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티크의 변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이번 시즌 가장 예스러운 것이야말로 가장 현대적이다. ‘고전’을 보고 ‘모던’하다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으니. | 2016fw,Prada,gucci,TREND,MIU MIU

가까운 과거가 아닌 아예 훨씬 먼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더욱 현대적으로 느껴졌다.”딱 세 시즌 전, 18세기 프랑스 궁중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였던 라프 시몬스가 말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타임, 타임, 타임, 타임’이라는 가사가 빠르고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20세기의 패션이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런웨이의 왕좌를 차지하고 ‘놈코어’라는 그보다 더 뻔한 단어가 멋쟁이들을 수식할 즈음이었다.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건 에드워디안 칼라, 머튼 소매, 자수와 브로케이드 등 적어도 두 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 시대적 요소가 간결하고 현대적인 실루엣과 만나 아예 다른 시대를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땐 프리다 지아니니의 뒤에서 가슴을 치고 있었을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그의 생각과 맞닿아 있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데뷔때 부터 아주 옛적인 요소들로 오히려 신선함을 가져다 준 그는 이번 시즌 역시 16세기 회화, 르네상스시대, 앤티크 주얼 장식 등에서 영감을 얻었으니, 앤티크 마켓에서 본 듯하면서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피스들로 채워진 또 다른 컬렉션이었다.미우치아 프라다도 그녀만의 방식으로 찬란했던 과거의 유산을 되돌아봤다. 옷을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우아한 인테리어가 될 법한 화려한 앤티크 벽지 모티브의 자카드룩을 선보인 프라다를 시작으로, 미우 미우 컬렉션에는 16세기 영국 귀족의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았다. 게다가 지난달 파리에서 선보인 미우 미우의 크루즈 컬렉션 역시 그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새롭게 선보인 컬렉션은 아주 젊고 경쾌한 감성을 띄고 있었지만, 1856년 샹젤리제 거리에 이탤리언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어진 맨션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과 프라이빗 파티는 19세기 유럽의 살롱 파티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했으니 말이다. 이제 클럽 파티라면 신물이 난 패션계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쿨할 수 없는 공간과 컨셉트와 방식이었다.한마디로,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감성은 가까운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닌, 위대한 유산에 대한 존중에 가깝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불가능한 그림이나 소설 속 품위 있고 우아하고 고귀한 삶에 대한 어떤 환상이 아닐는지. 렘브란트 같은 18세기 화가들을 동경하고 그들의 회화 방식과 그 시대의 복식을 토대로 인공적인 현실을 만들어내는 조지 콘도의 작품에 현대인이 열광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일 거다. 아이폰 사진 한 장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는 이 시대에, 글과 그림으로만 전해지는 이 미지의 세계들이야말로 미래보다 궁금하고 가까운 과거보다 신선한 그 어떤 것일 테니까.덕분에 벽지나 앤티크 가구를 닮은 자카드, 브로케이드, 벨벳 등 화려한 소재들이 등장했고, 벨 슬리브, 퍼프 소매, 비숍 소매 등 우아한 소매 라인이 기나긴 소매의 자리를 대신했으며 화려한 유색석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식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이제 와서 새롭게 느껴진다 한들 과거는 과거다. 라프 시몬스가 18세기를 말하면서도 미래적인 컬렉션을 완성했고,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할머니 옷장에서 시작된 듯한 옷들을 선보이면서도 거기에 스트리트, 펑크 등 젊은 감성을 불어넣었으며, 미우치아 프라다가 역사적인 건축물의 벽지 같은 소재에 데님이나 슬리퍼처럼 캐주얼한 요소, 혹은 젊은 현대미술가 크리스토퍼 슈망의 작품을 더하는 식의 매치를 보여주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과거의 유산 안에서 지금 필요한 건 때론 도발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만한 젊은 도전정신이다. 고전적으로 입되 어떤 액세서리든, 옷을 입는 방식이든, 생각과 태도든 어느 하나는 제멋대로 굴어도 좋다. 아니 그래야 한다. 빅토리안 풍의 드레스를 입은 요조숙녀를 2016년 거리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다.