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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예능 열전. | 예능,소사이어티 게임,노래의 탄생,말하는 대로,안투라지

tvN 에 열광했던 시청자라면 이번에 정종연 PD가 야심차게 내놓은 에 적잖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은 한 명의 독재자가 있지만 반란을 할 수 있는 ‘마동’과 매일 투표를 통해 리더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높동’의 두 사회를 의식주가 제한된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매일 게임을 해서 진 팀에서 탈락자를 한 명씩 뽑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참가자들이 대부분 일반인이다 보니 본인의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상금과 권력, 그리고 자존심 싸움에 혈안이 되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평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보기 힘든 인간의 맨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하고 몰라도 될 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매회 욕먹을 만한 참가자가 한 명씩은 생겨서 욕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재미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한국 예능 사상 가장 솔직하거나 인간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인처럼 이미지 관리를 할 필요가 없는 일반인으로 대부분의 멤버를 구성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할 만하다. 민주적인 높동이라고 해서 독재자가 있는 마동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일 것이다. 첫 회부터 게임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싶었던 올리버 장은 튀면 죽는 곳에서 너무 튀어서 일찍부터 타깃이 되어버린 케이스. 윤마초는 기초적인 산수 문제를 많이 틀려놓고도 인정하지 않고 이익을 줄 만한 사람 앞에서는 아첨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매회 새로운 비호감(?) 참가자가 생기는 걸 보면 이게 한두 사람의 얘기가 아니고 그 안에 있으면 누구나 욕먹을 만한 구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욕심과 이간질, 정치 싸움이 대부분이 되어버린 이 앞으로 사람들의 어떤 본성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에 끝나는 순간까지 열심히 보게 될 것 같다.글/ 이승진(칼럼니스트)tvN 그러니까, 이런 기분이다. 경기 조율 능력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뽑아야 할 때 사비 알론소를 데려오느냐 안드레아 피를로를 데려오느냐로 고민하는 걸 보는 느낌. 아직 발표되지 않은 누군가의 곡을 가져와 각각의 프로듀서가 편곡하고 원곡자의 선택을 받는 은 말하자면 축구에서 노래로 무대를 옮긴 게임 ‘풋볼매니저’다. 원곡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살릴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프로듀서가 감독 혹은 단장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축구, 아니 음악을 위해 영입하는 세션과 보컬은 플레이어다. 돌파가 좋은 윙어가 필요하니 손흥민을 데려오는 것처럼, 어쿠스틱한 분위기로 마음을 울려야 하니 보컬로 샘 김을 데려오는 그런 게임. ‘풋볼매니저’가 수많은 유저에게 전술적 시각으로 축구를 보는 법을 알려준 것처럼 은 그저 번뜩이는 창의의 영역으로만 생각되던 창작의 실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시간은 45분밖에 주어지지 않고 그 사이에 편곡부터 합주까지 완벽하게 합을 맞춰야 한다. 프로듀서들은 자신이 그린 최종 결과물을 위해 영입한 플레이어들에게 감독처럼 끊임없이 지시하고 각각의 사운드를 조립해낸다. 이 과정은 창작이 사실 얼마나 테크니컬하고 물리적인 과정인지 증명하며, 프로듀서 각각의 스타일도 그들의 결과물만 접했을 때보다 훨씬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가수 뒤편에서 연주하는 아무개 정도로만 보이던 세션들도 비로소 45분 안에 완벽한 합주를 만들어내는 괴물 같은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범람하는 음악 예능 중에서 이 가장 재밌는 프로그램은 아닐지 모른다. 다만 음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성실하게 답해주는 프로그램이다.글/ 위근우( 기자)JTBC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땐 어이가 없었다. “말로 하는 버스킹 같은 거예요. 길에 모르는 사람들이 막 지나갈 거잖아요. 거기 혼자 나가서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들을 호객해야 해요. 그리고 이야기를 듣겠다는 행인들이 모이면 본격적으로 말로 버스킹을 하고,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예능이에요.” 그림이 그려졌겠는가?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 경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인 내가?하지만 프로그램의 기획대로 정말 지나던 행인을 붙들고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내 안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는 전혀 알지 못할, 그것도 우연히 방금 길에서 만난 인연일 뿐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듣고 있고,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과정. 그것은 마치 그 시간을 내어준 행인의 인생에 어떠한 책임과 지분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긴장했을 뿐이었지만, 말이 진행될수록 그 눈빛 앞에선 무엇이든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결국 나의 ‘말할거리’를 진지하고도 최선을 다해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그래서 MC인 유희열조차 처음 기획안을 받아들고 “정말 재미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는 이 프로그램은 낯선 사람들 앞에 선 출연자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민낯으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행인들의 모습이 덧대어진 장면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순항 중이다. 나는 출연자로서 이 순항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낯선 이들에게 진심을 끌어오는 일이야말로 세상 어느 것보다 뭉클한 일이기 때문에, 또, 이런 예능은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에.글/ 남궁인(의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