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내 안에 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두 개의 원이 노랑과 빨강의 변주 속에서 기하... | 아트,유영국,추상

두 개의 원이 노랑과 빨강의 변주 속에서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난다. 얇은 물감 층의 평면적인 패턴에 지극히 간단한 구성의 ‘원-A’를 보면서 일출의 장관이 3차원적으로 다가오는 경험이 놀랍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에서 특히 유영국이 많은 수작을 그려낸 시기의 작품들을 모은 제3전시실은 추상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20세기 초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0년대 코스모폴리탄의 도시였던 도쿄에서 자유주의적 교육관과 예술관을 지닌 예술가들에게서 가장 전위적인 미술운동이었던 ‘추상’을 흡수했다. 그러나 군국주의의 물결 속에 귀향해야 했던 그는 어부가 되기도 하고 양조장을 운영하기도 하면서 가장의 역할을 하느라 그림을 놓았고,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이런저런 단체를 만들어 예술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약수동의 7평짜리 작업실에서 다시 캔버스를 마주했을 때는 수행하듯 자신만의 추상을 완성해나갔다. 너무 추워 붓을 들 수 없는 겨울에는 그림 한 점 팔리지 않았지만 2년여마다 꼬박꼬박 전시를 열면서.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라고 했던 유영국의 산을 그린 수많은 작품들에는 ‘Work’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고향의 자연을 점, 선, 면, 형, 색 등의 추상 언어로 표현해낸 그의 작품들은 숭엄함으로 전시실에 자기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