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HIS MARC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마크 제이콥스가 1980년대 작가 타마 자노비츠(Tama Janowitz)와 함께 보낸 행복한 뉴욕 생활, 그리고 아티스트 타부!와의 콜라보레이션, 또 30년 이상 일을 하면서도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 마크 제이콥스,타마 자노비츠,타부!

위대한 디자이너.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Marc Jacobs 제품.진정한 패션은 당신이 '필요'로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원하는' 어떤 것이에요.” 마크 제이콥스가 후덥지근한 6월의 어느 날 전화로 내게 말했다. 1980년대부터 알고 지낸 이 디자이너는 내가 기대했던 침착함으로 자신의 스타일관에 대해 논한다. 그는 소호에 위치한 자신의 뉴욕 본사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30년 전에 만난 마크와는 매우 다르게 느껴졌다. 당시 벳시 존슨은 우리에게 자신의 쇼에 모델로 서줄 것을 부탁했고, 우리는 그 대가로 1백 달러의 쇼핑 크레딧을 얻었다. 우리는 어울리는 세일러 풍 룩을 입고 함께 런웨이를 걸었다. 약간은 비참했으며,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이 우러나서인지 서로를 부추기기 위해서인지, 팔짱을 끼고 터벅터벅 걸었었다. 몇 년이 지나 우리는 오래전 뉴욕에서 그랬듯, 다양한 만찬과 레스토랑, 혹은 클럽에서 수없이 마주쳤다. 그때 당시에는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화려하게 보여지는 우리의 직업 덕분에 어디든 출입이 가능했다. 그의 커리어를 온전히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반짝거렸던 순간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1992년 페리 엘리스의 ‘그런지 컬렉션’, 무려 16년의 시간을 함께한 루이 비통에서의 혜성 같은 급부상, 그리고 다양한 옷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레이블은 항상 비주얼의 축제처럼 다가왔다. 2012년 어느 날 나는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근사한 광고 사진을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컬러의 프록 코트와 카우보이 풍 외투를 입고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컷으로, 희미하게나마 1920년대와 30년대 의상을 입은 모델들을 촬영한 것인데, 스티븐 존스가 디자인한 굉장히 독특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옷은 신선했고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약간 어두운 방식으로 완전히 정신이 나간 듯했다.(에 등장하는 모자 장수의 티파티에나 어울릴 법했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옷들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말도 안 되게 멋있게 보이는 마법을 만들어냈다. 마크 제이콥스는 이를 미스터리로 남겨두었다. 그가 솔직하고 수다스러우며 열정적이긴 하지만, 정작 자신의 패션이 사랑 받는 이유는 말하지 못한다. “창조적인 선택이 전부예요.” 그가 과정에 대해 말한다. “스케치를 하고 피팅을 하며 콜라주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지막 결과물에 도달해요. 저는 가끔 신발 한 짝을 신고 앉아 있거나 실루엣을 바라봐요. 또 디자인 팀이 저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져오기도 해요. 그럴 때 저는 ‘오, 이거 쓰고 싶어.’라고 말하죠. 그 외에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요. 마치 폐기물의 미학처럼, 만일 무언가가 끔찍하게 느껴진다면 반대로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거든요. 일종의 앤디 워홀과 같은 감성이에요. 그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고, 자신이 본 것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였죠.” 그는 빅토리안 고스 분위기와 오버사이즈 비율이 반영된 자신의 2016 가을 컬렉션이 한 시즌 전에 선보였던 스팽글 장식의 아메리카나 쇼의 정반대 버전이라고 말한다. “봄 컬렉션을 끝냈을 때 (매우 컬러풀한 컬렉션으로 지그펠트 극장에서 선보였다) 다음 컬렉션을 위해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똑같은 룩에서 시작해서 모든 컬러를 걷어내고 봄 컬렉션의 고딕 버전을 만들자. 