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시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제 고상하게 프런트 로에 앉아 어여쁜 표정을 지어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대 진짜 영향력 있는 사람(Influencer)은 누구인가? | SNS,VIEW,인플루언서

잠에서 깨자마자 무얼 먼저 하나요? 언제부턴가 질문을 던지면 비슷비슷한 답변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침대 옆에 둔 휴대폰을 확인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밤새도록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 꼭 한 명쯤은 존재하는 ‘소셜미디어 거부자들’조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페이지는 운영하지 않더라도 유령 계정으로 가입해 비밀스럽게 염탐을 즐기는 시간들을 부정하진 않는다. 업로드는 모를지언정, 다운로드는 알아야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한마디라도 거들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는 타임라인을 따라잡는 것은 때로 그날 그날의 밀린 숙제처럼 느껴질 정도다.패션계에선 컬렉션의 프런트 로 역시 변화의 흐름이 예민하게 감지되는 자리다. 그 쇼의 디자이너가 얼마나 화제가 되고 있는지부터, 지금 어떤 사람과 어떤 매체가 가장 핫하고 영향력 있는지, 그리고 지금 패션과 가장 관계가 깊은 분야는 무엇인지마저 반영되니 말이다. 한때 다소곳한 여배우들이 나란히 자리하던 시절이 있는가 하면, 록 밴드의 멤버들이 껄렁껄렁하게 프런트 로를 채우던 때도 있었다. 독수리 떼처럼 차려입은 힙합 뮤지션들이 스왜그를 뽐내는가 하면 소셜라이트나 아티스트들이 집중적으로 쇼에 얼굴을 드러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프런트 로를 차지하는 이들을 이야기할 때는 ‘인플루언서’라는 신조어를 꺼내야만 한다. 말 그대로 어떤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인데 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파급력을 의미한다.아마 어쩔 수 없이 셀러브리티들도 조금은 번거로워졌을 거다. 말 없는 뮤즈들이 조용하게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적극적인 컨트리뷰터들이 앞자리를 차지할 테니 말이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캐주얼하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경우에야 오히려 시너지를 누리니 반갑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단지 약속된 미소를 짓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넘어 친근하게 자신의 행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의 협찬 룩이나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상업적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스냅챗, 유튜브의 현실적인 포스팅은 좀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으니 브랜드들도 점차 스타 마케팅이나 파워 블로거 마케팅이 아닌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은 인플루언서들과 촬영한 스타일링 컷을 포스팅하는데 모델과 촬영한 카탈로그의 제품들보다 더 많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효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의 상승이라는 데 있다. L 브랜드의 디지털 담당자는 말했다. “무엇보다 ‘노출’이라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죠.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이라기보다는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패션 이벤트의 초청 1순위도 이런 인플루언서들인데 때문에 종종 뜻밖의 인물들을 만나기도 한다. 패션계 사람들로만 가득했던 상황에 디제이나 아티스트들은 물론 각 분야의 ‘힙’하다는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의 반응은 아직 어리둥절하다. “내가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관심은 많지만 때론 패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참석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니까요.” 파티장에서 만난 한 친구의 말이다. 그렇다 해도 브랜드가 기대하는 건 다르다. 가령 영향력 있는 디제이를 패션 이벤트에 초대했을 경우, 그의 포스팅이 패션에 전혀 관심 없던 음악계의 팔로어들에게도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어주니 때론 패션 피플의 포스팅보다 폭넓게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최근 구찌가 제작한 스케이트보더들(국내에선 고효주가 참여했다)과의 영상 시리즈도 이 같은 예다.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가 합쳐졌을 때 더욱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 법이니까. 사실 스포츠 브랜드들은 훨씬 전부터 이런 일련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시딩(Seeding) 리스트’로 선정해 신제품을 증정하고 직간접적으로 전파시키는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그리고 그 리스트의 기준은 자신만의 취향과 신념이 확고한 사람!옷을 잘 입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취향이 보이는 것이다. 스타일리시한 것과 쿨한 것은 다르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과 돈이 있어도 취할 수 없는 태도가 있다.실제로 지금 브랜드들에서 가장 고민하는 건 ‘누가 진정한 인플루언서인가?’에 대한 기준이다. 특히나 예민한 하이패션계에선 좀 더 까다로움이필요하다. 아주 프라이빗한 멤버십 클럽의 가입 조건처럼 말이다. “딱 봐도 대가만을 바라는 광고성 포스팅이 계속된다든지, 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해 무언가를 판매하는 상업적인 성격을 띤다든지 하는 사람은 절대 거절!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명확하면서도 취향이 좋은 사람들의 경우엔 막상 팔로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에 패션 글로벌 마케팅 컨설턴트 이규범은 말한다. “인플루언서에게 팔로어 수는 어쩔 수 없이 매력 지수이자 어필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증명할 수 없으면 그저 괜찮은 사람일 뿐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엔 명확한 캐릭터와 설득력을 지닌 카리스마가 이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요. 데이비드 호크니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웃음)” 옷을 잘 입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취향이 보이는 것이다. 스타일리시한 것과 쿨한 것은 다르고,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들과 돈이 있어도 취할 수 없는 태도가 있다. 그리고 글로벌한 마인드와 다방면에 참여하고 교류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유연한 자세도 중요하다. 이는 가 강조하는 여성상이기도 하고, 늘 찾아 헤매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들은 과연 셀러브리티의 범주일까? 아니면 프레스일까? “행사장에서의 참여도도 중요하지만 요즘엔 포스팅도 중요해요. 포스팅 결과를 통계화해서 다음 초대 여부를 결정하기도 하니까요.” 모 브랜드 행사 담당자의 말이다. 인플루언서는 셀러브리티로서의 대우를 기대하기 전에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불특정한 팔로어들에 대한 우려는? 때로 1백 명의 팔로어보다 1명의 리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의미 없는 해시태그의 남발이나 팔로어를 구걸하는 낚시성 포스팅보다는 진정성 있는 에디팅에 대한 존중과 변별력, 그리고 자존심이야말로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로 이르는 길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