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톰블리의 그림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사이 톰블리의 회고전이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무려 3년이 걸린 전시다. | 싸이톰블리,사이톰블리,퐁피두센터

 무려 3년이다. 현재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사이 톰블리 회고전은 단일 아티스트 전시 준비 기간으로는 퐁피두 사상 최장기라는 기록을 세웠다. 주요 작품들이 모두 개인 소장으로 작품 소재도 불분명한데다 2011년 톰블리의 작고 이후 가뜩이나 높은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보험료를 계산하기도 벅차고, 작품을 소장한 박물관은 작품 임대에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미국 박물관들인 탓이다. 세계적인 박물관이라는 퐁피두의 명함이 무색할 지경이다.2008년 영국 데이트 모던 전시 때는 사이 톰블리가 직접 중재에 나서 설득이 가능했던 스위스 컬렉터에게 문전 박대를 당하고(그는 톰블리 작품에 있어서 최고의 컬렉터다), 20년 전 모마에서 열린 톰블리 전시에 임대를 거절한 이력이 있는 필라델피아 박물관과는 지리한 협상이 이어졌다.3년이라는 기간을 잡아먹은 탓에 전시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았지만 여하튼 그 결과는 회고전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수준이다. 총 1백40점, ‘Blooming’이라든가, ‘Summer Madness’ 같은 대표작들이 총 17개의 전시 공간에 나란히 걸렸을 뿐 아니라 사진, 일기, 조각 같은 미처 조명되지 않았던 톰블리의 작품과 기록까지 세상에 나왔다.1950년대의 그래피티를 중심으로 한 원시적인 화폭에서 1970년대 이후의 미니멀 아트까지 숨가쁘게 작품 활동을 했던 한 아티스트의 인생을 추모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활동 시기가 예술작품의 대중화와 맞물려 톰블리의 작품은 유독 아트 프린팅이나 포스터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정작 그 익숙함 때문에 그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본 이는 적다. 이 경이로운 전시를 이뤄낸 퐁피두 큐레이터, 조나스 스토스브의 말처럼 이제는 톰블리를 보지 않고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4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