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 & DANDY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베르사유 궁부터 빅토리안 시대와 벨벳 슬리퍼까지, 이번 시즌의 무드 보드는 시대를 초월한 화려함의 향연이다. 패션사에서 가장 별난 아이콘들을 되돌아보며 룩의 기원을 탐구한다. | BAZAAR,바자

“자도르 컬러! 프린트! 텍스처!” 스타일리스트 캐서린 바바(Catherine Baba)가 외친다. “절제를 버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호화로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호주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며, 샤넬, 발맹, 지방시의컨설팅을 담당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파격적인 스타일로 잘 알려진 그녀 혼자 이러한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패션산업 전체가 그녀의 스타일에 주파수를 맞췄고, 그 결과 2016년 가을/겨울 다양한 패션쇼에서 역사에서 인용한 온갖 요소를 최대한 섞은 스타일이 탄생했다.최근 트렌드였던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연출된 평범함을 의미하는 놈코어(Normcore)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이 새로운 무드는 상류사회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맥시멀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앞장서 옹호하는 이 무드는 과거와 현재 귀족들의 창의적인 스타일은 물론 일부 엘리트들의 무신경하고 과장된 옷차림을 인용한다. 가장 훌륭한 예가 메디치 가문과 스튜디오 54를 조합한 미켈레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 사치스러운 브로케이드와 자카드, 러플이 쏟아져 내리는 망토, 팔라초 마다마(Palazzo Madama)의 벽지를 뜯어 만든 듯한 바로크 프린트에 글램 록 시퀸 장식, 디스코 헤어, 의외의 요소인 너드 스타일의 안경이 더해져 시크한 혼돈을 연출했다.그러나 미켈레가 귀족적인 스타일에 집착하는 유일한 디자이너는 아니다. 알베르타 페레티는 화려한 라운지 스타일을, 겐조는 해체적인 빅토리아 펑크를 연출했고, 로샤스는 태슬 장식 레이스, 실크 새틴, 풍성한 골드 퍼를 제안했다. 이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 중국풍), 18~19세기 밀리터리 스타일 태슬 장식, 더치스 새틴, 겹겹이 연출한 진주로 가득한 가을/겨울 시즌 패션의 일부에 불과하며, 모두 17세기 이래 여행이 가능했던 상류사회의 부와 지위를 상징한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호화로움에 집중하며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표현했던 프랑스의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로부터도 영감을 받았다. 과일로 장식하고 파우더를 뿌린 그녀의 높은 가발과 브로케이드 바탕에 다이아몬드로 장식하여 내부에 골조를 맞춰야 할 정도로 무거웠던 그녀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 베르사유 궁에서 영감을 받은 피터 코팽의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컬렉션과 레이 가와쿠보의 콤 데 가르송 켤렉션에서 발견되었다.‘더할수록 좋다’는 이 애티튜드는 과거와 현재의 VIP 패션 수집가들의 스타일도 연상시킨다. 그 한 예가 프랑스 리보(Rivaud) 은행의 공동설립자 장 드 리브(Jean de Ribes) 백작의 딸 자클린 드 보몽(Jacqueline de Beaumont)이다. 올해 여든일곱인 보몽 자작부인은 1948년 프랑스 사교계에 데뷔 이래 화려한 프린트의 믹스 매치로 명성을 날렸으며, 작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의상 센터가 그녀가 평생 수집한 쿠튀르 의상에 초점을 맞춘 전시를 열었다. “최근에 누군가가 저를 두고 쿠튀르의 DJ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녀가 에 전한 발언이야말로 이번 시즌을 가장 잘 요약한다.“디자이너들이 절제된단색 우아함에 싫증을 느끼는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던 컬렉션 중 하나인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은 이탈리아 부호 가문의 상속녀이자 미술 후원자였으며 괴짜로 유명했던 루이자 카사티(Luisa Casati) 여후작에게 경의를 표했다. 알베르타 페레티 컬렉션의 출발점이기도 했던(알베르타 페레티는 지난 1월 자신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그녀를 테마로 삼았고, 알렉산더 맥퀸과 톰 포드도 지난 수년간 그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카사티는 올 시즌 흐름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20세기 초 베네치아 사교계의 주요 인물이었고, 맨 레이, 폴 푸아레, 잭 케루악,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이들의 뮤즈였던 그녀는 사치스럽고 환상적인 옷차림에 있어 전설적인 존재였다. 그녀의 대담한 스타일(그녀는 살아 있는 뱀을 목걸이로 연출할 정도였다)에는 변덕스러운 성격까지 더해져 신비로우면서도 광기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한밤중에 퍼만 두르고 애완용 치타를(그것도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목걸이를 채운) 산책시키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반 노튼에게 이러한 기벽은 레오퍼드 프린트 수트, 피케 셔츠, 실크 파자마 팬츠, 드라마틱한 아이 메이크업(그녀는 눈이 더 밝게 보이도록 독성 있는 벨라도나 추출액을 안구에 넣곤 했다) 등으로 해석되었다.초보자들은 사치스러운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로 이토록 과도한 세계에 입문을 시도할 수 있다. “럭셔리한 벨벳 슬리퍼는 이 트렌드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매치스패션닷컴’의 바잉 디렉터 나탈리 킹엄(Natalie Kingham)이 제안한다. 이 새로운 정신에 완전히 사로잡혔다면 볼드할수록 좋다. “오버사이즈 니트에 수 장식의 실크 톱, 여기에 묵직한 브로케이드 맥시스커트를 믹스하세요.” 킹엄이 조언한다. “체크무늬에 데님, 벨벳을 섞어도 좋아요. 이 경우 더할수록 좋습니다.” 아니면 출신이자 이러한 사치 무드를 앞서 옹호했던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자신의 인기 칼럼 ‘Why Don’t You? ’을 통해 제시한 조언을 주목하라. “재킷만 화려한 파이에트로 장식한 블랙 트위드 이브닝 수트를 입고 연극을 보러 가면 어떨까요? 섬세한 페르시아 디자인이 프린트된 가장 아름다운 브로케이드를 사 루이 16세가 입었을 법한 코트처럼 두른 다음 옅은 색 그로그랭 리본으로 허리를 조이고, 매치된 컬러의 그로그랭 소재 클러치를 들면 어떨까요? 화사한 옐로 파자마를 입고 조각된 산호 팔찌를 둘러도 멋질 거예요!” 번역/ 찰리 강 에디터/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