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 불린 프랑수아즈 사강. 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고수하던 그녀는 자신이 쓴 소설 속의 지적이고 세련된 여자들처럼 감각적인 스타일로도 유명했다. 인터넷에서 그녀의 이름을 잠깐 검색해봐도 알 수 있듯 몇 십 년 전 스타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담백하고 정제된 멋을 지닌 그녀가 가장 사랑한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터틀넥 스웨터였다. 1958년, 블랙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채 고양이 브람스를 안고 있는 흑백 포트레이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군더더기 없는 터틀넥이 주는 지적이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있는 이 사진은 생전 그녀가 수많은 파문과 논란을 일으켰다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이니.
나 역시 코끝을 자극하는 찬바람이 불어올 즈음이면 유니클로에서 목부터 소매, 허리까지 쫀쫀하게 달라붙는 터틀넥 스웨터를 컬러별로 구입하는 것으로 나름의 월동 준비를 시작한다. 그저 목 하나 감출 뿐인데 터틀넥은 왠지 여자를 지적이고 우아하게 드레스업해주는 마력이 있다. 딱 피트되어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면 섹시한 뉘앙스까지! 더군다나 터틀넥 스웨터(특히 리브 니트 터틀넥은 더더욱)는 오버사이즈 코트부터 더플코트, 라이더 재킷, 화이트 셔츠, 데님 플레어 팬츠, H라인 가죽 스커트까지 그 어떤 것과도 훌륭하게 매치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운드나 브이넥 니트가 아우터와 매치될 때 느껴지던 허전한 공백을 해결사처럼 단번에 처리해주기도. 특히 포근한 오버사이즈 터틀넥부터 모크 터틀넥, 크롭트 터틀넥 등 옷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컬러와 실루엣의 터틀넥 스웨터는 쉴 새 없이 변하는 트렌드 속 고고한 얼굴을 유지한 채 늘 겨울철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도 터틀넥 군단이 빠지지 않닸다.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총 44개의 룩 중 절반에 가까운 착장에 터틀넥 스웨터가 등장한 에르메스. 카디컨, 니트, 퍼 코트와 함께 몸에 딱 피트되는 터틀넥 스웨터가 레이어링되어 우아한 감성을 한층 고조시켰고 이는 세련된 여성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발렌티노는 셔츠와 레이어드한 크롭트 터틀넥 혹은 골반까지 오는 롱 터틀넥을 샤 스커트와 매치해 발레리나 룩을 모던하게 연출했다. 이외에도 과장된 하이넥이 돋보였던 질 샌더나 오버사이즈 셔츠와 플레어 팬츠를 매치한 뒤 터틀넥으로 목을 감춰 한층 더 시크하게 마무리한 셀린, 버튼과 지퍼 그리고 플리츠 디테일로 페미닌함을 강조한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무심한 듯 우아한 멋’을 담은 터틀넥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터틀넥 스웨터를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런웨이와 스트리트 속에 몇 가지 팁이 존재한다. 일단 몸에 착 달라붙는 완벽한 피트 그리고 단순한 디자인의 터틀넥을 찾는 게 먼저다. 이게 단조롭게 느껴진다면 얼굴의 반을 감쌀 정도로 벌키한 하이넥(질 샌더)을, 목이 짧아서 터틀넥을 멀리했다면 모크 터틀넥(프로엔자 스쿨러)을 선택할 것. 비싸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다 볼품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이든 입다 보면 목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SPA 브랜드의 것을 구입해 자주 바꿔주는 것도 방법이다. 터틀넥을 골랐다면 그 다음은? 구찌, 발렌티노 질 샌더, 페라가모처럼 ‘원래 한 벌이었어요’라고 말하듯 매칭 아이템과 동일한 컬러 혹은 톤온톤으로 우아하게 정제할 것. 팝한 컬러 터틀넥의 경우 아우터의 버튼을 끝까지 채워 포인트로 아이템으로 활용하라.(멀버리를 참고할 것.) 넥을 반으로 접지 말고 자연스레 주름지게 할 것. 그리고 스커트나 팬츠와 매치할 경우 꼭 하의에 넣어 입자. 마지막으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터틀넥 안으로 머리카락을 쏙 넣는 ‘터틀넥 헤어’가 유행했다면 이번 시즌은 가지런히 뒤로 넘기거나 깔끔하게 묶는 ‘최대한 단정히’가 포인트니 잊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