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의 아버지는 이 전시회의 제목에 질색했다고 한다. <배드 대드>는 몇 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웨스 앤더슨을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의 전시다. 이 전시에서 소개 되었던 다채로운 아트 워크들이 한 권의 예쁜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의 서문에서 웨스 앤더슨은 이렇게 밝힌다. "뉴욕에서 최근에 열린 <배드 대드> 전시에 제이슨 슈왈츠먼과 함께 다녀왔다. 영화 편집을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이제 그것들은 평생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10년이나 20년쯤 흐른 뒤에는 옛날 등장인물들을 다시 만날 때 기분이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이슨과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중얼하며 그림을 하나씩 보았다. 추억의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펼쳐 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의 경험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중얼하며 미소 짓게 된다.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으로 웨스 앤더슨의 세계에 빠져 들었던 <바틀 로켓>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부터 웨스 앤더슨 영화의 정수를 이루었던 <로열 테넌바움>, 그리고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사랑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올라서다. 오랜 만에 웨스 앤더슨의 영화 속 인물들을 다시 만나볼까 싶다. 우선,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맥스군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