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신드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모든 콘텐츠를 위한 세계. 지금 당신이 유튜브를 탐험해봐야 하는 이유. | 유튜브,대도서관,1인 미디어,혼방

요즘 인터넷엔 세대를 구분하는 몇 가지 퀴즈가 떠돈다. '디바'하면 탁 떠오르는 것이나(걸 그룹 ‘디바’를 떠올린다면 옛날 사람이고 게임 캐릭터를 떠올린다면 요즘 사람이란다. 난 전자였다. 'ㅇㄱㄹㅇ’이 뭔지 맞추는 게임이다.(답은 ‘이거레알’) 한 블로거가 여기에 문제 하나를 더했다. “도티, 대도서관, 윰댕,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씬님, 양띵, 릴마블이 뜻하는 건?” 답을 모른다면 현 시대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빈정거리기까지 했다. 짜증 나지만 일리 있는 얘기다. 이건 국내 최강의 유튜버 크리에이터의 이름이고 지금 그들은 명실상부 파워풀한 스타이자 만능 엔터테이너이기 때문이다.지금 유튜브가 가진 파워는 슈퍼 히어로, 그중에서도 어벤저스급이다. 구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검색량이 많은 사이트이며 순 방문자 수만 10억 명이 넘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분당 3백 시간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될 정도다. 본래 동영상을 무료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유튜브가 1인 미디어의 중심이자 전 세계 영상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콘텐츠만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별풍선’에 기대지 않고서도 말이다. 지난 9월 25일 방송된 SBS 스페셜 편에서 ‘인터넷 방송계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대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전 국민이 ‘Tell Me’ 동영상을 찍어서 싸이월드에 올렸던 것 기억나십니까? UCC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들이 좀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하지만 영상 조회 수 2백만이 나오면 뭐 하겠어요? 돈을 벌 수 없는데. 2011년 유튜브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개인 제작자가 전 세계를 통해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면서 모든 것이 변한 거죠.”그렇게 새로운 종류의 스타가 탄생했다. 유튜버, BJ,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1인 콘텐츠 제작자들 말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세계 최고의 유튜버인 퓨디파이 채널의 구독자가 우리나라 인구수와 맞먹는다는 사실 알고 있나?(현재는 4천9백만 명. 한 달마다 1백만 명 이상 구독자가 증가한다.) 미국 매거진 에서 꼽은 ‘10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 10’ 중 6명이 유튜버라는 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9월 2일 DDP에서 열린 의 현장은 가히 엑소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게임 유튜버 ‘양띵’을 만나고 싶어 아침 일찍 부산에서 온 초등학생 팬부터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을 위해 휴가를 내고 달려왔다는 직장인,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해외 팬도 있었다.이쯤에서 주변을 둘러보자. TV, 매거진, 음악 서비스, 포털 등등 다채로운 유튜브 사용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친구 K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했던 세대에겐 가상공간에서 영상으로 과제를 접하고 댓글로 소통하는 게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란다. 하긴, 태어난 지 한참 후에야 인터넷을 경험한 에디터들만 둘러봐도 취향에 따라 (나름) 알차게 유튜브를 애용 중이다. 몸짱 D 선배는 홈 트레이닝 채널을 구독하고 애주가 A는 와인 채널의 애청자다. 와이너리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귀한 장면을 시청할 수 있다면서. 나의 경우엔 각종 ‘병맛’ 개그 채널을 보다 열심히 챙겨 본다. 특히 연관 검색처럼 추천되는 영상 리스트는 퍽 믿을 만해서 한번 시작하면 어느새 싸이월드 파도타기 하듯 끝도 없이 가게 되는 마력이 있다. 지난달 인터뷰이로 만났던 갓세븐의 JB 역시 취향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슨 틸러와 OVO 사운드 채널을 구독 중인데 최대한 많은 음악을 듣고 싶어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연관 영상에 나오는 음악을 계속 클릭하고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눌러요. 그럼 그 목록이 쌓이니까 음악 수집과 확장의 용도로 사용하는 셈이죠.”유튜브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느끼겠지만 이 세계엔 없는 게 없다. 지상파 방송에선 채택될 수 없는 과감한 아이디어, 정제되지 않은 재능, 날것의 문법이 오히려 무기다. 토크 위주의 방송은 친구 방에서 벌어지는 리얼리티 쇼 같고 게임 방송을 보고 있으면 PC방에서 컵라면 먹으며 수다를 떠는 착각이 든다. 영화나 음악 리뷰, 패션처럼 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도 대중적인 언어는 그대로다. 스낵 컬처 특유의 가벼움이라기보단 공감 가능하고 생생한 경험을 나눈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를테면 영화 유튜버 ‘발 없는 새’의 경우 시종일관 진지한 어조로 가 남긴 ‘떡밥’에 대해 말한다. 완성도와 재미를 동시에 갖춘 그의 콘텐츠는 실제 이십세기 폭스의 공식 보도 자료로 인용되기도 했다.결국 유튜브는 일종의 콘텐츠 생태계를 재설계한 셈이다. 콘텐츠의 접근과 소비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는 얘기다. 콘텐츠가 가진 본연의 힘과 재능으로 먹고사는 일이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님을,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어쩌면 지금 유튜브는 세상을 바꾸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탐라’를 SNS 타임라인이 아니라 제주도의 옛말이라 아는 당신이라도 탐험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