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오웬의 아이디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현존하는 가장 쿨한 출판사인 아이디어 북스의 대표 데이비드 오웬을 런던 소호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아이디어 북스,출판사,데이비드 오웬

한권의 좋은 책이 어떤 보물보다 낫다’ 라는 아랍 속담이 있다. 좋은 책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이런 희귀하고 좋은 책들을 발굴하거나 제작해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이디어 북스(IDEA Books)의 대표 데이비드 오웬(David Owen)이다. 그는 공동 창업자이자 반려자인 안젤라 힐(Angela Hill)과 함께 출판계에 큰 획을 긋고 있다. 데이비드 힉스(David Hicks), 데렉 리저스(Derek Ridgers),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 같은 당대의 아티스트부터 고샤 루브친스키, 구찌, 베트멍, 팔라스 스케이트보드(PALACE Skateboards) 같은 패션 브랜드와 함께한 창작물은 매 순간 우리를 놀라게 한다.만나서 반갑다. 왜 이름을 ‘IDEA’라고 정했는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나는 두 명의 예쁜 딸이 있다. 이디스(Edith)와 아이리스(Iris)인데, 어느 날 아이리스가 가족 이름의 이니셜(Iris, David, Edith, Angela)을 따서 ‘I.D.E.A.’ 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딸이 아이디어의 철자를 알아서 다행이다.(웃음) 그리고 우리는 누구에게나 영감을 주는 서점이자 출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Inspiration(영감)’보다 ‘IDEA(발상)’라고 부르는 게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Inspiration’이라는 이름을 쓰면 사람들이 우리를 조금 재수없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걱정됐다. 이게 두 번째 이유다.아이디어 북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안젤라와 나는 1993년에 만났다. 그리고 1997년부터 파리의 콜레트에 빈티지 패션 서적들을 팔기 시작했다. 콜레트가 오픈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디어 북스라고 부르진 않았다. 당시 나는 TV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안젤라가 코벤트 가든에 있는 세인트 마틴스 레인 호텔 앞을 지나가다 호텔 안에 있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이 디자인했던 ‘골드 키오스크(Gold Kiosk)’ 상점이 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안젤라는 호텔 측에 3개월 정도 팝업 북스토어를 열면 어떨지 물어보았고, 그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2009년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스토어에 들어갈 이름이 필요했고 다음 날부터 ‘아이디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3개월이 지나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되었나? 호텔에서 세 번 정도 더 팝업 스토어를 의뢰했다. 거의 일 년 가까이 한 것 같다. 그 사이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 입점할 수 있게 되었다.당신이 책을 수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책을 수집한다기보다는 판매를 위한 책을 찾는 것에 가깝다. 안젤라와 나는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의외로 같은 책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한 콜레트의 사라가 같은 책이 여러 권 꽂혀 있는 걸 보고 그녀의 매장에서 판매해보라고 제안해왔다. 그게 우리가 처음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시점인 것 같다. 우리는 흔쾌히 응했고 콜레트는 6개월 후 세계 최고의 매장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가 도버 스트리트 마켓도 소개시켜주었는데 도버 스트리트 마켓 역시 6개월 후 세계 최고의 매장이 되었다.(웃음)책을 읽거나 보면서 얻게 되는 지식이 영화나 TV, 혹은 인터넷을 보면서 얻게 되는 지식보다 월등히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가? 출판의 준비 과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들어갈 내용이나 레이아웃에 공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책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멈춰서 그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각할 여유를 준다. 과거에 책은 가장 편안하게 정보를 얻는 수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 날, 우리는 많은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이 생각하는 전문 교육을 통해서 얻게 되는 지식과는 또 다르다. 하지만 2017년을 앞둔 지금 인스타그램이 책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교육적이고 많은 영감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발달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지식이 월등히 우월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인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경험을 통해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고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마치 내 것인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직접 보는 것보다 영화의 리뷰를 더 읽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20대 후반 나는 모든 것을 중단했다. TV나 영화도 안 보고 책, 신문조차 읽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내 것을 만드는 것에 더 힘썼다. 2~3권의 책을 쓰고 TV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다시 라디오도 듣고 신문도 읽으며 영화도 본다. 여기서 나의 요점은 배움은 항상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에 맞게 그 배움의 스위치를 껐다 켜는 방법은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책의 가치는 수량과 관계가 있나? 만약 어떤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월등하게 뛰어나지만 대량 출판했다면 그 책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인가? 슬프게도 그렇다. 책의 내용보다도 그 당시 그 책을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가치를 판단한다. 참고로 구하기 힘들거나 가치가 높은 책일수록 책의 커버가 매우 심플하다. 커버가 요란한 책일수록 내용은 별로일 확률이 높다.책을 수집하면서 구하기 힘들거나 가치가 높은 책을 우연한 곳에서 아주 싸게 구입했던 적은? 솔직히 인터넷의 발달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판단하는 촉이 생긴 것 같다. 얼마 전에 L.A.에 있는 서점에서 웨스 앤더슨의 영화 스크립트를 찾은 적이 있었는데 서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 스크립트를 찾을 것만 같은 직감을 받았다. 서점을 쥐 잡듯이 뒤진 결과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이름이 없던 검정색 폴더 안에서 이 스크립트를 찾았다. 이 스크립트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해서 비싸게 판매한 경우였다. 지금도 하나 더 찾고 있는 중이다.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 , , , , 등 나열하자면 너무 많다. 1980년대 이비자와 관련된 책은 모두 좋다. 나이트 라이프에 초점을 맞춘 책들 말이다. 또 얼마 전에 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찾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시계 사진들을 시간 순으로 보여주는 책이다.아직까지 찾고 있는 책이 있나?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첫 번째 책 . 매우 비쌀뿐더러 찾기도 힘들다.책을 판매하던 역할에서 아이디어 북스로 출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안젤라가 당시 떠오르고 있던 러시안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Gosha Rubchinskiy)와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 우리는 단편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잡지의 형태로 책을 만들었는데 그게 아이디어 북스의 첫 번째 출판물이었다.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3일 만에 책이 다 팔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샤 루브친스키가 국제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그 후 베트멍이나 팔라스 스케이트보드 같은 브랜드들와 자연스럽게 책을 만들게 됐다.얼마 전에 구찌와도 함께 책을 출판한 걸로 알고 있다. 스케이트 포토그래퍼인 아리 마르코풀로스(Ari Marcopoulos)와 함께 진행했다. 책의 이름은 . 발매한 지 한 시간 만에 완판되었다. 아마도 구찌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아이템이 아니었나 싶다. 가격이 65불이었으니까.아이디어 북스의 미래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좋은 창작물을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인 것 같다. 새로운 출판물이나 아이디어 북스의 제품, 또한 우리가 가진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서도 교육적인 큐레이터 역할을 할 것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