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의 반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본연의 고유한 색은 유지한 채 디테일 변주를 통해 색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트렌치코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유혹적이다. | 트렌치코트,TrenchCoat

아무리 트렌드가 시시각각 변한다한들 트렌치코트만큼은 ‘클래식’이 정답이라 줄곧 생각해온 나로선 트렌치코트를 떠올리면 자연히 무심한 듯 멋스럽게 프렌치 시크를 연출하는 제인 버킨이나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매력적으로 변형된 트렌치코트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디자이너들을 눈여겨 볼 때다. 본연의 색을 유지한 채 저마다의 색깔로 변신한 트렌치코트들이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실루엣의 변주. 그 중심에는 몇 년 사이 패션계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뎀나 바잘리아가 있다. 뎀나의 발렌시아가 데뷔 쇼에 등장한 트렌치코트 한 벌은 전 세계 프레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는데, 흘러내릴 듯 아니 입다 만 듯하게 연출된 오프숄더 트렌치코트가 바로 그 것. 실제로 얼마 전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이 코트를 마주하고 놀라운 비밀을 알 수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형태의 트렌치코트를 그냥 내려 입은 줄 알았더니 사실은 안쪽 겨드랑이 부분의 히든 벨트와 인체공학적인 재단이 어깨를 젖혀 입기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것. 진정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여기에 쇄골과 어깨 라인을 훤히 드러내는 니트와 높디높은 플랫폼 사이하이 부츠까지 더해져 클래식했던 트렌치코트는 단번에 도도하고 관능적인 여인을 연출했다. 또 약간의 변형만으로 기이한 실루엣을 마구 쏟아낸 베트멍 쇼는 어떠한가? 껄렁껄렁한 ‘어깨깡패’나 ‘어좁이’ 같은 과장되고 비정상적인 실루엣의 트렌치코트는 괴상하지만 쿨해 보였고, 왠지 모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소재로 변주를 준 아크네 스튜디오는 칼라와 벨트 디테일만으로 포인트를 준 미니멀한 실루엣에 광택이 느껴지는 PVC 소재를 활용해 재기발랄하고 색다른 매력을 발휘하기도. 칼라를 말끔히 없애버리고 밑단에 플레어 디테일을 더한 로에베와 몸에 딱 피트되는 형태의 데렉 램은 리얼웨이에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으로 변형된 트렌치코트들이니 놓치지 말 것. 또 미우 미우의 베스트 트렌치코트의 경우 소매 끝에 풍성한 모피를 장식한 쇼트 재킷이나 모직 코트, 퍼 재킷까지 어떤 것을 매치하느냐에 따라 아예 다른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으니 레이어링 아우터로 손색이 없다.이번 시즌 등장한 변형된 트렌치코트는 그야말로 ‘한 벌의 미학’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그 힘은 실로 대단하지만 당당한 존재감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선 트렌치코트 저마다 색깔에 맞춘 적재적소의 매칭 플레이가 필요한 법. 발렌시아가의 오프숄더 트렌치코트에 어깨 라인을 드러낸 니트 톱, 원피스처럼 연출한 로에베의 트렌치코트에 관능적인 스틸레토 힐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이제 남은 건? 변형된 트렌치코트를 취향에 따라 과감하게 고르는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