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신드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너의 이름은>은 왜 이토록 인기일까? 유호진 PD가 <너의 이름은>이 투영하고 있는 세계에 대하여 말한다. | 너의이름은,신카이마코토

일본인들은 대지진 이후 지난 6년의 시간을, 필사적으로 트라우마와 싸우며 보냈던 것 같다. 그들은 불시에 들이닥친 속절없는 죽음에 대해, (일본인들 특유의 집요한 자세로) 과학적인, 사회적인, 혹은 영적인 설명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은 단순히 천재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한 명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라, 마을 수십 개가 순식간에 물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TV로 목격했던, 1억 명의 집단 무의식이 깊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돌연 찾아오는 비극과 숙명적인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출근길에 지나치는 편의점과 전철에서, 일상에서 호흡하는 공기에서 느껴야 했던 일본 시민들. 그들은 어떻게든 이 고통으로부터 위안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갈구해 왔을 것이다. 은 그러한 비극을 되돌릴 수 있고, 고칠 수 있다는 환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구원의 주체가 영웅이나 체제가 아닌, 사랑에 빠진 청춘들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낭만적이다. 풋풋한 청춘물의 클리셰 사이에 동양적인 신화를 정교하게 직조해 넣은 이 작품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자연스럽다.감성이 과하게 느껴지는 독백 오프닝과 TV 만화 같은 타이틀 시퀀스가 지나갈 때만 해도 ‘이 만화를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시작 10분만에 관객에게 하여금, 이 이야기가 ‘만화’라는 사실 자체를 잊게 만든다. 강력하게 설계된 스토리 라인과 천재적인 커트 구성의 공도 크다. 그러나 이 애니매이션의 흥행이 성공한 더 큰 원인은, 이 작품이 2017년의 세계에 전달하려는 메타포 때문인 듯 하다.근래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과거와 무전기로 교신해 희생자를 살리고, 과거로 가서 잘못된 연애를 바로잡고, 과거의 자연 재해로부터 인명을 구하려는 등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무엇을 바로잡는다면 지금의 우리는 좀 더 행복할 것인가?’라는 고통스러운 질문을 담고 있다.어제보다 오늘의 삶이 더 축소되는 저성장의 세계. 오랫동안 금기시되던 차별과 폭력이 선거에서 지지를 받는 시대. 좀 더 먹고 살만한 세상을 원해서 내렸던 선택이 총체적 실패로 결론 나는 이 시점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이라는 환상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수 백 만명의 사람들이 이 ‘만화’에서 보는 것은 바로 그 환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