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고독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지리멸렬했던 일 년 가운데 마지막 한 달만큼은 깊은 산이나 오로라가 보이는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12월, 고독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안내서. | 여행,호텔,혼자만의 시간

AWASI PATAGONIA경유 1회, 최소 비행시간 24시간 10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레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남아메리카 대륙 가장 끝에 외딴 섬처럼 자리한 이 호텔의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작은 오두막 창가에 앉아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절경을 관조하며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www.awasi.comGREEN BOX경적 소리, 엔진 소리, 싸우는 소리, 떠드는 소리, 타이핑 소리. 세상 모든 소음과 멀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탈리아 모르베뇨에 살고 있는 건축가가 지은 이 파빌리온을 바라보라. 아연 철판, 갖가지 풀과 나무로 울창하고 신비롭게 탈바꿈시킨 그곳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세상과의 온전한 단절과 완전한 격리가 가능한 유토피아. 한때 버려진 차고였던 이 건물은 도시인의 보호색이나 다름없다. www.actromegialli.itENCUENTRO GUADALUPE포도알은 고독을 견뎌 와인이 된다. 드넓은 포도밭에서 홀로 자연과 맞서고 지하 카브에서 오랜 시간 천천히 숙성되는 술이다. 사람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멕시코에 가면 산과 나와 와인이 삼자대면 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있다. 띄엄띄엄 떨어진 별채 호텔에 머무르며 안개 낀 언덕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나지막한 구릉에 둘러싸인 인피티트 풀 위에 둥둥 떠 있을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심신을 떠돌던 불순물이 가라앉을지도 모를 일이다. 와인 양조 과정에서처럼. www.antiresorts.com7132 HOTEL스위스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은 은둔형 건축가 페터 춤토르는 ‘분위기’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독, 적막, 절제, 침묵 등의 잠잠한 단어와 가장 맞닿아 있는 건축가. 검은 규암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되 정작 공간을 속으로 감춘 스위스 발스 온천은 그의 대표작. 소리, 온도, 습도, 주변 사물과의 조화 등 인간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가장 예민한 부분까지 고민한 춤토르의 세계관을 방문하면 그가 심어놓은 일말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www.7132.comHOTEL BY THE WATER FALLS스리랑카 람보다 폭포 가까이에 세워진 이 호텔은 깊은 산속 한가운데 자리 잡아 사방이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쉬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자연보호 사이의 밸런스를 맞춰 층수를 높게 올리지 않았고, 폭포를 보러 온 다른 관광객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건축되었다. 하늘과 가까워질수록 고독의 지수도 함께 올라간다. www.palindakannangara.comTREEHOTEL_THE MIRRORCUBE세상엔 보이지 않는 호텔도 존재한다. 스웨덴 작은 산속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거울로 자신의 존재를 꽁꽁 감춘 이곳처럼. 온전한 휴식을 그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아 하는 일종의 위장술 같기도 하다. 내부는 침대, 의자, 테이블 등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로 배치되어 있다. 미러큐브, UFO, 새의 둥지 등 트리호텔이 만든 상상의 안식처. www.treehotel.seMESSNER MOUNTA IN MUSEUM라인홀트 메스너는 8천 미터가 넘는 전 세계 14개 봉우리를 처음으로 정복했던 전설적인 산악인이다. 