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토리텔러] 라라랜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라라랜드> 속 라이언 고슬링의 옷차림엔 일관성이 없다. 미래를 향한, 그리고 연인을 향한 남자의 불안감은 그렇게 표출된다. | 라라랜드,라이언 고슬링

라라랜드. 달콤한 의성어처럼 들리는 이 단어엔 나름 의미가 있다. 바로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지칭하는 지명. 이곳이 꿈과 사랑, 모험의 이야기가 태어나는 할리우드를 품은 도시라서 일까? 라라랜드는 냉혹한 현실에서 도피해 허황된 꿈을 꾸는 심적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다미엔 샤젤 감독의 새 영화 는 이 단어가 포함한 두가지 의미를 모두 껴안았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각각 만년 영화배우 지망생, 그리고 떠돌이 재즈 피아노 연주자로 분했다. 다른 꿈을 가졌지만 비슷한 입장에 있는 둘. 동병상련이었을까, 남녀는 은하수를 카펫삼아 왈츠를 추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림 같던 이 둘의 로맨스가 결국엔 어긋날 거라며 복선을 긋는 건, 다름아닌 남자의 옷차림이다. 극 속에서 엠마 스톤이 한결 같은 옷차림을 고수하는 데 반해, 라이언 고슬링의 옷차림엔 일관성이 없다. 미래를 향한, 그리고 연인을 향한 남자의 불안감은 그렇게 표출된다. 레스토랑에서 해고될 때 까지만 해도 뉴트럴 색상으로 블레이저와 팬츠를 입고 투톤 윙팁 브로그 슈즈로 마무리한, 재즈 애호가다운 차림을 유지하던 그다. 남자의 불안감이 처음 드러난 건 수영장 파티에서 카피 밴드와 함께 ‘테이크 온 미’, ‘테인티드 러브’를 연주 하면서부터. 빨간색 셔츠 깃을 잔뜩 세우고 어깨에 기타를 둘러 맨 그는 마치 80년대 뮤직비디오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 장면 말미에서 스스로 자신이 쓰레기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가?불안정한 미래,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감에 쫓겨 원하지 않는 음악을 하는 밴드 ‘더 메신저’와 무대에 오르면서 남자의 ‘정처 없는 옷차림’은 방점을 찍는다. 그는 원색 슈트, 건반 무늬 타이를 멘 차림으로 관객 속 여자를 내려다 본다. 과시적인 남자의 80년대풍 옷차림은 러닝타임 내내 50-60년대 정통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라라랜드’와 극단적인 부조화를 이룬다. 자신의 재즈 클럽을 여는 게 꿈이라던 남자는 관객의 호응과 부에 취해 여자에게 말한다. 자기 꿈을 이뤘노라고. 그리고 그가 자기 최면에서 깨어나는 건 여자가 떠난 이후다.흔들리는 남자의 마음, 그리고 거기에 따라 달라지는 의상들. 그 변화가 우스꽝스럽거나 촌스럽지 않은 데엔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 덕이 크다. 좁은 미간과 뾰족한 턱선 같은 건 그에게 단점이 될 수 없다. 탄탄한 몸, 그리고 몸에 잘 맞는 의상을 탁월한 감각으로 골라 입는 패션 센스 때문에 매해 잡지들이 발표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인물이 바로 라이언 고슬링이니까. 심지어 2011년작 에서는 꼭 맞는 역을 만났다며 ‘차세대 스티브 맥퀸’이라는 호칭까지 얻은 터다. 하지만 그 타고난 ‘옷발’로 밴드맨 코스튬까지 그럴 듯 하게 소화할 줄은 몰랐다.극 중 엠마 스톤은 노래한다. “꿈꾸는 이들을 위해 노래 부릅니다. 그들이 바보 같아 보일지라도. 부서진 가슴과 망가진 삶을 위하여.” 그리고 영화 말미, 쓰리피스 슈트에 포켓 스퀘어, 칼라핀, 투톤 윙팁 브로그 슈즈까지 갖춰 입고 재즈 애호가다운 옷차림을 되찾은 라이언 고슬링이 피아노를 연주한다. 꿈꿔온 자신의 바 안에서, 아마도 마음이 아픈 그들, 그리고 망가진 과거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