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킨 컬렉션 전시, 아직도 안봤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의 시추킨 컬렉션 전시가 3월 5일로 전시 폐막을 연장했다. | 루이비통,시추킨컬렉션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의 시추킨 컬렉션 전시가 3월 5일로 전시 폐막을 연장했다. 개막 후 10주만에 60만 관객을 돌파했으니 당연한 조치다. 테러의 위협으로 파리 관광 업계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과연 2016년 최고 블록버스터 전시답다. 연장 결정 후에도 여전히 인터넷 예약은 일주일, 입장하는 데만 서너 시간을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는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2월 20일부터 3월 5일까지 아침 7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조조입장객에게는 식사를 제공하는 일면 '모닝 시추킨' 행사를 진행한다. 최대한 많은 관객을 받아보겠다는 의욕 넘치는 마케팅이다.지난 2016년 10월 에서 소개한 '발카니와 시추킨의 컬렉션' 기사에서 소개한대로 29점의 피카소, 22점의 마티스, 12점의 고갱을 비롯한 모네, 마네, 반 고흐 등 총 218점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전시장의 전 층을 점유한 이 거대한 전시의 흥행 여부는 시추킨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루이비통 재단 간에 협약서가 체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6년 2월에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대중들에게는 낯설지만 시추킨 컬렉션의 존재 여부는 1950년대부터 모던 아트 박물관 디렉터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티스나 피카소 등의 모던 아트의 거장을 다루는 전시를 위해서는 시추킨 컬렉션에서 작품을 빌려오는 것이 필수불가결했기 때문이다. 현 루이비통 재단의 디렉터인 수잔 파제도 과거 파리 모던 아트 뮤지엄 디렉터 재직 시절 여러 점의 마티스와 피카소 작품을 빌려 전시한 이력이 있다. 오르세 박물관, 파리 모던 아트 뮤지엄, 퐁피두 박물관, 그랑 팔레 등의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프랑스 국립 박물관들이 성사만 되면 관객 동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 노다지 전시를 놓친 이유는 무엇일까?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예산이다. 여타의 국립 박물관들이 감사 때문에 1 유로 단위까지 정확한 예산 사용처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루이비통 재단은 사설 재단이라 정확한 예산은 오리무중이다. 아르노 회장의 오른팔인 장 폴 클라브리가 손 사례를 치며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대충 1300만 유로 규모라 추산한다. 퐁피두나 오르세 박물관의 대형 전시들이 대충 2백만 유로의 예산으로 기획되는 것에 비추어보면 감히 오르지 못할 나무다.러시아 혁명 후 1948년 스탈린이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추킨 박물관으로 나눠 소장하겠다는 결정을 하기 전까지 시추킨 컬렉션은 반 세기 동안 지하 창고에 방치되어 있었다. 작품 상태가 안 좋아 긴 여행을 감당하기 어려운 작품이 태반이었던 것이다. 루이비통 재단에서는 전시 선정작에 대한 복원, 재 표구과정 일체를 지원했다. 마티스의 ‘아틀리에 로즈’는 이런 과정을 통해 마티스의 아틀리에를 떠난 뒤 처음으로 유럽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가치를 추산하기 어려운 인상파들과 마티스, 피카소 등 이름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보험료와 운송료를 짐작하기에는 어렵지 않다. 여기에 루이비통 재단은 아르노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미술품의 러시아 전시와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작품을 빌려 전시해야 할 상황이 되면 외부 기업의 후원을 받아 백만 유로 규모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국립 박물관들로써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렇다면 루이비통 재단은16 유로의 입장료, 49, 90유로의 카탈로그를 팔아 과연 흑자를 낼 수 있을까? 시추킨 전시를 발표하며 아르노 회장은 백만 명의 입장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역대 전시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을 동원했던 2010년 그랑 팔레의 모네 전시가 91만3천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점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난무했다. 그의 목표는 흑자가 아닌, 흥행으로 인한 재단의 파워 확장임에 분명하다.피카소 미술관 관장 직에서 강제 직위 해제 당한 안 발다사리가 복수의 칼을 간 끝에 이 전시 책임 큐레이터를 담당했다는 소문부터 루이비통 재단과 국립 박물관들의 알력 다툼은 현재 프랑스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다. 게다가 몇 년 후에는 또 다른 거물인 피노 재단이 미술관을 개관한다. 내일 당장 베르메르를 전시 할 수도 있다는 아르노 회장의 말처럼 일단 루이비통 재단의 목표는 근 현대 미술을 가리지 않는 ‘블록버스터’다. 그렇다면 예산에 밀리고 정치적 파워에 밀리는 국립 박물관들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저 예산 독립 영화의 대결을 연상시키는 개인 재단과 국립 박물관들 사이의 줄다리기가 프랑스 미술계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