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트렌드 리포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번 시즌 투자해야 할 키 아이템들. | 키아이템,리사 암스트롱

원치 않더라도 러플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벨벳. 가끔 러플과 벨벳을 꿈꾸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은 마음을 어지럽힐 정도로 로맨틱한 시즌이다. 때때로 이 달콤함은 어두워지기도 한다. 아주 작은 나뭇가지 프린트들이 마치 포식동물처럼 무섭게 자라난다. 알렉산더 맥퀸 쇼를 본 후엔 마치 동화 속의 그레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화려한 것들과 레이스 장식의 러플 드레스를 탐내는 그레텔 말이다. 이 판타지 모티프로 뒤덮인 드레스에 대해 디자이너 사라 버튼은 달콤한 만큼 악몽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달콤하기만 하거나 악몽적이기만 하다면 지루할 테니깐. 올가을 에르뎀, 로다테,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알베르타 페레티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전통적인 주름 장식의 시폰 드레스는 굉장히 정교하기 때문에 모조리 탐날 정도다. 하지만 그 순간 당신은 나뭇가지 프린트나 드레스에 평소 관심이 없었으며 플라워 프린트,주름 장식은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음을 상기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라. 적절한 플라워 프린트나 주름 장식은 당신의 옷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하는 요소가 될 테니까. 새로운 시즌은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는 바이커 걸부터 라파엘전파(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등장한 예술 그룹 라파엘전파 형제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파)까지, 아노락을 입은 아웃도어족부터 무늬만 스포티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안한다. 여러 가지 트렌드가 한꺼번에 쏟아진 만큼 쇼핑하기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라.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옷장에 생기를 되찾아주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다. 지금은 탱크에 기름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할 때다!그렇다면 가장 실용적인 교훈은 무엇일까? 스포티한 아이템에 힐이나 테일러링 아이템을 매치할 것. 이 방법은 가장 손쉽게 트렌디한 룩을 완성할 수 있으며 오피스 룩으로도 적합하다. 특히 밑단이 접힌 실크 소재의 조깅 팬츠에 테일러드 재킷과 힐을 매치해보라. 한편 턱시도, 스니커즈, 크리스털은 클래식한 이브닝 조합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누가 이브닝 룩이 까다롭다고 했나? 중성적인 실용성에 좀 더 격식을 차리고 싶다면 멘즈웨어가 있다. 늘 그렇듯 핀스트 라이프, 롱 베스트, 브로그 등 아주 다양하다. 특히 사치스러운 주얼리나 지극히 여성스러운 패브릭과 어우러지면 새삼 더 매력적이다.아직 화이트 셔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부드러운 컬러부터 장식적인 블라우스까지 다양하게 입어볼 때다. 어두운 주얼 톤을 특히 추천한다. 플라워 프린트부터 스트라이프 패턴, 스카프 형태의 칼라, 레이스 장식, 메탈릭이나 러플로 마감된 요크, 베아트릭스 포터 스타일의 네크라인까지. 특히 마크 제이콥스의 커다란 리본 디테일같이 강렬한 블라우스는 스타일을 변주할 수 있는 스테이트먼트 아이템. 이런 블라우스는 테일러드 재킷도 거의 필요 없지만 함께 연출해도 훌륭하다. 청바지나 트위드와 함께 매치하면 관능적이면서도 에지 있고, 새틴 스커트나 퀼로트와 연출하면 파티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도 적합하다.한편 변덕스러운 선동자들을 파악하는 것은 이번 시즌 무드를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된다. 