 것처럼 의 송마린도 다채로운 면모를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에 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드라마의 경우에는 대체로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만 보고 출연을 결정하거든요. 촬영을 하면서 대본을 받게 되는데 가끔 여자 주인공이 후반부에 가서는 할 일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에서는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더니 는 시간여행자의 이야기예요. 요즘 드라마들은 시청자에게 꽤나 발랄한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티저 영상에서 드라마 촬영 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대체 어떤 이야기일지 예상이 안 돼요. 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대체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는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재에서 극복해나가는 이야기예요. 그런 점에 있어서 새로울 것 같은데 더 얘기하면 드마라를 보는 재미를 반감시킬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말씀드릴게요.(웃음)드라마 보도자료에서는 ‘송마린’을 이름에 걸맞게 ‘사랑스럽고 발랄한 무한 긍정녀’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다소 모호하고 평면적으로 들리는 캐릭터 소개예요. 마린이는 어렸을 때 굉장히 잘나가는 아역 배우였는데 커가면서 모자란 연기력 때문에 그 일을그만두고 사진작가에 도전하는 여자예요. 감정에 무척이나 솔직하고 무엇보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여자죠. 인생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어른스러운 여자라고 소개하고 싶어요.그동안 여러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개인적으로는 우유처럼 하얗고 순해 보이는 배우들과의 사랑스러운 투샷을 좋아했습니다. 의 박해일이나 의 조정석 같은. 이제훈 배우도 말하자면 박해일, 조정석 과의 이미지인데 실제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안 했던 배우라서 어떤 식으로 연기할까 무척 궁금했는데 제훈 씨가 본래 가지고 있는 상큼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런 점이 장르에도, 캐릭터에도 잘 어울린 것 같아요. 실제로는 동갑인데 극 중에서는 한 살 연하로 나와요. 막 남자다운 배우보다 샤방샤방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제훈 씨에게 적역인 캐릭터였죠.창작자들이 민아 씨에게서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하나는 이나 같은 밝고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그 반대편에 의 차분하고 신비로운 여인이 있어요. 본래의 신민아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요? 이나 에서처럼 느리고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이미지로 살아온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품들도 정적인 게 많았고요. 그래서 밝은 역할은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쾌활함 또한 제 안에 있었나 봐요. 같은 작품을 할 때 어디선가 활발한 에너지가 샘솟아서 재미있게 연기하게 되는 걸 보면요. 결론적으로 상반된 성격이 다 제 안에 있었네요.(웃음) 이번 작품의 마린이도 밝은 면과 차분한 면을 모두 지닌 인물이에요. 기본적으로 쾌활하고 밝지만 어렸을 때 실패와 좌절을 겪은 아이라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운 차분함을 지니게 된 거죠.간혹 어떤 여자 배우들을 만나면 송곳처럼 말라서 육체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민아 씨는 그 반대에요. 단순히 몸매가 좋다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고, 몸의 움직임이 인물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몸을 잘 쓰는 건 연기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감정을 전할 수가 있거든요. 풀 샷 잡으면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다리는 어떤 모양으로 해야 할지 걱정만 앞서던 시기가 있었는데 캐릭터가 확실히 구축이 되면 그런 움직임이 더 디테일하고 자연스러워져서 연기하기에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이나 같은 경우는 성격이 확실한 인물을 연기하는 거였고 춤과 운동이라는 장치가 있어서 몸을 쓰는 데 활력을 줬던 작품으로 기억돼요. 반대로 에서는 장률 감독님께서 의도적으로 모든 움직임을 느리게 천천히 할 것을 요구하셨는데 그렇게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으로도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개인적인 취향은 정적인 쪽에 가까워서 그런 작품을 다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과감하게 감정을 터뜨릴 때 느끼는 쾌감도 좋지만 같은 작품에서 느리게 하는 호흡 같은 것들이 좀 새롭게 느껴졌거든요.에서 외모적 장점을 잃어버린 여자가 겪게 되는 일들을 코믹하고 진지하게 그려냈어요. 여자로서의 특정한 매력에 대해 노골적으로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니 여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죠. 