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캘리그라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필체와 그림체를 연결 지어 유니크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니콜라스 오쉬니어. 자신 만의 생각과 감성을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에 담아내는 그와 나눈 진지하고도 유쾌한 토크. | 인터뷰,달팡,캘리그라퍼,니콜라스오시니어

뷰티 브랜드 달팡과의 최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봤다. 수 천 개의 작은 글자가 모여 하나의 글자를 완성한 작품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작업했나? 분명 글자지만 글자처럼 보이지 않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와 그림을 접목시키기로 결심했다. 달팡의 고유한 프렌치 감성을 담아 서체를 만든 후 이를 살짝 흐트러뜨려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거다.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함이 때로는 더 순수하고 아름다우니까.이 밖에도 프랑스 파리 방돔 중심가에 있는 달팡 인스티튜트에 가면 또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나? 검은 잉크로 작업한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다. 먼저 브랜드의 창립자인 피에르 달팡의 초상화부터 달팡의 대표 제품으로 알려진 ‘8플라워 넥타 에센셜 오일 엘릭시르’ 그리고 팔레드 로얄과 방돔 광장 같은 파리의 아름다운 명소를 오직 선으로만 그려냈다. 흩뿌린듯한 뚝뚝 떨어져 있는 검은 잉크 자국에서 느껴지는 여운을 만끽해보길 바란다.언제부터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나? 아마도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보통의 아이들이 자동차나 인형을 가지고 놀 때 나는 펜이나 연필, 종이, 잉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또한 텔레비전은 내게 있어 장식품에 불과했다. 대신 책을 항상 읽었는데 이는 작가였던 할아버지,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 떠오른다.선천적인 아티스트적 기질과 성향을 지녔던건가? 전혀(웃음). 내가 비지니스 스쿨을 다녔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처음엔 전공을 살려 경제 카테고리 실무 경험을 쌓았지만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열망은 여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으니 프랑스에서 유명한 아트 갤러리로 알려진 장 가브리엘 미테랑(Jean-Gabriel Mitterand)에서 어시트턴트로 일을 시작하게 된 거다. 아트 오프닝 행사를 주최하면서 손 글씨로 만든 초정장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아티스트, 니콜라스 오쉬니어의 첫 걸음이 됐다.그 후 주로 어떤 작업을 이어왔는지 궁금하다. 팝 아트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앤디워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의 사인을 흉내 내어 인비테이션 봉투에 캘리그라피 사인을 넣었는데 큰 호응을 얻으며 이슈를 얻었다. 이후 갤러리를 그만뒀는데 갤러리의 고객 중 한 명이자 프랑스에서 저명한 아트 콜렉터로 유명한 어떤 분이 개인 초청장을 의뢰해왔고 그 후로 개인적인 러브레터부터 패션위크 초청장, 브랜드의 비주얼 작업, 로고 등 나의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왔다.15년이면 강산이 바뀌고도 남는 긴 시간이다. 숱한 작업들 중 각인될 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작업이 있다면?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으니 정확한 이름을 밝히진 않겠다.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의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해왔다. 그 남자는 결혼을 한 상태라 부인을 떠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실 나 또한 그 둘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작업을 하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따끔거렸다. 예상치 못한 멋진 결과물이 나와 남몰래 탄성을 지른 적도 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가 자신의 딸을 위해 웨딩초청장을 의뢰했는데 피(Blood)를 사용해달라고 부탁한 것.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 소고기의 피를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 피 질감의 잉크를 만들어 작업 했는데 정말 모두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다운 초청장이 탄생했다. 그때의 뿌듯함을 잊을 수 없다.잡지의 마감을 끝냈을 때의 쾌감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2017년 S/S시즌이 곧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패션 위크 인비테이션 작업을 맡았나? 매 시즌 패션 위크의 스케줄이 공표되면 바빠지기 시작한다. 릭오웬스, 미우미우 등 1만5천 장 이상의 초청장을 작업하는 데 몰두한다. 방 안 가득 초청장이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작업을 마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 정확이 알 순 없지만 패션 위크 초청장을 작업할 땐 잠을 거의 못 자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매 번 다른 작업을 할 경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절차 또한 필요하다. 오감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 끊임 없이 소통하고 그 안에서 난 해답을 찾는다. 특히 어머니와 여동생은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작업에 필요한 패브릭이나 특별한 종이, 잉크를 준비해주는 6명의 크루(특히 나의 오른팔 격인 퀜틴(Quentin)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도 물론 포함된다. 항상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영감을 얻는데 그들만큼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주변에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작업은 늘 고독할 거 같은데…일을 할 때 주변으로부터 방해를 받고 싶지 않지만 한 편으로 고립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롭고 고독하다. 작품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니콜라스 오니쉬어만이 만든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면? 작품 속에 내가 담겨 있다. 모든 작업은 머리 속에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끌어내기 때문. 그리고 그 작업들은 특별한 리듬을 완성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내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직감을 믿고 앞으로 전진하는 고집 때문에 가능했을 거다. 주변의 잡음이 들릴 때도 내 안의 신념을 가지고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인터뷰를 할수록 작품과 일체가 된 느낌이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분명 스트레스가 있기 마련인데…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일은 내게 있어 하나의 중독이니까. 항상 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는 나의 삶이자 내가 보내는 순간 순간이다.롤모델로 삼고 있는 다른 아티스트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컬러, 블랙으로 작품을 만드는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는 내게 특별하다. 그의 작품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조만간 프랑스 중남부 로데지(Rodez)에서 열릴 그의 전시가 무척 기대된다. 이 외에도 윌리엄스 홉킨스(Williams Hawkins)와 줄 베르느(Jule Verne)의 작품에 유달리 애착이 간다.지금과는 다른 창의적인 영역에 새롭게 도전할 계획이 있다면?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음식과 관련된 캘리그라피라면 어떨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