비율과 컬러는 각자의 취향에 맞출 수 있고 맞춰야 하지만, 무드는 이질적인 요소들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올가을엔 모든 것에 반체제적인 정신이 스며들었으니. 연약하고 가녀린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의 빅토리안 맥시스커트는 도널드 트럼프가 좋아하는 섹시하고 타이트한 과거의 드레스를 밀어내고 있으며, 작년 혜성같이 나타나 캐주얼한 스트리트 웨어와 애슬레저 룩을 하이 패션으로 끌어올린 베트멍이 좋은 예다. 또한 짧은 머리, ‘생얼’ 모델, 청키한 플랫폼 슈즈까지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기도.반란의 시기에는 당연스레 밀리터리 스타일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프라다, 베르사체, 발렌티노. 이렇게 세 하우스만 예를 들어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밀리터리 테일러링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 ‘변덕스러운 패션’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라. 디자이너들은 모든 규칙에 재치 있게 반발하고 있다. 프라다는 군복 코트에 허리를 극적으로 졸라매는 벨트와 여성스러운 토트백을 함께 매치했고 발렌티노는 가장 하늘하늘한 소재인 레이스와 튤로 밀리터리 룩에 여성스러운 보호막을 형성했다. 베르사체의 스키 팬츠에서 영감 받은 고리 바지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재킷과 힐이 더해져 군대가 행진하듯 런웨이에 등장했다. 이처럼 구찌와 프라다를 비롯해 많은 디자이너들은 실용적인 ‘음’과 빈티지스러운 ‘양’의 완벽한 조합을 선보이기도 했다. 카키색 오버올에 누빔 베스트를 매치한 시 바이 클로에, 드리스 반 노튼과 스텔라 매카트니의 애니멀 프린트, 로베르토 카발리의 1970년대 재해석을 참고해볼 것.그렇다. 방금 당신은 ‘고리 바지’라는 단어를 읽었다. 이는 화제를 일으킨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 데뷔 쇼에도 등장하는데 보석이 잔뜩 장식된 새틴 스텔레토 힐과 매치되었다. 하지만 고리 바지는 이번 시즌 가장 모험적인 아이템이다. 그대신 당신은 이번 시즌 가장 인기 있는 벨벳 팬츠에 도전해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남성복 수트를 벨벳으로 재해석했고 발렌티노는 호화롭고 웅장한 벨벳 드레스를 만들기도 했으니. 그러나 고리바지를 다짜고짜 거부하지는 말라. 혹시 모르는 일이니깐. 발렌시아가 쇼에서 고리바지는 극적으로 해석된 스키 재킷과 스타일링 되었다. 이 재킷은 네크라인 위로 치솟거나 오프숄더 실루엣, 퀼팅 디테일 그리고 무서운 가격대를 자랑한다. 모피나 인조 모피와는 달리 가볍고 따뜻하며 방수까지 되는 발렌시아가의 패딩 코트와 캔버스 아노락은 모던하고 실용적인 럭셔리를 정의하며 단순한 잠깐의 트렌드로 여기기엔 힘든 도시적인 스포티함을 대표한다. 최근 럭셔리한 보머와 트레이닝 소재가 옷장에 걸린 뒤, 지금 어떤 것이 우아한가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되고 있다.패션계의 보수주의자인 로맨티시즘, 보호 그리고 화려함의 열렬한 팬들도 애슬레저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토리 버치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승마복 스타일의 코발트색 새틴 코트를 선보였는데 여기에 트레이닝 팬츠가 매치되어 여러 번 런웨이에 등장했다. 캐주얼한 컬러 블로킹이 돋보이는 래그 & 본의 모터사이클 재킷, 루이 비통의 그래픽한 스포츠웨어, 오토바이 폭주족에게서 영감 받은 듯한 가죽 플레어 팬츠까지 리무진만 타고 다니는 디자이너들은 왜 바이커 족에게 흥미를 느낀 것일까? 그들의 엄격한 규율? 반항적인 기질? 이 조합은 지루해진 보디컨셔스 실루엣에 에너지 넘치는 대안책을 제시한다. 지금 패션계는 데콜테를 노출하는 쇼걸보다 운동장의 강한 섹시미와 사랑에 빠졌다. 또 트위드 소재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할머니 세대들에게는 충격을 줄 만한 운동화, 라메, 가죽, 데님 같은 요소들과 어우러진다.룩에 악센트를 부여해주거나 일부러 삐딱하게 만들어 줄 백도 다양하다. 네이비 컬러에 대조되는 컬러 스티치로 장식한 멀버리의 메이플 토트백,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어 실용적인 로에베의 해먹, 블랙 스웨이드 소재로 만들어진 발렌시아가의 클래식 트래블러 백팩 그 외에도 귀여운 톱 핸들 백과 장식적인 체인 백에 주목하라. 지금은 단조로움의 시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