여배우라는 직업은 그러한 기대에 가장 강도 높게 시달리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강주은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세 시간씩 특수분장을 해서 10시간 이상 한 달 내내 붙이고 있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얼굴 근육이 굳어서 발음도 무뎌지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진정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그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고 해주시고 저 역시도 나중에는 특수분장한 제 모습이 그립기까지 하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한 바는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던 부분이었어요. 완벽하게 살을 빼고 그러면 물론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움에 가까워지긴 하겠지만 실제로 가장 예뻐 보일 때는 마음이 행복할 때더라고요. 얼굴빛이 다르다고 할까요? 마음이 어지럽고 힘들면 아무리 완벽하게 꾸며도 “너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하는 말을 듣게 돼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은 저를 위해서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요. 격려해주고 토닥토닥해주고.(웃음)요즘 심적 상태는 어떤가요? 촬영 때보다 편안해진 상태예요. 촬영이 끝난 지 3주 정도 됐는데 드라마 하면서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요. 고민이 치열했던 만큼 재미도 있었는데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 전작인 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얘기들을 생활 연기로 풀어내는 작품이었다면 는 판타지 장르이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장르적 특성은 살려야 했거든요. 대사 같은 경우도 전작에서는 내가 살면서 한번쯤은 했을 것 같은 말들을 자연스럽게 하면 됐는데 이번 작품은 대사량도 너무 많은데프로덕션 기간이 있기 때문에 사전제작 작품이라고 마냥 느슨하게 찍을 수는 없었어요. 이런 걸 순발력 있게 해내는 배우들은 도대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 걸까 자괴감도 들고 그랬어요. 선배님들 인터뷰 보면 수십 년을 해도 여전히 어려운 게 연기라고 하시던데 정말이지 그런 것 같아요, 아아, 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웃음) 그런 어려움과 재미를 한꺼번에 느낀 작품이었어요.점점 더 궁금해지네요. 그럼 3주간 쭉 쉬고 있나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내는 스타일인가요? 아뇨, EMS 트레이닝도 받고 안 좋아진 부분의 물리치료도 병행하면서 드라마 촬영으로 미뤄둔 이런저런 촬영을 하고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한 타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하나씩은 뭔가를 해요. 가장 좋아하는 건 집에서 혼자 멍 때리고 있는 거.(웃음) 일을 잡아놓아서 밖에 있을 때면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러죠. 요즘에는 집에서 TV 많이 봐요. 요즘 제일 재미있는 건 아무래도 뉴스고, 평소에는 여행 다큐 같은 거 좋아해요. 드라마랑 예능도 챙겨 보려고 하고요. TV를 볼 때면 순수한 시청자의 입장이 돼요. 그래서 드라마도 재미있게 볼 수 있죠.이전 인터뷰들에서 공통적으로 일을 하면 할수록 일 속에서 관계 맺은 사람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얘기했어요. ‘관계’를 맺는 일에 있어서 민아 씨만의 철칙 같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상대방이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느냐, 마찬가지로 내가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가까워질 때 서로의 단점이 보이게 되잖아요? 계속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그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뭔가 독특해 보이고 나랑 다를 것 같은 사람이 끌렸다면 요즘에는 나 같은 사람이 좋아요.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저 말은 무슨 의미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은 피곤해서 만나기 싫더라고요. 내가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편해요. 취향은 달라도 되지만 성향은 비슷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관계든.정말 매력적인 사람은 자신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 세상 그 어떤 배우에게도 해당되지 않는데 왠지 민아 씨의 반듯한 이마를 보면 맞는 말처럼 들려요. 자신의 아름다움에 무심한 듯한 뉘앙스가 있다고 할까요? 배우는 자기 자신의 매력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일을 잘해나갈 수가 있거든요. 저는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다고 스태프들이 그러더군요.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순간들이 너무 많은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무너져버리거든요. 그럴 때 자기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요즘 저의 고민이기도 해요. 잘 살면 그런 힘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봐요. 정말이지 그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