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리의 연애법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JTBC 드라마 <청춘시대>가 종영했고, 영화 <최악의 하루>가 개봉했다. 두 작품 속 한예리의 민낯과 연애에 대해 말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 한예리,드라마

여름과 함께 떠나간 드라마 속 윤진명(한예리)은 그저 살아가는 게 너무 버겁다. 가족의 빚을 떠안고 오직 생존을 위해서 버티기만 하는 그녀에게 연애라고 쉬울 리 없다. “나 좋아하지 마요. 누가 나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약해져요.”라고 말하며 이 드라마 속에서 유일하게 사랑할 만한 남자인 재완(윤박)을 밀쳐내고, 연애 비슷한 감정이 자신을 파고들어올 때도 억지로 꼭꼭 숨긴다. 그런 그녀를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마디를 얹지 않을 수가 없다. 한예리의 연애는 왜 이토록 어려운가요? 물론 이 드라마 속에서 진명의 연애만 고통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 없이 돈을 받고 애인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강이나(류화영)도 있고, ‘나쁜 새끼’의 호구가 되어 질질 끌려다니는 정예은(한승연)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연애를 했다. 그뿐인가. 송지원(박은빈)은 심지어 모태솔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명의 연애는 특별히 더 힘겨워 보인다. 그건 바로 진명이 한예리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들이 종종 거울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그 얼굴 말이다. 한예리의 얼굴이 길에서 마주칠 만큼 평범하다거나 나머지 네 배우처럼 아름답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예리는 분명히,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배우다. 하지만 대중이 한예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그 얼굴에 익숙해진 건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대중들은 ‘깡마르고 볼품도 없는’ 가느다란 몸,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가진 한예리에게 섣불리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대충 ‘매력 있는 얼굴’ 정도로 얼버무렸다. 한예리가 영화 로 주목을 받고 김고은과 박소담이 출현한 뒤에야 이들의 아름다움은 ‘발견’되었다. 하지만 백지 같기에 더 강렬한 두 사람과 한예리의 얼굴은 결이 다르다. 한예리의 얼굴은 메이크업이나 분장 없이 화려하지 않은 그대로 존재한다. 민낯. 그러니까 현실에서 발견하게 되는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얼굴로 한예리는 거기 있다. 한예리의 얼굴 덕분에 한예리가 맡은 캐릭터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애할 때, 그 연애 역시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한예리의 연애에는 장르가 없다. 과한 양념이 더해진 로맨스나 멜로도 아니고, 꿈 같은 판타지도 아니다. 한예리와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 사이에는 수상하거나 야릇한 기운도 없다. 그렇다고 마냥 건강하고 밝기만 한 것도 아니다. 수식어 필요 없이, 연애라는 단어가 주는 복잡미묘한 기운을 모두 간직한 보통의 것으로 한예리의 연애는 존재한다.이런 한예리의 연애는 KBS 드라마 스페셜의 단막극이었던 에서부터 감지되었다. 한예리의 얼굴을 한 연우는 아나운서가 된 동창의 대타로 소개팅에 나갔다가 ‘썸’ 타기 시작한다. 연우는 소개팅 코스를 제대로 준비해오지 않아 염려하는 상대 남자에게 “너무 애쓰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툭, 맥주를 건네는 여자다. 한예리의 연애에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마법 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 대 사람으로 눈과 술잔을 마주치는 순간이 있고, 마음과 마음이 툭, 하고 부딪히며 서로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적당한 거리감이 조금씩 좁혀져 가는 사소한 일상과 만남이 있다. 그리고 복잡한 관계와 감정의 엇갈림 또한 있다.는 한예리식 연애의 민낯이 그대로 솜털까지 들여다보이는 영화다. 이 영화의 가제는 ‘최악의 여자’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머리를 묶었다 풀면서 만나는 남자마다 다른 표정과 눈빛으로 대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 은희는 한예리의 얼굴을 하고 진실과 진심 사이를 줄타기하며 연애한다. 불운이라고 하는 게 나을 우연이 겹쳐 현재 남친과 구 남친, 그리고 오늘 우연히 만난 외국인 남자까지 한 공간에서 번갈아 만나게 된 그녀는 분명 누군가에게 최악의 여자일 수 있다. 바람을 핀 여자일 수도 있고 거짓말을 한 여자일 수도 있으며 아무 남자나 ‘나쁜 웃음’을 지으며 꼬여내는 헤픈 여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기억의 문제다. 사실 대개의 연애가 그렇지 않은가. 한쪽이 ‘최악’이 되지 않고 끝나는 연애가 얼마나 있나. 은희는 그걸 알고 있기에 애써 변명하려고 하지 않는다.한예리는 그런 연애를 보여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억지로 아름답지도, 애써 추하지도 않은 연애. 있는 그대로 사랑스럽고, 실은 종종 구질구질한 그런 연애 말이다. 그래서 한예리는 자기 자신, 곧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인물 그 자체인 채로 연애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한예리의 인물들은 그걸 위해 자신을 바꾸려고 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의 지후는 정훈(윤계상)이 비루한 현실을 들어 자신을 밀어낼 때 “자기 싫어하는 사람, 나도 싫어.”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고백도 거절도 솔직하게 말한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사실 솔직했는걸요.” 속 은희의 이 대사는 지금까지 한예리의 연애를 요약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마치 한예리의 얼굴처럼. 젊은 여성들이 한예리에게서 자기 자신을 본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리고 내 연애를 본다는 것. 의 은희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제안하고, 상대보다 먼저 성큼 앞으로 나아가 스스로 걸어간다. 의 진명은 자신의 마음이 커진 순간 먼저 키스한다. 상대의 반응을 재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이 솔직한 연애는, 연애에 대한 환상도 비하도 다 걷어낸 또래의 여성들이 가장 원하는 현실의 연애다. 어렵지만 그래도 ‘포기할 용기보다 나아갈 용기가 커진’ 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늘의 최선을 다하는 연애. 그래서 더욱 응원하고 싶은 연애. 나를 토닥이는 마음으로, 한예리와 그녀를 닮은 이들의 연애를 응원한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연애의 끝이 어떠했든 그녀는 결국 행복해졌다는 사실. 연애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해피 엔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