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_키워드_2016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올 한 해 가상세계 안팎에서 벌어진 문제적 사건들. | VR,스트리밍,디지털,가상세계,로봇

VR이라는 신세계상상이 현실이 됐다. 올해 삼성, HTC, 오큘러스, 소니 등 굵직한 기업들이 VR 기어를 출시하면서 어디서든 가상현실을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거실 소파에 앉아 2016 F/W 발렌시아가 쇼의 현장을 즐겼고, 눈앞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가상의 연인과 스킨십을 나눌 수도 있었으며, 예술작품 속으로 풍덩 빠지기도 했다. 어찌나 몰입도가 대단한지 직접 플레이스테이션 VR을 체험해본 의 김진호 에디터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현실과 구분이 어렵다. 공포 콘텐츠의 경우 긴장이 지나쳐 몸에 힘이 들어가고 땀이 난다. 혼자 하면 심장마비가 걱정될 정도.”실리콘밸리의 무지개지난 9월 7일에 열린 애플의 키노트 이벤트 마지막 순서에 뮤지션 시아(SIA)가 무대에 섰다. 이제껏 U2, 콜드 플레이, 노라 존스 등 슈퍼스타들이 키노트 공연을 펼쳤지만 유독 시아의 퍼포먼스가 특별했던 건 그녀가 첫 번째로 부른 곡이 ‘The Greatest’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인 펄스에서 발생한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을 추모하는 곡 말이다. 무대 옆으로는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메인 댄서 매디 지글러가 무지개 빛깔 눈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상 속엔 49명의 총기 사망자를 기리기 위해 정확히 49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아이폰7을 공개하는 빅 이벤트, 게이인 팀 쿡이 바이섹슈얼 뮤지션 시아를 소개하고 ‘The Greatest’를 공연한다는 건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시아의 노래가사처럼. “우리에겐 위대하게 살아갈 자유가 있어.”트위터의 추락트위터가 몰락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트위터 소유의 동영상 SNS 플랫폼 ‘바인’을 두고 매각이냐, 폐쇄냐를 고민 중이고 올해 안으로 전체 인력의 9%를 줄일 계획이라 밝혔다. 구글, 애플, 디즈니에 인수를 부탁했지만 단칼에 거절 당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이미지 중심의 SNS 플랫폼 사이에서 텍스트 위주의 소통을 고집한 트위터의 참패다. 다 비슷해 보여도 알고 보면 SNS마다 특화된 지점이 있다. 페이스북에선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인스타그램에선 얼마나 잘 먹고 다니는지, 카카오 스토리에선 우리 애가 얼마나 잘 크는지 자랑한다면 트위터는 일명 ‘잉여력’을 뽐내는 플랫폼이다. 트위터 사용자를 ‘트잉여’라 부르는 것도 트위터가 허세 없는 일상적인 얘기를 아무렇게나 쓰는 SNS이기 때문이다. 결국 트위터의 추락은 민낯을 드러내고 문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지구상에서 점점 사라져간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금수저를 위한 SNS'수저론’이 SNS 플랫폼에까지 적용됐다. 지난 11월 13일, ‘아이디 값’으로 월 1천 달러(약 1백13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하는 SNS ‘리치 키드’가 등장한 것이다. 개발자 쥬라 이반은 “남 눈치 안 보고 마음껏 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세금”이라며 전 세계 재벌 상속자와 셀러브리티 열 명에게 초대장을 보내놓은 상태. 흥미로운 건 ‘리치 키드’가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들에게 SNS란 ‘#소통’이 아니라 화려한 삶을 과시하고 부러움을 사기 위한 ‘#자랑질’이었음을 어찌 몰랐단 말인가.LEAGUE OF LEGEND2016년 왕좌의 게임들. ‘포켓몬 Go’는 전 세계인을 피카츄 사냥꾼으로 만들었고 ‘오버워치’는 출시 한 달 만에 PC방 점유율 2백 주 연속 1위였던 ‘LOL’의 권좌를 탈환했다. 명성과는 달리 둘 다 완벽하게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게임은 포켓몬 Go 전에도 출시된 바 있고 오버워치엔 지난 명작들의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때문에 두 게임의 성공은 콘텐츠의 힘을 돌아보게 만든다. 포켓몬 GO는 닌텐도의 대표 장수 브랜드인 에서 출발했으며 오버워치가 기존 게임 제작 과정과는 반대로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그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그리하여 탄탄하고 무한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오락의 기본, 그 재미에 충실한.포스트 휴먼 시대?정말 차세대 인간은 로봇인 걸까? 구글의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뒀고 도쿄대와 IBM의 협력으로 발명된 인공지능 로봇 ‘왓슨’은 논문을 스스로 학습, 백혈병 환자의 진단 의사로서 활약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학자 페드로 도밍고스가 에서 밝힌 에피소드는 AI가 창작의 경지에까지 도달했음을 말해준다. “내가 몇 년 전에 참석한 학회에서 모차르트 곡 세 가지를 들려주었다. 실제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과 모차르트를 흉내 내어 사람이 작곡한 곡, 컴퓨터 알고리즘이 작곡한 곡이었다. 세 곡을 들려준 후 청중들에게 진짜 모차르트 곡을 찾는 투표를 요청했다. 모차르트가 승리했지만 컴퓨터 작곡가가 인간 모방자를 물리쳤다.