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ZAAR TV] 인어 VS. 도깨비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지금은 인어와 도깨비의 시간! | 푸른바다의전설,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전지현이 인어다.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깊은 바다 속을 아름답게 헤엄치는 인어 심청이 전지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주연 캐릭터 설정을 끝냈다. 뭍에 올라온 인어가 사람의 말을 못하고 인간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온갖 실수를 저지르며 좌충우돌해도, 전지현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큰 사건이 없을 때도 예능적 재미를 선사하는 박지은 작가의 재능은 전지현을 만날 때 유독 더 빛을 발한다. 거기에 전생의 기억, 그때부터 이어져온 깊고 오랜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인 허준재(이민호)의 캐릭터가 현실 속 지지고 볶는 극적인 스토리를 가져가면서 드라마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조남두(이희준)와 태오(신원호)가 준재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기단의 이야기는 로맨스 사이 적절한 양념이다. 인어 심청이 전지현인 것은 작품 외적으로도 보는 이들을 납득 시킨다면, 준재가 사기꾼인 것은 작품 내에서 그가 사소하게는 청의 가짜 신분증을 마련해주는 것으로부터 거대한 기업, 정치인, 병원, 사채 조직과 얽히게 되는 상황까지 받아들이게 만든다. 뭘 해도 되는 세상이니, 인어가 있다 한들 대세에 지장이 있을 리 없다. 전생으로부터 질긴 사랑의 인연으로 이어져온 청과 준재의 로맨스에, 준재 주변 인물들의 정치 싸움, 출생의 비밀, 사기 행각까지 함께 하니 종합선물세트같은 드라마로 불릴 만 하다. 문소리, 황신혜, 성동일, 나영희 등 중견 연기자들이 탄탄히 받쳐주는 가운데 크리스탈로 시작해 안재홍, 차태현, 조정석,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까메오들은 말 그대로 보는 재미를 더해줄 예정. 전생의 인연과 업이 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리고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마는 인어공주 이야기가 에서는 어떤 전설로 새로 쓰여지게 될 지가 아직 12회가 남아 있는 이 드라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도깨비의 1~2회를 보다 보면 올해 내내 우려먹은 뻔한 단어 ‘브로맨스’를 또 꺼낼 수밖에 없다. 아니다. 둘 이상의 남자가 붙어 있기만 하면 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단어로 이 관계를 표현하긴 아무래도 부족하니, 공유와 이동욱을 위해 다른 단어를 만들고 싶을 지경이다. 935살 도깨비 공유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승사자 이동욱이 만날 때 마다 튀는 스파크 덕에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분대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도깨비 김신(공유)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저승사자(이동욱)과 뭔가 오랜 인연 같은 게 있어 보이는 여자 써니(유인나), 도깨비를 모시는 집안의 종손 유덕화(육성재), 삼신할매(이엘)까지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름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차근차근 관계를 발전 시키고 있지만 일단 동거부터 시작한 도깨비와 저승사자를 이길 수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제작발표회에서 공유를 에스코트하는 이동욱의 모습으로 이미 드라마 밖에서도 유효한 ‘케미’를 선보인 두 사람에게만 집중해도 2회가 훌쩍 지나갈 정도. 자기 말투와 언어를 가진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걸 지켜보는 것은 김은숙 표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다. 특유의 대사 ‘빨’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도깨비 신은 성당에서 자기를 불러낸 은탁에게 “그래도 여기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하고 생활 밀착형 대사를 내뱉다가도, 자신을 지켜주는 운명을 다하고 떠나간 이들의 무덤 앞에서는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라며 고려시대 말투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도깨비를 부르는 방법, 저승사자가 죽은 자를 데려가는 규칙 등 만의 판타지 규칙 아래서 앞으로 어떤 전개가 이어질지 예측하며 시청하는 것도 를 마음 편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전작들처럼 뒤로 갈수록 개연성이 없어질까 염려된다 해도, 김은숙 작가의 각오가 대단하니 이번만은 믿어봐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935살 도깨비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 반해버린 상황이라면 개연성을 따지기엔 너무 멀리 온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