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타탄체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두 얼굴의 타탄체크 룩이 올 가을, 겨울 시즌 런웨이를 점령했다. | 2016fw,트렌드,체크,타탄체크

위키피디아 사전을 인용하자면, 타탄(Tartan)의 정확한 의미는 ‘여러 색상의 골이 수평 및 수직 밴드로 구성된 패턴’이다. 또 타탄에 대해 이야기함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스코틀랜드다. 19세기 중반까지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씨족들이 자신의 부족을 드러내는 문장으로 사용했던 것이 바로 타탄이다. 선명한 레드나 딥한 그린 컬러의 타탄체크 킬트(kilt)를 입은 스코틀랜드 남자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겠다. 패션계에서 타탄은 체크 가운데서도 가장 친숙하고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패턴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주요 레퍼토리로 작용해왔다. 그 때문인지 찬바람이 불면 으레 등장하는, 특별할 것 없는 트렌드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체크를 이루는 선과 면, 컬러에 따라 많게는 3천5백 가지의 서로 다른 타탄체크가 존재한다는 사실. 한마디로, 우리가 앞으로도 접할 타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 중 이번 시즌과는 두 가지 무드의 타탄체크가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나는 타탄이 지닌 클래식한 우아함에 초점을 맞춘 룩, 또 다른 하나는 타탄체크에 스트리트 감성을 더해 유쾌한 변화를 준 룩이다.먼저 타탄체크의 클래식을 우아하고 모던하게 풀어낸 룩부터 살펴보자. 블랙과 그린 컬러를중심으로 한 블랙워치 타탄, 브라운 컬러를 중심으로 한 브라운워치 타탄은 타탄체크 가운데서도 가장 클래식한 느낌을 전한다. 이번 시즌 랄프 로렌과 발렌시아가, 캘빈 클라인, 샤넬 쇼를 보면 이러한 타탄체크를 모던하고 우아하게 풀어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가장 유명한 타탄체크인 글렌체크 역시 블랙 & 화이트의 모던한 컬러 조합으로 런웨이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쇼는 발렌시아가와 캘빈 클라인. 발렌시아가의 새로운 수장, 뎀나 바잘리아는 남성복에 자주 쓰이는 타탄 플래드 체크를 팬츠수트, 더블 브레스트 코트, 미니멀한 원피스에 도입해 쿨한 도시 여성 룩을 선보였다. 캐멀과 머스터드 옐로 컬러가 멋스럽게 조합된 타탄체크 팬츠수트는 까다로운 오피스 레이디들의 마음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프란시스코 코스타의 마지막 캘빈 클라인 쇼이자 그가 하우스에서 보낸 1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미니멀리스트에 의한,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룩들로 가득했다.튼튼한 울 코트나 양복지, 또는 부드러운 실크 소재위에 얹혀진 체크 패턴은 또 다른 뉘앙스를 풍기죠.조금씩 다른 체크를 뒤섞어보는 과정은흥미로웠습니다.물론 기본 실루엣은 아주 미니멀해야 해요._프란시스코 코스타클래식한 타탄체크의 우아한 변주는 샤넬과 랄프 로렌 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샤넬은 하우스의 유산인 트위드 소재에 타탄체크를 입혔고, 랄프 로렌은 아메리칸 클래식에 대한 애착을 그대로 이어가되 미국 서부의 황량한 풍경을 연상케 하는 타탄체크를 더했다. 오랜 전통을 가진 패션 하우스들이 많은 체크 패턴 가운데서도 타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타탄체크야말로 하우스의 DNA를 은근하면서도 우아하게 드러내기에 최적화된 패턴이기 때문일 것.한편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얌전한 타탄체크와 버버리 체크에 팝 컬러를 입힌 뒤데이비드 보위를 떠올리게 하는 1970년대 글램 룩 스타일을 접목했다. 결과는 말괄량이버버리 걸의 탄생! 반면 DKNY와 베트멍은 보다 격한(?) 스트리트 무드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치렁치렁하게 바닥에 끌리는 오버사이즈 팬츠, 그리고 거대하다는 표현이걸맞은 익스트림 오버사이즈 셔츠 등, 당장 입고 거리로 나서기엔 부끄러움이 앞서지만클래식한 타탄체크에 신선한 애티튜드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체크가 가미된 커다란 셔츠, 스웨트셔츠,오버사이즈 재킷에 섹슈얼 판타지를불어넣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흰 양말과사이하이 부츠, 타투를 더했죠._뎀나 바잘리아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는 쇼가 끝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전했다. 알렉산더 왕과 이자벨 마랑은 보다 웨어러블한 방식으로 타탄체크를 활용했다. 록시크 무드의 미니 드레스나 집업 디테일이 가미된 블라우스는 낮과 밤 어느 때나 쿨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가까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알렉산더 맥퀸이 사망한 다음해인, 2011년 가을/겨울 시즌에도 타탄체크 룩이 대거 등장한 바 있다. 그는 대표적인 스코티시 디자이너로 생전에 민족적인 성향이 강한 타탄체크 룩들을 선보였다. 또 패션계의 대표 앙팡 테리블이었던 그답게 체크를 향한 실험정신도 남달랐다. 그리고 2016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맥퀸의 이 실험정신에 경쾌한 스트리트 무드를 가미한 듯 보인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밑바탕에 엄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펑크 스피릿’. 1970년대 후반 펑크족들의 패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체크 패턴은 새빨간 로얄 스튜어트 타탄이기에.(당시 반체제 기호처럼 쓰여졌을 정도로 지배 계급, 현대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시를 상징했다.)거두절미하고, 당신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은 하나다. 옷장 속 체크 아이템을 재정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 아주 우아하고 클래식하거나, 반대로 제멋대로 자유로운 영혼을 드러내거나. 두 가지의 상반된 선택권이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단정하고 심심한 타탄체크와 이별을 고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