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토리텔러] 도깨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도깨비의 세 남자가 패션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들 | 도깨비,공유,이동욱,육성재

어릴 적 보았던 동화책 속 도깨비는 신과 거리가 먼 존재였다. 혹부리 영감의 혹과 보물방망이를 맞바꿨다던가, 외양간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 놨다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라. 도깨비는 신이라기 보다, 오히려 인간사에 얽혀 이상하고 아름다운 일을 벌이는 문제아였다.판타지와 현실이 뒤엉키는 tvN 드라마 ’ 속에서, 작가는 한국 민간 설화 속 귀신에 가깝던 존재 도깨비를 신의 영역에 걸쳐 놓았다. 그리고 이 낯선 설정은 공유라는 배우를 만나 설득력을 갖는다. 특유의 턱선과 광대뼈가 띄는 견고함은 슬쩍 말려 올라가는 입매에 중화되고, 초점 잃는 법 없는 눈동자의 강렬함은 웃을 때마다 길다랗게 이어지는 눈꼬리에 희석되고 만다. 단단함과 유연함을 한 데 갖춘 배우 공유는, 정극과 로맨틱 코미디를 오가며 엄숙한 남신과 어리숙한 도깨비 사이 어딘가를 그럴 듯하게 그린다.도깨비 캐릭터의 이중성은 옷차림에서도 드러난다. 롱 코트와 니트웨어를 통해서다. 김고은을 처음 맞닥뜨린 거리에서, 그녀를 납치에서 구출하던 밤에도, 첫사랑임을 자각한 캐나다 공원에서, 그리고 자신의 신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눈밭에서도, 공유는 언제나 짙은 색의 롱 코트 차림이었다. 다부진 어깨와 큰 키를 강조하듯 발목까지 흔들리는 긴 코트 자락은 인간사를 어지럽히는 도깨비의 운명적 장면에 극적인 요소를 더했다.니트웨어를 입는 건 저승사자 이동욱과의 브로맨스가 펼쳐지는 집 안 에서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니트 소재의 라운드넥, 터틀넥 스웨터, 그리고 카디건을 걸친 공유는 조바심을 내고, 질투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만족감에 젖어 있는 등 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여유로움을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도깨비 본연의 업무를 행할 때 입는 슈트 차림을 빼놓을 수 없다. 학대 받는 소년을 구하던 순간 또는 가신 집안의 가족묘를 찾던 장면에 그는 쓰리피스 슈트로 격식을 차렸다. 게다가 재물신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도깨비 공유의 옷장은 버버리, 보테가 베네타, 준지, 랑방, 펜디, 릭 오웬스, 톰 포드와 랄프 로렌의 최신 의상들로 가득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그와 비극적 전생으로 얽힌 저승사자 역의 이동욱은 도깨비의 화려한 패션에 검정색 맞춤 슈트와 코트로 대응한다. 창백한 피부에 붉은 입술로 마치 뱀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그는 검정색 가죽 트렌치 코트와 슈트를 걸쳐 입고 페도라와 지방시의 스터드 장식 몽크 스트랩 슈즈를 더해 죽음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집 안에서 도깨비와 신경전을 벌일 때 조차도, 그는 무채색의 니트웨어를 고집할 정도다. 젊은 가신 역의 육성재 패션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도깨비와 저승사자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기싸움을 벌이는 그는 캐릭터처럼 밝은 색상, 과감한 패턴의 아우터와 니트웨어로 20대 남성들이 표현할 수 있는 경쾌한 패션을 선보이는 중이다.이들 셋, 공유와 이동욱, 육성재가 이루는 이른바 ‘공동재 케미’는 모든 여성들을 안방 극장에 끌어들이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높은 시청률은 그 작전이 제대로 먹혔음을 보여주는 증거고 말이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을 안고 드라마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단 하나의 우려라면 PPL이다. 남성 패션이 얼마나 극적이고 다채로울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이 귀한 드라마가 패딩 점퍼에 뒤덮이지 않길, 그래서 언제고 망설임 없이 ‘다시보기’를 누를 수 있게 되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