그냥 대조적으로 만드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첫 번째 룩에서 시작해 모든 컬러를 없애고 비율을 바꿨어요. 하지만 봄 컬렉션을 위해 개발한 프린트는 그레이 색상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죠. 프린트와 패턴의 이미지를 만들어줄 누군가와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때 인스타그램에서 타부!의 그림을 보았고 ‘오, 이 사람에게 연락해서 우리를 위해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지 물어보자.’라고 말했어요.” 아티스트이자 1980년대의 여장 행위가인 타부!(스티븐 타시안(Stephen Tashjian))는 마크 제이콥스의 연락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첫 미팅에서 그는 피라미드 클럽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자신의 드로잉과 포스터들을 보여 주었다. 마크 제이콥스에 의해 ‘발견된다는 것’이 타부!에게는 ‘적어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마크 제이콥스와 일하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그건 럭셔리 패션이죠. 제가 안주해온 환경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거죠. 스릴 그 자체예요.”타부!가 마크 제이콥스에게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타부!의 메이크업으로 완성된 마크 제이콥스의 포트레이트.“저는 제가 관심 있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었어요.” 마크가 말을 잇는다. “고딕이지만 정말 고딕은 아닌, 어둡지만 정말 어두운 것은 아닌 것 말이에요. 타부!는 까마귀와 검은 고양이를 그렸어요. 어둠의 아이콘을 사랑스러운 버전으로 말이에요. 그는 매일 찾아왔고 저는 ‘그거 정말 대단하지만 저는 이 케이프에 소용돌이와 흑옥으로 자수를 넣으려고 했어요.’라고 말해주었어요.” “저는 믿을 수 없었어요.” 타부!가 말한다. “케이프요! 그건 아무도 안 해요. 하지만 그가 단순히 제 드로잉을 가져가서 옷에 프린트한 건 아니에요. 아니, 마크는 작은 프랑스의 아틀리에에서 손바느질을 하고 비즈와 깃털 장식, 그리고 수를 놓도록 한 거예요. 하지만 처음에는 제가 이 엄청나게 값비싼 원단 위에 손으로 디자인을 그려 넣었어요.” 타부의 일러스트 결과물들은 코트, 백, 슈즈 그리고 검은 고양이의 티셔츠까지 휘감았으며 어림잡아 열세 개의 피스가 컬렉션의 주된 아이템으로 사용되었다.다른 이를 위한 아티스트의 작업이 진실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특별한 일이며 극도로 드물다. 마크 제이콥스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끊임없는 여행과 창조성에도 불구하고 협업에 대한 수용력은 그가 일하는 방식의 특징이 되었다. 또한 어떤 정신적인 수준에서 그에게 이점을 가져다주었을 수도 있다. 뉴요커이자 창의적인 초신성으로서 마크는 언제나 뉴욕에서 영감을 끄집어낼 수 있다. 우리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외출을 하지 않는다 해도. “몇 년 전만 해도 집에만 있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어요. 외출하고 사람들을 보는 것이 흥분되는 때도 있었지만 바깥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덧붙인다. “아마도 제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제가 가진 기준 때문일 수도 있어요. 게다가 저는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외출하는 게 그리 즐겁지 않죠. 술도 안 마시기 때문에 외출하는 게 그리 재미있지 않아요. 저는 혼자 있는 걸 꽤 좋아해요. 하루 종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외롭지 않죠. 가장 단순하고 행복한 기쁨은 제 강아지 네빌과 소파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이보다 더 편하고 안락한 건 없어요. 근사한 남자친구도 있고 그 역시 강아지를 키워요! 제 주변에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해요. 전 여기서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하답니다.” 그리고 나는 마크와 그의 극적인 프레젠테이션, 멋진 옷들로 인해 패션이 흥미롭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가장 힘든 영역 중 하나인 패션계에서, 53세의 한 개성 있는 재능이 갖은 풍파에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타협 없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는 참 먼 길을 걸어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