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ory of COUTURE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런웨이엔 눈부신 장식이 범람하는 환상적인 컬렉션이, 그 뒤로는 수수한 아틀리에의 실제 풍경이 펼쳐진 2016 F/W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 판타지와 현실, 결과와 과정이라는 대조적이면서도 밀접한 장면들이 공존한 이번 컬렉션은 쿠튀리에를 향한 찬사와도 같았다. | 샤넬,2016fw,CHANEL,HAUTE COUTURE,COLLECTION

칼 라거펠트는 언제나 그랬듯 이번 컬렉션에서도 현실을 꼬집고 일깨우며 우리가 자칫 잊고 있을지 모를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디지털과 테크놀로지에 전전긍긍하고 모든 콘텐츠가 너무나 쉽게 공유되는 요즘, VVIP들의 프라이빗 룸보다 더 비밀에 부쳐지는 장인들의 아틀리에에 대한 찬사로 컬렉션을 완성한 것이다. 오랜 시간 숙련된 손과 노련한 경험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일들이 훨씬 중요하며, 눈앞에 펼쳐진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숨겨진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어쩌면 현 시대에서 얼마 남지 않은 그 세상 말이다.그렇게 캉봉의 아틀리에는 잠시 쇼장인 그랑 팔레로 거처를 옮겨왔다. 게다가 단지 겉모습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작업대와 미싱, 거울, 줄자, 패브릭 등은 물론 광목과 실밥으로 가득한 휴지통, 심지어는 그들이 가봉을 보며 꺼내 먹는 젤리까지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쇼장에 세팅되었다. 그리고 ‘작은 손들’이라는 뜻의 불어 표현 ‘프티 맹(Petite Mains)’이라 불리는 이 아틀리에의 주인공, 장인들 역시 컬렉션에 함께했다. 보통은 쇼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며칠 밤을 새서 이 ‘작품’을 완성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백스테이지를 떠나던 그들이 이번엔 아예 런웨이에 함께하며 쇼에 나온 컬렉션 룩이 완성되는 과정을 재현해 보인 것이다. 수없이 작업을 반복해 소재를 길들이고 완벽한 형태를 위해 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맞춰가며 칼 라거펠트의 스케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들의 ‘작은 손길’이 함께한 덕분에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오트 쿠튀르 판타지 속에 담긴 정성과 시간의 미학까지 목도할 수 있었다.쇼가 끝난 다음 날 이어진 화보 촬영에서 다시 한번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패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단지 소재와 패턴만으로 그래픽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는 점이었다. 건축적이면서도 우아한 라인을 구현할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한데, 요즘 ‘핫’하다는 젊은 브랜드들이 보여주고 있는 둔탁한 오버사이즈 룩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공중을 부유하는 듯한 입체적인 수공예적 장식은 말할 것도 없다.마지막으로 칼 라거펠트는 작업을 시연하던 장인들에게 손을 건넸고,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의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모두가 함께 어깨 동무를 한채 런웨이를 돌며 인사를 건냈다. 그리고 이 피날레의 순간은 지금까지 어떤 휘황찬란한 룩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욱 감동을 주는 장면이자 다시 한 번 이번 컬렉션의 메시지를 되새겨보게 만든 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