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의 도발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럭셔리의 아이콘인 모피가 ‘맥시멀리즘’과 ‘글램코어’라는 기류를 타고 제대로 물을 만났다. 궁극의 맥시멀리즘을 만끽하게 해줄 스테이트먼트 퍼로 이번 시즌 트렌드에 편승하라. | 퍼,모피

두 달 전쯤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구찌의 2017 크루즈 컬렉션을 접한 후 다시금 알레산드로 미켈레식 맥시멀리즘과 빈티지한 글램코어(놈코어의 반의어)의 판타지에 매료되었다. 거리를 점령한 블로퍼나 귀여운 하트 자수 숄더백을 봐도 지갑을 열 만큼 끌린 적이 없었건만, 런웨이로 쏟아진 총 96벌 중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9벌의 퍼 코트 군단 앞에서는 철옹성이 무너져버린 것. 사회초년생 때부터 나름 성숙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고자 고가의 제품일수록 클래식한 디자인만 고수해온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스트라이프부터 호피, 동백꽃, 공작새, 뱀 모티프까지 한올 한올 정교하고 섬세하게 염색된 코트들은 조명에 반사되어 무지개를 머금은 듯 짙게 반짝였고, 궁극의 화려함을 한껏 뽐내며 도전 의식을 자극했기에. 당장 베레를 눌러쓰고 망사 스타킹을 신은 채 그중 한 벌을 골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한 순간이었다.사실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 건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데뷔 쇼에 등장한 스트라이프 모피 코트를 기점으로 2016 리조트 컬렉션의 꽃무늬 모피 코트, 크레파스로 그린 듯 별과 달이 프린트된 디자인을 선보인 2016 프리폴 컬렉션(정점을 찍은 순간이었다)을 거쳐 서서히 불이 붙은 결과였다. 이번 F/W 컬렉션에서는 새빨간 모피 코트 뒷면에 그래피티 디자인의 GG 로고가 그려진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이기도! 이렇듯 형형색색 컬러와 모티프로 가득 채워진 모피 코트의 변신은 구찌뿐만 아니라 다른 쇼에서도 종종 목격되었는데, 럭셔리 퍼의 구루인 펜디와 살바토레 페라가모, 메리 카트란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생생한 컬러감에 사로잡혀 얼핏 보면 페이크 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번 시즌 리얼 퍼의 특징은 시선을 강탈하는 과감한 컬러 블로킹과 볼드한 프린트. 이를 증명하듯 펜디는 격자무늬 배경 위에 로맨틱한 플라워 모티프와 물결무늬를 접목해 리얼 퍼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예술작품 같은 코트를 선보였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이너웨어와 액세서리의 컬러를 아우터에 쓰인 컬러와 통일해 완벽하게 드레스업한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는 화려한 아이템일수록 화려하게 연출하는 구찌의 맥시멀 스타일링 방식과 일맥상통한다.)펜디 못지않게 런웨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모피 코트를 내세운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그래픽적인 지그재그 패턴을 사용하되 칼라리스와 투 버튼 디자인으로 우아한 여성미를 잃지 않았다. 또한 몬드리안 프린트의 컬러 블로킹 모피 핸드백을 제안하기도. 하트나 별 같은 동화적인 모티프에 웨스턴풍의 프린트와 호피무늬를 언밸런스하게 매치한 컴퓨터 그래픽의 귀재, 메리 카트란주는 이너웨어를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온전히 코트에만 시선이 머물도록 허락했다. 한겨울에 센슈얼한 매력을 발산하고 싶다면 그녀의 스타일링을 참고해도 좋을 듯. 마치 안나 델로 루소의 옷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화로운 색동 모피 아우터가 부담스럽다면 에스닉한 브라운 컬러 팔레트로 이국적인 뉘앙스를 주입한 프로엔자 스쿨러나 타이다이 효과를 표현한 파스텔 톤 아우터를 선보인 베르사체의 컬렉션을 참고하자.이번 시즌 스테이트먼트 퍼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우터는 물론 스타일링 포인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해줄 퍼 액세서리도 잊지 말도록! 톰 브라운과 메리 카트란주는 프레피식 스트라이프와 그래픽 패턴을 더한 퍼 숄로 룩에 판타지를 부여했고, 미우 미우는 애시드한 컬러의 퍼 위에 진주와 주얼을 장식한 쿠튀르풍 슬라이드로 컬렉션 의상보다 더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이렇듯 존재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스테이트먼트 퍼를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아이템을 선택함에 있어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하고 과장되고 풍성한 ‘맥시멀리즘’ 공식을 기억해야 할 때! 밋밋한 무늬나 채도가 낮은 컬러는 모피가 지닌 고전적인 매력이 부각되어 다소 올드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또한 스타일링은 아우터를 중심으로 그와 비슷한 컬러를 골라 컬러로 힘을 주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