그가 쓴 책 의 몇 구절을 발췌하면 이렇다. “높은 곳에서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지탱해준다.” “고독 속에서 분명 나는 새로운 자신을 얻게 되었다.” “고독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다.” 이탈리아 남부 티롤의 해발고도 2천2백75m 높이에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이 산악 박물관은 자기 안의 동굴을 외로이 탐사했던 어느 사내를 닮았다. www.messner-mountain-museum.itLIYUAN LIBRARY중국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화이러우’라는 작은 마을이 궁금해진 이유는 순전히 도서관 때문이다. 밤과 호두가 특산품이고 산악지대가 2/3를 차지하는 이곳에 산속 작은 도서관이 있다. 건축물의 겉과 속을 지역에서 나온 나무로 지었다. 나무 블라인드 사이로 한 줄기 햇빛이 들어오고, 창밖으로는 틈틈이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ION LUXURY ADVENTURE HOTEL아이슬란드 밤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별, 녹색과 보라색이 뒤엉킨 몽환적인 오로라 기둥, 그 아래 외로이 자리 잡은 ET를 닮은 호텔. 설령 이 사진이 조작되었다거나 포토샵의 힘을 빌렸을지라도 기꺼이 속아 넘어가겠다. 낮에는 빙하 하이킹, 얼음동굴 탐험, 스노클링, 카야킹 등 익스트림 레포츠를 즐기다가 생전 처음 보는 해양 동물을 마주친다거나, 밤중엔 바 창가에 앉아 일 년에 2백 번 정도 출현하는 북극광을 보는 행운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독함 가운데 찾아오는 예측 불가한 만남만큼 짜릿한 게 또 있을까? ioniceland.isNULL STERN HOTEL지붕도 벽도 욕실도 없는 스위스의 이 호텔은 야생체험에 가깝지만 고독한 시간만큼은 확실히 보장된다. 해발고도 1천8백m 산 중턱 아래 오직 당신만 잠들어 있을 테니까. 그러나 사실 이곳은 호텔이기도 하면서 ‘별은 오직 당신’이란 뜻의 낭만적인 의미를 담은 개념 예술가들의 작업이기도 하다. 해, 달, 별을 자연 조명 삼아 밤새도록 하늘과 독대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5성급 호텔보다 훨씬 안락하고 아티스틱하지 않은가? www.nullsternhotel.comJUVET HOTEL흡사 산 한가운데 불시착한 비행선 혹은 우주선처럼 보인다. 16세기부터 유서 깊은 농장으로 사용되어오던 산간 지역에 세운 고요한 호텔로, 영화관 스크린 크기만 하게 뚫어놓은 창문이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더 적극적이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각각의 방은 철저하게 독립된 구조이지만 다이닝룸이나 욕실로 가는 길목에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건축가는 고요 속의 외침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www.juvet.comKIRKENES SNOW HOTEL어디선가 ‘Let It Go’가 울려 퍼질 법한 의 실사판이 노르웨이에 있다. 사방이 얼음 공예품으로 장식된 다소 전위적인 아이스 룸은 오직 12월부터 4월까지만 개방되는 한정판 공간. 반면에 전통적으로 낚시나 사냥할 때 지냈던 오두막에서 모티프를 얻은 고즈넉한 독채 룸은 사계절 내내 머무를 수 있다. 특히 한겨울에는 양가죽 라운지 체어에 앉아 널찍한 파노라마 창밖으로 인생 최대치의 눈을 한껏 바라볼 수 있다. www.kirkenessnowhotel.comSEINÄJOKI CITY LIBRARY핀란드의 어느 도서관에서 ‘고독의 전당’을 하나 발견했다. 하얗게 칠해진 벽에 움푹 파인 빨간 구멍이 바로 그곳이다.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더 어렵지 않던가? 일상 가운데 저런 명당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 1965년 세워진 도서관을 신축하여 작년에 새롭게 오픈한 이곳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이상적인 결합을 통해 훨씬 유연하고 다재다능한 퍼블릭 스페이스로 재탄생했다. www.seinajoki.fiKEKKILÄ GREEN SHED수납과 수면을 동시에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핀란드의 젊은 건축가 빌레 하라(Ville Hara)와 인테리어 건축가 린다 베르그로스(Linda Bergroth)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만든 신비로운 공간을 보여주고 싶다. ‘온실 속 화초’처럼 가만히 있고 싶은 나날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다. 주된 용도인 정원을 꾸밀 때 필요한 온갖 도구와 소품은 뒤편에 숨겨둔 채 유유자적 유리알 안에서 무척추동물처럼 한없이 늘어져 있기 좋은 공간이지 않은가? www.ava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