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FEED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소통’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허세와 거짓, 비교와 불안이 포스팅되는 오늘의 타임라인.이제 스크롤을 그만둘 때다. | 인스타그램,SNS,타임라인,소셜미디어

여느 때처럼 잠에서 깨자마자 인스타그램 피드를 확인했다. 제일 먼저, 세 아이의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10분 만에 준비한 점심이 눈에 들어온다. 수십 개의 ‘좋아요’를 획득한 피스타치오 크랜베리 콤포트를 올린 시금치 비트루트 샐러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파베르제 박물관을 거니는 중인 친구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요트에서 크로아티아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개인 헬리콥터 주행, 무라노 섬의 유리 공예들, 카프리 섬의 바다 동굴 블루 그로토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아보카도 토스트 사진이 피드를 가득 채웠다. 이번 여름 내가 가장 좋아했던 포스트는 ‘Fuck you and your hampton house’라는 글이 수놓인 스트로 백 사진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실은 햄튼에 커다란 집을 소유한 이들이라는 거다. 내가 아는 한 확실히 그렇다.2년 전, 인스타그램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SNS는 흥미로운 오락거리였다. 나의 첫 포스트는 배리스 부트캠프(아만다 세이프리드와 킴 카다시안이 다니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한 후 찍은 복근이었다. 팔로어를 낚기 위한 전형적이고 초보적인 ‘미끼용’ 포스팅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겨울 정도다. 그건 (그리스의 새하얀 해변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비행기 날개’ 사진만큼이나 꼴불견이다.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의 화려한 사진을 보면서 알 수 없는 우울함을 느낀 적 있나?흔한 일이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 따르면 SNS에는 ‘비교와 좌절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신과 의사인 한 친구는 자신의 환자들 대부분 소셜미디어에 의해 자의식이 흔들리는 경험을 털어놓는다고 말해주었다. 휴가가 엉망이었다는 한 여성에게 이유를 묻자 휴대폰 속 누군가의 환상적인 에게 해 여행을 가리키며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글쎄요, 내 휴가가 그녀 휴가의 절반도 근사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이렇듯 지금 소셜미디어는 우리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뒷마당 울타리 너머 혹은 전화로 뒷담화를 하던 것이 이제는 와이파이를 타고 널리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얼마나 중독적이고 거대한 가상세계인지! 미국 정신과 협회의 대표 마리아 A. 오도 박사는 이 점이야말로 비교라는 ‘전염병’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예전엔 비교 대상이 또래 친구들이나 이웃 정도였습니다. 비교 가능한 범위 자체가 우리가 주거하고 일하는 장소 정도로 제한돼 있었어요. 하지만 SNS는 ‘이웃’의 스케일을 굉장히 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다. 비교의 대상, 지금 우리가 들여다보는 ‘이웃’의 삶이란 보여주기로 작정하고 선택, 신중하게 편집된 이미지들 아닌가. 피자 한 판뿐인 가장 지루한 밤조차 칸에서 열리는 이브닝 파티처럼 보이기 위해 필터를 사용하고 편집한다. 오도 박사는 거의 계략에 가까운 술수라고 덧붙였다. “타임라인을 보면서 이 이미지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까다롭게 고르고 큐레이팅한 결과라는 걸 깨닫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타임라인 속 완벽한 인생을 바라보면서 하루에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후엔 내 계정을 그만큼 멋지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셜미디어 속 삶은 진짜가 아닙니다.뉴욕에 거점을 둔 ‘시리어스 비즈니스’ 홍보 사무실의 파트너인 조이 턴불은 10년 전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브랜드 전략을 짜는 광고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이 턴불은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그렇게 조사하듯 바라보는 것은 건강하지 못해요. 최악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만 모니터하게 돼요.” 그녀는 소셜미디어를 일종의 에덴동산의 선악과로 생각한다. 유혹적이고 쉬운 무엇이지만 궁극적으로 독을 품고 있다는 거다. “아담과 이브가 지식의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었을 때 그들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모든 이들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마법은 사라지죠.”인스타그램을 탈퇴하는 사람들은 은근한 ‘자랑질’에 싫증이 난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난봄 9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호주 출신의 모델 에세나 오닐은 돌연 자신의 계정을 삭제했다. 수많은 ‘좋아요’와 팔로어에 관한 욕망이 그녀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말이다. 그녀는 개인 웹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렸다. “타임라인 속 완벽한 인생을 바라보면서 하루에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후엔 내 계정을 그만큼 멋지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셜미디어 속 삶은 진짜가 아닙니다.” 유튜브 비디오에서는 낯선 이들의 관심이 그녀 스스로를 얼마나 의존적으로 만들었으며 감정적인 소모를 일으켰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협찬 포스팅으로 게시물 당 약 1천5백 달러 정도를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은 외로운 시대입니다. 화려한 타임라인의 주인공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주변의 사람들 모두 똑같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예상했겠지만, 나 역시 최근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2년여 간에 걸친 인스타그램을 향한 열렬한 애정에 종지부를 찍은 계기는 아주 일상적인 두 가지 사건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뉴스를 처음으로 포스팅하려는 사람들의 불쾌한 행동을 알아차렸을 때였다. 어느 날 아침 타임라인이 프린스 혹은 데이비드 보위 혹은 아니카 사르코의 포스트가 갑자기 넘쳐나는 것을 발견했고, 곧 프린스 혹은 데이비드 보위 혹은 사르코가 사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순간은 겨울에 찾아왔다. 6살짜리 아들 루크가 스키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 부모들은 나중에 ‘포스팅’할 추억을 위해서 스마트폰을 들었고 우리만이 아무것도 없이 그저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루크가 운동에 소질이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 스키 휴가를 올 만큼 풍족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진짜 삶 속의 진짜 행운을 말이다. 루크가 산 아래에 도착했다. 그는 모든 부모들이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재빨리 알아채고 내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의 눈으로 날 바라봐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