“ 진화를 거듭한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 혹은 상생의 미래를 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에 의한 새로운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것.NO MORE SEXUAL지난 7월 출시됐던 넥슨의 게임 ‘서든 어택 2’가 ‘슴든 어택’이란 오명을 얻고 23일 만에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서든 어택 2’를 비롯해 게임 속 여자 캐릭터의 과도한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늘 한결같은 답이 돌아온다. 대부분의 유저가 남자이기 때문에 수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거다. 허나 NC소프트의 MMO RPG 게임 ‘블레이드 & 소울(이하 블소)’의 북미 진출 과정 에피소드는 그게 팩트가 아니라 변명일 뿐임을 말해준다. 다음은 ‘블소’의 북미 서버 오픈을 위해 수정해야 했던 것들이다. 1. 여성 캐릭터에게 시스루를 입혔다면 남성 캐릭터에게도 시스루를 입힐 것. 남녀 노출의 정도가 같아야 한다. 2. 여성 캐릭터의 가슴만큼 남성 캐릭터의 사타구니도 함께 부각시켜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같은 레벨로 강조돼야 한다. 3. (‘블소’에서는 캐릭터의 얼굴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데 본래 남성 캐릭터는 3단계까지 주름을 만들 수 있으나 여성 캐릭터는 1단계까지만 조정할 수 있었다.) 남녀 캐릭터 모두 동일하게 주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4. 다양한 체형을 고려해달라.(여성 캐릭터의 경우 C컵부터 가슴을 선택할 수 있었다.) 등등. 결국 북미판 ‘블소’의 여자 캐릭터는 국내 버전과 달리 강인한 전사의 모습으로 탄생했다. 그녀들은 거의 벗은 채로 전투에 임하거나 승리 후 교태를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했냐고? 오픈 일주일 만에 1백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지금도 서버를 확장 중이다.인스타그램 비하인드 신‘인스타 스타’의 연인들이 모여 피드 뒤편의 이야기를 낱낱이 밝힌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허즈밴드.(www.Instagramhusband.com) 인스타그램 피드 속 삶이 ‘뻥’이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의심은 확신이 된다. 완벽한 한 컷을 건지기 위해 수백 장을 사진을 반복 촬영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신발 사진(Shoe Pic)’을 찍고(때론 더 팬시한 ‘땅’을 찾아 나선다) 넉넉한 사진 저장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모든 앱을 삭제하는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스스로 ‘인간 셀카봉(Human Seflie Stick)’이라 명명한 이들의 삶은 초라하고 때론 구슬퍼서 믿고 싶지 않을 정도. 허나 과거 인스타 스타와 데이트했던 이력의 ‘EX 인스타그램 와이프’로서 말하건대 이게 진짜 현실이다.나무위키의 선민사상국내 최대의 오픈 위키백과 나무위키의 공식 규정은 이렇다. “토론을 통해 중립적이고 사실적인 서술과 특정한 관점, 세력에 종속되지 않는 서술을 지향하며, 보편적인 인권과 윤리에 어긋나는 사상과 집단을 배격한다.” 위키 시스템은 누구나 자유롭게 쓰고 수정할 수 있어 집단 지성의 대표 사례라 불린다. 허나 지금 나무위키는 전문성이 부재한 정보로 오염됐고 그들이 자랑하는 토론은 이미 특정한 관점을 가진 ‘나뮈병(나무위키를 맹신하는 병)’ 환자들에 의해 점령 당한 지 오래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규정은 ‘보편적인 인권과 윤리’ 운운하는 부분이다. ‘여성혐오’의 관련 문서로 ‘억지 밈(Meme)’이 뜨질 않나(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밈이란다) 여성혐오의 원인이라며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된 일부 무개념 여자들의 망언’ ‘여성전용 주차구역 등 지나친 여성우대’ 같은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여성혐오가 여성의 잘못으로 생겨났단 말인가? 여성혐오자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기제를 원인으로 등록해놓은 셈이다. 결국 이 의견들은 중립과 객관, 진리로 포장된다. 국내 최대 오픈 위키백과라는 인터넷 랭킹을 근거로 말이다.스트리밍 콘텐츠오늘날의 흔한 풍경. ‘믿고 보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미드를 체크하고, 왓챠플레이로 영화를 찾으며, 게임 인터넷 방송을 보기 위해 트위치 TV에 접속한다. 네이버 TV 캐스트, 옥수수, pooq TV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주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방송을 즐기는 건 이젠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이러니 스타들은 자연히 인터넷으로 갔다. 방탄소년단이 빅뱅과 엑소에 버금가는 거대한 팬덤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대형 기획사의 신비주의 전략과는 반대로 유튜브와 V앱, SNS를 통해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BJ들은 또 어떤가. 과거 제1의 장래희망이 아이돌이었다면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방송 기획과 제작, 출연을 혼자 도맡아하는 그들은 새로운 셀러브리티이자 시대의 롤모델이 된 것이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고, 그렇게 우리는 TV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