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ORED SPORT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끝나가지만, 스포티즘은 여전히 이번 시즌 강력한 드레스 코드로 남아 있다. 쿨한 에너지와 쿠튀르적인 디테일로 패션 필드를 가득 채운 2016년식 우아한 스포티즘에 대하여. | 2016fw,스포티즘,트렌드

스포츠의 에너제틱함과 도전, 젊음은 패션이 추구하는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젊음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컬렉션에 부여하기 위해 스포티즘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패션에 있어 ‘스포티즘’이란 단어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스포츠’와 ‘시크’라는 두 단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으니까. 대표적인 예로 몇 해 전 런웨이에 등장해 거리를 휩쓸었던 ‘쿠튀르 스니커즈’는 받아들이기 힘든 유행이었다. 드레스나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하는 게 쿨해 보일 수 있는 건 각각이 존재 이유에 충실할 때의 이야기가 아닐까? 스니커즈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쿠튀르적인 장식과 가격표를 단 스니커즈는 스니커즈도 아니고 하이패션도 아니었다. 스니커즈를 모티프로 한 가방은 또 어떤가? 당시에는 트렌드 신봉자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을지언정 하이패션이 갖는 근본적인 우아함이나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등장한 스포티즘은 스포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하이패션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 스포티즘 트렌드와는 다르다.런웨이로 넘어가 2016 F/W 시즌 가장 화제가 된 쇼 두 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발렌시아가와 구찌를 들 수 있다. 파리와 밀라노에서 라이벌 구도를 펼치고 있는 이 두 브랜드의 젊은 디자이너들 역시 스포티즘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았다. 먼저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의 1백여 년 전 유산을 건축적이면서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으로 재해석했는데, 패딩이라는 의외의 선택과 어깨가 드러나도록 내려 입은 실루엣이 돋보였다. 여기에 더해진 쿠튀르적인 주얼 장식의 톱이 스포티즘의 하이엔드식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다양한 시대와 테마를 한데 버무려 악동 같은 면모를 드러냈는데, 그가 선택한 테마 중 하나는 ‘1970년대의 스포티즘’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영감 받은 화려한 주얼 장식의 니트 톱에 볼드한 스트라이프 패턴 스커트와 짐 백(Gym Bag)을 연상시키는 캔버스 스트랩 백, 양말의 매치는 경기장에 당당히 입장하는 올림픽 선수단의 유니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루이 비통 컬렉션 역시 스포티즘을 이야기했다. 교차된 운동화 끈 디테일의 재킷, 스포티한 스웨터, 포멀한 트랙팬츠 등이 돋보였는데 자유로운 에너지 한편에 현대적이고 우아한 여성이 그려졌다.이번 시즌 등장한 스포티즘은 스포츠를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하이패션의 우아함과세련미를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기존의스포티즘 트렌드와는 다르다.스포츠 코드를 사랑하는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번 컬렉션을 단순히 스포티 룩이라고 정의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한다. “강한 여성이에요. 여성은 강해야만 하죠!” 도나텔라는 엄격한 테일러링과 글래머러스한 스타일링을 통해 스포츠의 강인함을 표현해냈다. 그런가 하면 테니스 웨어의 심벌과도 같은 V 네크라인 니트에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매치하고 볼드한 유색 스톤 액세서리로 마무리한 마르니의 룩은 생동감이 넘친다. 비비드한 컬러와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켓이 매치된 막스마라의 수트, 운동화 끈 같은 은근하고 유머러스한 디테일로 드레시한 룩에 스포티즘을 가미한 DKNY와 프로엔자 스쿨러의 룩은 디너를 위한 차림으로도 어색함이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멀한 디자인과 미니멀한 실루엣을 유지하는 대신 컬러나 디테일로 스포티한 감성을 더했다는 것!이쯤 되니 나 역시 이 우아한 스포티즘에 설득 당하게 됐다. 이번 시즌 잘 차려입은 옷차림의 마무리는 스포티한 터치에 있음이 분명하니까. 마지막으로 올림픽 열기를 추억하며 지금 리얼웨이에서 스포츠 시크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면 ‘정제된 테일러링’이야말로 중요한 키워드임을 기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