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바라보는 세 가지 방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모든 도시는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기록된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서울을 바라본 해외 사진가들의 작업 노트. | 사진,서울

Olivier Kervern# 나는 파리에 오래 살았고, 그 도시를 매우 사랑한다. 파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나 역시 사진을 찍을 때, 걷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냥 내키는 대로 걷는다. 반쯤은 운에 맡기고 반쯤은 본능에 맡긴 채로. 본능이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닌다.# 아름다움에 관해서 말하자면,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이 좋다. 사람과 자연과 시간이 함께 만들어낸 장소들. 새로 만든 거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사람들이 살다가 떠나버린 곳, 그래서 우연히 길고양이를 마주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사실 나 자신이 어떤 것을 왜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그저 나를 둘러싸는 어떤 느낌일 따름이지 않겠나.# 서울에서도 많이 걸어 다녔다. 제일 처음 간 곳은 남대문이었다. 오기 전에 미리 서울에 대한 조사를 좀 해뒀는데, 남대문은 서울 여행의 시작점으로 매우 좋은 곳이었다. 한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다리를 건너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나 같은 유럽 사람한테는 드문 경험이었다. 그곳의 빛과 그림자는 매우 특별했다. 사람들 역시 제각기 개성이 달랐다. 서울에 있는 동안 이태원에 있는 집을 빌려서 머물렀는데, 떠들썩한 곳에서 떨어진 곳이라 조용하고 좋았다. 그 집은 아주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었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주할 수 있는 전망이 인상적이었다.# 뒷모습을 즐겨 찍는다. 낯을 가리는 편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등이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어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등을 보면 풍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은 어떤 에너지를 가진 사람인지, 풍경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마주 보고 선 남자와 여자의 모습도 내가 언제나 담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등만큼 슬프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을 주는 게 또 있을까?# 나는 사진 안에 정보를 거의 담지 않는다. 어떤 장소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리면 사진 속에 호기심을 담기가 어려워진다. 사진을 고를 때도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담은 사진들을 조합하곤 한다. 그런 조합에서부터 어떤 감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이건 나무건 내 사진에는 주인공이 없었으면 하며, 이미지들 간의 우열관계도 없었으면 한다. 사진을 찍는 것의 목적은 알려지지 않은 진실의 정수를 담아내는 데 있다고 본다. 명확히 무언가를 상징하지 않는 어떤 것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것. 그 안에서 어떤 요소들을 지워버리더라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본질적인 것, 농축된 한 방울의 진실을 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비극적인 느낌을 말이다.Manuel Alvarez Diestro# 나는 지금 서울 경복궁 근처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과 런던에서 보낸다. 스페인 산탄데르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마드리드, 파리, 베이루트, 알제, 요하네스버그, 카사블랑카, 카이로,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살았다. 요즘은 주로 아시아를 여행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톈진, 싱가포르, 상하이, 후쿠오카, 요코하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도시는 인간으로서의 도전을 나타내는 메타포다. 나는 거대한 규모의 택지 개발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땅을 파괴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작업을 한다. 사람들이 나의 사진을 통해 인간이 주택이나 기반 시설을 건설할 때 풍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인식할 수 있길 바란다. 서울은 지난 수십 년간 놀라운 변화를 거듭했고, 그러한 풍경을 ‘신도시’ 시리즈에 담았다. 신도시가 품고 있는 신비로움과 모호함,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초현실주의적인 세계를 포착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건축이나 발전을 즐기기도 하지만, 작업에는 인간으로서의 불안감과 분노, 모순적인 감정이 자연스레 담기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완성된 빌딩보다는 지어지고 있는 빌딩이 더 아름답다.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건설 현장을 많이 보여주셨다. 그 영향 탓인지, 요즘도 나는 건설 현장에서 영감을 받는다. 건축의 과정은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시키지만, 개발이 완성되고 나면 곧 마법을 잃는다. 지나친 화장은 도시의 역동성을 숨긴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한강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이러한 규모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본 적이 없다. 강의 양방향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도시를 즐기는 것은 그야말로 순수한 영화적 경험이다. 한강의 다리들을 촬영한 'Bridge’ 시리즈는 서울 사람이라면 매일같이 보는 풍경을 다른 시각과 빛으로 재조명한 것이다. 다리와 같이 도시를 잇는 기능을 담당하는 거대한 구조물들은 엔지니어에 의해 ‘이성적’으로 설계된다. 그러나 나는 단단한 콘크리트 기둥 앞에서 오래된 성당이나 절 같은 신성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기능적으로 구현된 형태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쪽인데, 한강 다리는 이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나는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풍경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는 세계에 관심이 있다. 인왕산에 자주 간다. 인왕산의 바위는 일출과 일몰 시간에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완벽한 발코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며 한스 짐머(Hans Zimmer)가 작곡한 나 M83의 같은 SF 영화 OST 앨범을 듣기도 한다. 이런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울을 탐험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BGM이다.Geordie Wood# 나는 뉴욕 브루클린에 산다. 이곳에서 지낸 지는 대략 10년 정도 됐다. 여러 동네에 살았지만 현재는 이탈리아인과 폴란드인이 많이 사는 오래된 동네인 이스트 윌리엄스버그(East Williamsburg)에 살고 있다. 뉴욕의 풍경은 블록마다 다른데, 이 동네는 비닐, 콘크리트, 창고와 공장이 많아 고전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다소 산업적인 느낌이 강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데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풍경을 재미있게 만든다. 지금은 조지아에서 뉴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아직 가본 적 없는 남아메리카도 여행하고 싶고, 조만간 아시아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다.# 서울에 있는 동안 주로 강북에 머물렀다. 삼청동, 가회동, 효자동이 마음에 들었다. 서울은 나의 첫 동아시아 여행지였다. 그런데 익숙한 대도시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어딘가로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 중 사람들과 만나고 그곳을 충분히 느끼기 위한 도구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촬영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처음 방문한 도시를 조형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다. 서울의 뒷골목과 구불구불한 작은 거리들에서 조형미를 발견했다. 넓고 깨끗한 도로는 때때로 진부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그 뒤에 난 길에 생생한 활력과 부산함, 진짜 문화가 담겨 있다. 광장시장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울 사진의 대부분이 광장시장 근처에서 촬영된 것이다. 내가 모르는 냄새가 가득한 그곳은 마치 끝이 없는 미로 같았고, 나는 그곳에서 길을 잃는 게 좋았다.# 나는 도시의 아름다움이나 추함을 구분하지 않는 편이다. 다시 말하면 그런 식으로 풍경이나 환경을 규정하지 않는다. 내가 매료되는 것은 간단하다. 도시의 색감과 질감, 흥미로운 특징, 독특한 사물들을 발견하는 순간들. 나에게 성공적인 이미지는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하나의 프레임에 함께 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