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의 두 번째 영화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싱글맨>은 우연히 만들어진 수작이 아니었다. 한국 개봉에 앞서 뉴욕에서 먼저 <녹터널 애니멀스>를 본 필자가 아름답고, 기괴하고, 고독하며, 매혹적인 톰 포드의 두 번째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보내 왔다. | 톰포드,녹터널애니멀스

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맨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관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주름과 셀룰라이트를 출렁이며 춤을 춘다. 유혹적이고, 아름답고, 기괴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에너지가 분출되는 이 장면이 점차 줌 아웃 되면, 관객은 이것이 성공한 아트 딜러인 수잔(에이미 애덤스)이 주최한 한 전시회라는 것을 알게 된다(현재 북미에서는 이 장면이 여성의 몸을 바라 보는 시선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녀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잘생긴 남편과의 관계는 서먹하고, 화려한 아트 월드에 속해 있지만 자신의 삶은 고독하고 불안할 뿐이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텍사스에 내려가 선생이 되었다는 수잔의 전 남편 에드워드(제이크 질렌할)는 어느 날 그녀에게 완성 된 장편 소설 를 보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수잔은 에드워드와의 결혼과 파경을 떠올리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영화는 현재 정신적으로 황폐하고 위태로운 수잔의 LA에서의 삶, 소설 속 주인공 토니(제이크 질렌할)의 텍사스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뉴욕에서의 수잔과 에드워드의 결혼 생활, 이렇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겹쳐놓는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고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들의 과거를 한꺼풀씩 벗겨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면 마치 완벽하게 재단된 펜슬 스커트의 날렵한 사이드 슬릿처럼, 깊은 감정의 칼날이 수잔의 과거에 날카롭고 긴 슬릿을 남긴다.이 보여 준 미학적 감도는 에서 더욱 높아졌다.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조여오는 신경증적인 긴장감도 심화 되었다. 이번에도 아벨 코르제니오프스키의 예민하고 위태로운 클래식 선율로 전체적인 무드를 끌어 올렸다가 떨어뜨리기를 반복한다. 의 콜린 퍼스의 집이 그랬듯, 수잔의 집과 갤러리 공간이 효과적으로 활용 된다. 슬로우 모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훑어내는 카메라 워크가 환상적이다. 물론 에이미 애덤스의 패션 역시 큰 역할을 한다. 짙은 아이라인에 검붉은 립스틱, 볼드한 액세서리, 몸에 타이트하게 들어맞는 드레스와 밍크 코트로 표현되는 LA의 화려한 수잔과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캐주얼한 차림을 한, 에드워드를 사랑했던 수잔은 전혀 다른 여성 같다. 그리고 피상적인 삶 속에서 에드워드가 보낸 소설을 읽고 있는 수잔은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듯이 캐시미어 스웨터 차림이다. (톰 포드는 이 영화에서 톰 포드의 옷은 단 한 벌도 사용하지 않았다.)가 텍사스 변두리의 황량한 길 한 가운데서 앞 뒤 가리지 않고 거칠게 덤벼 오는 갱단 무리를 표현해내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코엔 형제의 스릴러 영화에서 나올 듯한 무드를 톰 포드의 디테일로 세련되게 재단해나간다. 화려한 상류층의 삶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동시에 땀과 피가 낭자한 시골 길의 살인마까지 짜릿하게 표현해 낸다. 에드워드가 멋진 소설 한 편으로 수잔에게 폐부를 찌르는 우아한 복수를 하듯이, 톰 포드 역시 사람들에게 남아있던 일 말의 편견 마저 정공법으로 날려 버린다. 흥미로운 것은 톰 포드가 실제로 텍사스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미국 남부에서 보냈다는 점이다. 패션 디자인이 아니라 건축을 전공한 후 패션 디자인 업계에 뛰어 들었고(에서 존 로트너가 건축한 집이 배경이 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무명 디자이너로 시작하여 유럽 패션계를 평정한 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재능은 패션계를 넘어서는 삶 속에서 축적되어 온 것이 분명하다.어쩌면 패션계는 샴페인의 스파클링처럼 화려하고 피상적인 아름다움을 좇는 얄팍한 세계가 맞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수잔이 살아 가는 미술계라고 해서 그리 다르지 않다. 실제로 그 세계에서 최고의 것들을 누렸던 톰 포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피상적인 아름다움이야말로 화려한 세계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최고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어쩌면 톰포드야말로 사교계의 거품을 파고들었던 F. 스콧 피츠제럴드나, 스스로 사교계의 명사이자 가십의 중심에 있었던 트루먼 카포티일지도 모른다. https://instagram.com/p/BKzo6wBgQ7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